여우가 잠든 숲 1 스토리콜렉터 5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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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 기다렸다. 티아누스 시리즈는 드물게 재밌는 독일작품.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근황이 궁금했어. 

이제는 엄청 유명해져서 도서관에 신간으로 들어온 후에도 갈때마다 없어서 또 한참을 기다렸다. 


그새 넬레는 이혼도 하고 새로운 파트너도 만나고 심장판막 수술도 했구나. 

부디 여러 어려움을 견뎌낸 그녀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더 많은 작품을 내 주기를 욕심많게 바란다. 



2. 

이번 시리즈는 티아누스 시리즈에서 중요한 맥락이 있다. 

귀족출신의 반듯한 형사반장 보덴슈타인의 상처가 치유돼는 이야기 

살인사건의 흐름과 해결보다 보덴슈타인과 피아를 중심으로 주요인물들의 스토리가 더욱 재미있기도 한 티아누스 시리즈에서 

보덴슈타인은 착하고, 용감하고, 똑똑하고, 친절하고, 잘생긴 그럼에도 위화감은 없는 캐릭터인데 

이상하게 여성과 사랑은 잘 안돼고 자꾸 꼬여 왔었거든. 

그랬는데 여우가 잠든 숲에서 들추어진 과거의 상처를 카롤리네와 나누며 치유받는다. 

다행이야. 보덴슈타인도 좀 쉬어야지. 


그는 별로 오래 고민하지 않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던 저기만의 작은 방을 열어주었다. 그 뒤에 찾아온 건 재앙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자신이 믿고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는 순간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랫동안 억눌러온 비밀은 그가 밖으로 내놓는 순간 신비화의 껍질을 벗었고, 그 약점은 섬뜩한 위력을 잃었다. 

별로 오래 고민하지 않고 가슴속 가장 깊은곳 자기만의 방을 여는데 40년이 걸렸다. 

40년 묻어둔 상처가 한번의 개방으로 다 치유되지는 않지. 물론. 

그래도 이제 그 악령의 위력이 섬뜩하지는 않을 거야. 

처음 한번이 어렵더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보덴슈타인의 치유를 응원하며 읽었네. 


여우가 잠든 숲은 보덴슈타인의 유년이다. 

러시아에서 이민 온 친구와 어릴때 젖병물려 키운 여우를 잃어버린 숲 

보통 추리소설 시리즈에서 주인공 형사(탐정)의 개인사가 사건과 역이면 스토리의 리얼함이 떨어지고 재미없어지는데 

특히 스카페타 시리즈가 그랬지. 너무 자주 스카페타가 범인의 주목을 끌어 타겟이 되니까.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경우 워낙 여러 시리즈로 주인공들의 개인사가 차곡차곡 쌓여와서 

유년시절의 슬픈 사건이 현재까지 쫓아와 마을 사람들과 복잡하게 얽혀도 리얼함이 떨어지지 않는다. 



3. 

"어이. 거기 나 좀 봐요! 거기가 수사반장이오?" 경찰관과 소방대장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듣지 못한 뚱뚱한 남자가 씩씩거리며 다가와 두 사람 앞에 멈추어 섰다. 그러고는 양손을 허리에 척 올린 채 노골적인 불신의 시선으로 셈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외국인 아니오?"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선 외국인이죠." 셈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우리 가족은 터키 출신입니다." 

여우가 숲에서 잠들당시 유년이었던 아이들이 모두 커서 

경찰이되고 소방대장이 되고, 정욕점을 하고, 의사가되는 시간이 흐른 후에도 

이주민에 대한 노골적인 경계와 혐오는 여전하고 터키출신 셈은 교양있고 세련되게 대답한다. 

그러다가 심지어 여자인 피아가 수사반장인걸 알고 

"여자가 수사반장이라고?" 그가 낚시꾼 회원들에게로 몸을 돌리더니 두 팔을 올렸다. "형사라고 외국인하고 여자가 왔어. 이게 말이 돼? 어째 요런 요상한 일이! 불쌍한 독일 같으니. 쯧쯧." 

요런 반응이다. 

넬레는 누가 독일이고,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인간다운지 질문한다. 


러시아에서 온 아르투어와 새끼여우 막시 살해사건을 대하는 40년전 독일 마을 사람들을 보여주며 

이주민을 대하는 독일 사람들에 대해 성찰한다. 

재밌다. 

우리도 이주민을 대하는 한국 사람들에 대해 성찰할 때가 되었다. 

한국말을 모국어로 쓰는 작가의 성찰을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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