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을 거두어주소서 토라 시리즈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지음, 박진희 옮김 / 황소자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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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 캐릭터의 생생함이 소설 재미의 반이상이다. 

채 열여섯살도 안된 아늘 녀석으로 인해 곧 손자가 태어나는데다 아들이 이런 사고를 친 이유가 엄마 노릇 못한 토라 때문이라고 박박 우기는 전 남편과의 관계 역시 껄끄럽기 그지없었다. 

십대 아들이 곧 아버지가 된다. 그리하여 할머니가 될 날이 얼마 안 남은 30대 싱글맘 변호사.

사고 친 아들이 황당하면서도 힘이 되어주려는 그녀의 노력이 좋다. 그녀를 응원하게 되거든. 

아직 어리기만 한 주말아빠가 2주에 한번씩 자신의 주말 아빠를 만나야 하는 상황이라니!


기대했던 토라와 매튜의 러브라인이 아직 부드럽다.  

여전히 사려깊고 매력적인 매튜. 이런 남자가 옆에 있다면 싱글맘인들 어떠리 싶다.  


일본인 부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예의를 갖춰 행동하는 통에 그 앞에선 토라는 스스로가 술에 취한 시골뜨기처럼 느껴졌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예의를 갖추는 것은 상대를 술에 취한 시골뜨기처럼 느끼게 한다. 

이르자는 이런식의 통통튀는 표현을 잘해.  

비현실적이고 무거운 살인의 배경에 나와 가까운 일상이 태연하게 버티고 있다. 

이런점이 재밌다. 


잔인한 살인과 통통튀는 코지미스터리의 조화 

첫번째 토라시리즈에서는 못느꼈는데 이번에 보니 이르사는 매우 크리스티적이다. 

무대위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뭔가 구리고 의심스럽다. 

탐정 역할의 변호사는 사람들과 얘기를 하며 사건을 더듬고, 그 옆의 매튜는 왓슨보다 적극적이고 유능하고 유쾌하다. 

맛있네. 


심지어 토라는 계속 배가 고프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이런 캐릭터는 처음이야. 꼭 나 같잖아. ^^


"원래 인생이라는게 놀라움으로 가득 찬 거잖아요." 매튜가 한손을 토라의 어깨에 올리고 지껄였다. "가령 내가 더러운 운동화나 신고 다니는 여자한테 빠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토라는 자기 발을 내려다보고는 씩 웃었다. 반짝반짝 광을 낸 매튜의 구두에 비해 그녀의 운동화는추레하기 짝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광 나는 구두 성애자한테 빠질거라고, 누군들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정말 토라는 나 같다구. 그럼 나에게도 매튜같은 남자가 있어야 하는것 아니냐구. ^^;

달달한 코지의 냄새


이제야 이혼남도 아니고 알코올중독자도 과대망상증 환자도 스포츠광도 아닌 남자를 만났다 싶었는데, 하필 그게 아이슬란드로 이사올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외국인이하니.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토라는 매튜가 좋은 것인지도 몰랐다. 

나두 나두. 

왜냐하면 그는 내가 필요할때 딱 나타나서 지루해질때 사라지거든. 

그래서 매튜는 딱이야. 

달달한 코지에서 나는 현실의 살과 흙냄새. 


비그디스 캐릭터도 재밌다. 

호텔 프론트에서 안내해주는 여성 

그녀는 유능해서 지루하고 시큰둥하다. 

소문에 빠르고 직관적으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귀찮아서 물어보지 않으면 굳이 말해주지 않는다. 재밌다. 

창밖을 하루 종일 바라보는 할머니와 비슷한 역할이다. 


제목과 표지가 너무 어둡다. 

경쾌한 이르사의 문장을 살려서 더 가볍고 밝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 읽고 나니 벌써 다음시리즈가 보고싶네. 토라와 매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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