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시간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오픈하우스 / 201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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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대체 61시간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사고가 나고, 가까운 마을로 옮겨 숙박하게 되는대 

우연히 그 조그만 마을에서 엄청난 사건을 만난다. 

사실 이런 정도의 우연은 왠만하면 억지스렵기 마련인대, 리처에게 이런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냥 보통이고 일상이라는 것을 

이제는 이해한다. 리 차일드의 실력이라고 인정. 

헐리우드 스타일 액션 히어로, 리처는 중독성있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마을에 거주하는 12,000개의 느긋한 영혼들은 지금쯤 따뜻한 집에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텔레비전이나 보고 앉아 있겠지. 한편 마을 북쪽에서는 교도소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용광로처럼 뜨겁고 초조하게 부글거리고 있었다. 서쪽에서는 폭주족이 아무도 뭔지 모를 음험한 짓을 꾸미고 있고, 미지의 장소에서는 얼굴 모를 살인청부업자가 두번째 암살 계획을 준비 중이었다. 

참으로 리처 스럽다. 이게 뭔 난리람.  



2.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재닛 솔터다. 

"마음씨 착한 노부인입니다. 우리 마을에 살죠. 일흔이 넘었는데, 옛날에 교사 겸 사서로 일했고요. 완벽히 신뢰할 수 있는 증인이죠."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도서관학과 교수로 일했던 할머니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같다고 피터슨은 소개했지만 

거물 갱의 범죄를 증언하기로 하고 암살자들의 표적이 된 그녀와 잭의 감정선이 세련되고 안정감있게 진행된다. 

자기 분야의 일에 유능했으나 지금은 은퇴한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보고 군더더기 없이 존중하며 신뢰한다. 


할머니를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리는 소설은 많지 않다. 

보통 시골 마을에 사는 할머니들은 하루종일 창가에 서서 마을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사생활을 관찰하는 

말많고 지루하고 심술궂은 사람들로 표현되거든. 

저격수의 목표가 된 상황에서 흔들림없이 이제껏 지켜온 삶의 원칙대로 행동할 기회를 경험하고 있으므로 

나는 매우 대단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스스로의 처지를 표현 한다. 품위있는 용기.  

나같으면 맨붕이겠다. 차마 외면하지 못해 증언한다고 마음 먹었다 해도, 도망가고 싶을걸.  

그러니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 같다고 소개한 피터슨의 말에 일리가 있다. 



3. 

사이렌은 북쪽으로 1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그 소리는 얼어붙은 밤공기를 가로질러 머나먼 곳까지 울려 퍼졌다. 아득하면서도 또렷하고, 친숙하면서도 낯설었으며, 비탄과 절박함의 중간에 있는 듯한 소리였다. 사이렌은 길게 부르짖으며 속삭이듯 흐느꼈다. 들판을 가로질러, 눈 덮인 고요한 거리를 지나 높고 날카로운 청명한 대기를 갈랐다. 

리는 사물과 상황을 참 잘 표현한다.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는대도 스토리에 힘이 있는 것은 

시시콜콜한 리얼함과 저렇게 적절한 표현, 그리고 안정감있는 캐릭터의 조화다. 

비탄과 절박함의 중간에 있는 듯한 소리, 맞아 나도 사이렌 소리는 그렇다고 생각해. 


정육점 냉장고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뱃속에서 갈비뼈에서, 다리와 엉더이, 눈과 얼굴, 폐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한국에서 경험했던 최악의 날씨와 비길만 했다. 하지만 한국에 있었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젊었고, 명령을 받고 있었으며, 월급도 받고 있었다. 

웃었다. 나는 우리나라 날씨가 좋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대 ^^;

리처는 지금 사우스다코타주의 볼턴에 있다. 눈이 많이 온 겨울이고 눈폭풍이 두개나 다가오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정육점 냉장고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처럼 춥다. 

그런데 그가 경험한 최악의 날씨가 한국이다. ㅎㅎㅎ 이런. 

우리나라 겨울이 그렇게 춥나? 러시아나 중국이 훨씬 추울걸. 재밌네. 


수십년 전, 세계를 휩쓴 냉전의 광풍 때문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고 어마어마한 국방비를 쏟아붓던 시절에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국방비로 얼마나 황당한 짓들을 많이 했던지. 

세금걷어서 무기자본에게 같다 바치는 것 말고도 말이다. 


미 공군이 2차대전때 병사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마약들이 버릴수도, 팔수도, 태워버릴 수도 없는 처치 곤란의 물품이 되어 

아무도 모르는 곳에 짱박아 뒀는대 

영리한 마약상이 알아채고 빼돌려 러시아 마피아에게 팔아먹으려 한다는 스토리는 

황당하지만, 그럴듯해.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소설보다 훨씬 상상초월로 황당하더라고. 


재밌다. 지금까지 읽은 리처 중 상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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