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 미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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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유명한 잭 리처 시리즈 

집도 휴대폰도, 가방도 없이 미국 전역을 떠도는 잭, 독특한 지위의 사람이다.  

탐정도 경찰도 FBI 특수요원도 아니고 물론 법의관도 아니고 첨단시대의 보헤미안이라니.

집도 휴대폰도 가방도 없이 여행을 하지만, 아마도 돈은 넉넉한 모양이야. 홈리스는 아니거든. 

추적자를 몇번 시도했다가 지루해서 실패했는대 

이번에는 재밌었다. 


마더레스트. 이 마을에서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2. 

잭 리처 캐릭터의 가장 특이한 점은 그가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딱 죽기직전에 적들을 교란하여 상황을 반전시킨다. 

총을 쏘면서 세발의 총으로 세명을 쏴 죽이면서 그 사이에 4페이지의 생각을 한다. ^^;

총을 집어드는 각도, 킬러들의 위치, 탄환이 속도, 상대의 움직임. 

총을 세번 쏘는 순간은 찰라의 순간이다. 탕탕탕. 

이 순간을 위해 4페이지의 리처의 생각을 읽으라는 거다. 

독자들에게 이런 요구는 사실 무리하다. 

실제 저런 순간에는 생각을 안하지는 않겠지만, 생각이라기 보다는 숙련된 감각으로 움직여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리처는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독자들을 피곤하게 한다. 심지어 탕탕탕의 순간에도. 

이게 리처의 매력이다. 


체격좋고, 몸도 좋고, 생각을 엄청 많이 하는 떠돌이 잭 

댓가를 바라는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대로 어느 곳에도 묶이지 않고 다니다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나면 올인하여 물러서지 않고 해결한다. 


말보다 생각이 많은 하드보일드라니. 

지루하기도 한 그의 생각을 따라 읽으며 거 참, 독특하네. 반복해서 중얼거리다가 

마더스 레스트, 마을 이름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세상에 이럴수가. 정말 딱 맞는 표현이지 뭔가. 

지루한 리처의 생각을 더듬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처와 장의 관계도 적절해서 마음에 든다. 

질척질척함도 가증스러운 밀당도없다.

쿨하고 뜨겁게 섹스하고, 서로 염려하고. 물론 리처는 천상 마초지만 장의 조언을 못이기는척 따르기도한다.  

좋네. 깔끔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말. 궁금했던 앞부분의 호기심을 모두 보상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리 차일드의 문장은 어쩌면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하고 차가운가. 

사랑도 싸움도 열정도 모두 차갑고 허무하다. 

그렇게 다시 길을 떠난다. 

그래서 또 찾아 읽게 되나봐. 현대인들의 외롭고 고독한 정서와 잘 맞나봐. 



3. 

마이클은 무쾌감증이다. 

스스로 느끼는 행복수치가 최저 0, 최고 0 인 상태. 이런 병이 정말 있을까?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늘 우울하다니. 기쁜일이 있어도 우울하다니. 


장의 폰이 추적된다는걸 알면서 왜 켜는 걸까. 

잭은 주도면밀하고 위험을 경계하는 동물적 감각이 있으며 매우 논리적으로 최악을 상정해서 계획을 세우는 캐릭터인대

킬러들에게 추적되는 폰을 켜다니. 이런 대목은 긴장을 떨어뜨린다. 


배경은 미국이지만 최근 유행하는 크라임스릴러에 비하면 촘촘한 전개가 느리다. 

떠돌아다니는 상황 설정의 독특함 때문인지, 스토리의 전개는 매우 시시콜콜 리얼하게 구성한다. 

스토리텔링이 단단해. 호기심을 유발하는 구성도 좋고. 

잭은 하드보일드 탐정의 후예다. 필립 말로나 루 아처의 분위기. 

말이 많지는 않지만 과묵하지는 않다. 해야 할 말은 직설적으로 쿨하게 해서 시원한 스타일

재미붙이고 잭 리처 시리즈를 읽어볼 생각이다. 

근면성실한 영국 소설의 전통을 따르는 미국식 하드보일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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