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파르나스의 키키
윤진 옮김, 카텔 뮐레르 그림, 조제 루이 보케 글 / 인벤션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1.

프랑스 현대소설들은 대체로 지루하고 알아들을 수없는 말을 해서 왠만해선 안 읽는다. 

그런데 어째서 프랑스산 그래픽노블들은 이렇게 재밌을까. 

대체로 수작이고 개성적인 그림들도 예쁘다. 무엇보다 감정의 표현도 좋아. 


단순하고 굵은 선의 그림이 시원하다. 

키키처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키키의 삶과 닮은 키키스러운 그림이 아름답다. 


책을 펴면 알리스(키키)가 너무 예쁘다. 가난한 사람들의 밝은 기운도 화사하고.

1910년대 12살 아이에게 파리는 가혹하다.  

1918년 17살 쥘리에트가 알리스에게 묻는다. 


"넌 어때? 알리스? 네 꿈은 뭐야?"

"먹고,마시고, 따뜻한 데 사는 거."


1차 세계대전 시대의 프랑스 파리 뒷골목, 가난한 여성들, 외국인들, 예술가들, 폭군들, 모두 생생하다. 

그녀는 모델을 한다. 창녀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직업

키키는 몽파르나스의 젊은 예술가들과 어울려 삶을 즐긴다. 

씩씩하게, 시원하게, 그들의 뮤즈가 되어.



2.

프랑스 몽파르나스에서 예술가들의 여신이 된 키키 

내일을 걱정하지 않으며 다만 오늘을 최선을 다해 즐기며 산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나이들어도 철들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 키키는 특유의 발랄함으로 예술가들의 여신이 되지만 

왕성한 호기심과 불같은 성격은 나이들어도 바뀌지 않아 가는곳마다 키키스러운 사고를 치고 

냉정하고 성실한 만레이가 수습을 한다. 

섹스, 마약, 술, 노래, 그림 그녀는 에너지를 모두 모아 탕진하듯이 산다. 


"저 사람들은 양성애자인가요?"

"정상적인 사람은 원래 아무하고나 할 수 있고, 심지어 아무거나 하고도 할 수 있어요. 인간의 본능은 맹목적이니까......"

맞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불변의 진리처럼 이성애만이 정상이라는 완고한 생각을 의심없이 믿지 않았더라면 

맹목적인 인간의 본능에 대한 실험을 해 봤을지도 몰라. 

어쩌면 설레이는 사랑이 더 쉬웠을 지도 모르지.


자유로운 영혼은 에너지가 넘쳐서 중독성이 있고, 전염성도 있다.  

스스로 자유롭게 살아 세상을 더 풍료롭게 채색한 키키와 키키를 부활해 놓은 조제와 카텔 

한국어로 번역하여 소개한 인벤션 출판사에게도 모두 고맙다. 

어쩌면 표지 까지 저렇게 예쁘냐구. 


책을 덮으며 만레이가 찍었다는 키키의 사진이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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