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꾼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
M. C. 비턴 지음, 지여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1.

오래간만에 알라딘 서재에 들어왔다. 

지난 오월 내 삶에서 절대 하지 않을 것 같던 결혼을 한 이후 

뭐 그리 바쁘지도 않은대, 컴앞에 앉아 책을 검색하고 리뷰를 남길 시간 없이 피곤했다. 

오래간만에 리뷰를 쓰며 친정에 돌아온 듯이 반갑다. 

러시아 여행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가며, 오며 읽은 비턴의 리뷰를 쓰며 

새로운 일상에 적응된 신호이길 바래. 



2.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의 첫번째 

익숙한 스타일의 코지미스터리, 무엇보다 해미시 캐릭터가 좋다. 


수많은 켈트족 사정에서는 장남이 그 밑의 동생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것을 마땅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해미시는 봉급 해부분을 집으로 보내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부러 장래가 보이지 않는 마을 순경직을 선택했다. 

불타는 붉은 머리, 훤칠한 키의 시골순경 해미시 멕베스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오히려 대도시에서 승진과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사는 경찰이 더 익숙하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경쟁사회로 스스로는 내모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서 소박하게 사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 

해미시와 비턴을 신뢰하게 한다. 


가마슈경감처럼 세련되지도 않았고, 예의바르고 깍듯하게 사람들을 대하지도 않는다. 

해미시를 읽으며 가마슈가 얼마나 범생이 인지 비교가 되서 새삼스레 웃었다. 

해미시는 게으르기도 하고, 사람들을 놀리기도 하고, 마음에 안드는 사람에게는 심술도 부리고 

가족들을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지만 늘 얻어먹으러 기웃거라고, 심지어 밀렵도 한다. 

국제전화는 남의 전화로 하면서 몰래하면서 느긋하고 

귀족 집안의 어여쁜 딸을 사랑하지만 차마 말하지 못한다. 

어는 한구석 듬직한 느낌없이 이렇게 어설프고 모자라보이는 경찰이 또 있을까. 

이것이 그의 매력이다. 



3. 

엘리스가 아는 바로는 조금이라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8월에는 무언가를 죽이러 스코틀랜드로 갔다. 뇌조를 사냥하지 않는다면 연어를 낚아 올렸다. 

이런 문장 재밌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의 도락이란 곧 살생의 놀이 아닌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자들이란 돈이 있는 사람들이다. 

무언가를 죽일 시간과 돈이 있는 사람들 

가진것 없어 사회적 지위가 없는 사람들을 먹고살기 바빠 뇌조도 연어도 죽이러갈 돈이 없다. 

돈이 없다는 것은 곧 시간도 없다는 뜻히다. 


하루만 더 있어본 다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자. 돈은 환불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그녀의 소심한 마음은 돈을 다시 돌려 달라고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움츠러들었다. 그런 일은 하층계급의 서민이나 할 법한 짓이 분명했다. 

열아홉살 말라깽이 앨리스 

마흔네살 중년의 유부남 직장상사를 사랑하는 그녀는 없는 돈을 털어 사회적지휘가 있는 자들이 하는 휴가를 흉내낸다. 

그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위 두 문장 때문에 단박에 비턴이 좋아졌다. 

계급간의 모순과 갈등을 하나도 힘안주고 일상에서 살짝 웃으며 말해버리는 솔직함 

영국 출신 여성 작가다. 

크리스티의 문법을 익숙하게 구사하며 동시에 사소해보이는 일상에서 삶을 관통하는 혜안이 빛나는 점은 오스틴을 닮았다. 


마을 바깥에는 정신 나간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주택단지가 건설되고 있었다. 구호대상자 중에서도 가장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시 빈민가의 떠들썩하지만 화기애애한 동네에서 억지로 데려와 스코틀랜드 북부의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시골 한복판으로 이주시킨다는 정책이었다. 해미시의 눈에 이 새로운 주택 단지는 다이너마이트를 폭파시켜서 연어를 떼로 잡아 죽이고, 면도칼과 날카롭게 날을 세운 자전거 체인으로 서로 폭력을 휘두르는 불법 밀렵 조직이 생겨나게 될 범죄의 온상처럼 보였다. 

어느 나라나 국가 정책은 정신이 나가야 하나봐. ^^;

요람에서 무덤까지, 라는 사회보장 정책의 표어는 영국산이다. 

형편 어려운 도시 빈민가의 사람들을 위한 구호 정책은 없고, 

대기업들에게 몰아주는 정신나간 재개발을 위해 대책없이 빈민들을 쫓아내는

용역깡패와 합동작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을 익숙하게 봐온 나는

해미시처럼 소박하고 유능한 경찰이 우리나라에도 있을까? 

궁금하다기 보다 없을 것이라는 단정을 짓는다. 


재밌는 시리즈가 소개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뭐랄까. 창고에 곡식을 쌓아 놓고 흐뭇하고 배부른 느낌 

코지미스터리임을 감안해도 살인사건의 해결은 너무 쉽게 대강이다. 

트릭이 중요한 독자들에게는 마무리가 급실망일수 있겠다. 

그외에는 다 좋다.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익숙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다음 시리즈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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