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미니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의 전형적인 가죽 복장을 하고 180센티미터의 큰 키로 건물을 들어서는 헬렌에게서는 야망과 에너지가 온몸에서 걷잡을 수 없이 발산되는 듯했다. 그녀는 항상 모든 경찰이 꿈에서나 가져볼 법한 사나운 열정으로 자기 일을 해내고 호흡했다. 

헬렌 경위. 그녀는 흥미롭다. 

180센티미터의 큰 키, 오토바이, 가죽옷, 야망의에너지, 이 모든 것은 남성의 것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여자들에게 매질을 해주는 것이 직업인 제이크의 고객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과잉된 겉모습과 다른 그녀의 속마음이 어떤 모양이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기 보다는 

야심찬 시리즈의 첫번째, 그래서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소개하고 싶었던 작자의 욕심이 과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내 보기에 헬렌은 매력적인 경찰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괴물에 더 가깝다. 

책이 끝나도록 자신감 넘치는 헬렌이 스스로 원해서 돈을 주고 채찍으로 매맞는 이유가 뭔지 설명되지 않는다. 

다음 책을 기대하라는 메시지이고 찾아서 볼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과하다는 찜찜함은 계속된다. 


영국소설의 장점은 충격이나 원색적인 폭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관계에 대한 솔직한 관찰과 성찰인대, 뭐 모든 영국소설이 그래야 할 이유는 없지만 

허술한 스토리, 부족한 인과, 문장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캐릭터고 스토리고 극단적인 설정으로 땜빵하려는 느낌이 들어서 찜찜해. 


헬렌 캐릭터는 괴물같고 

헬렌이 찰스와 마크를 의심하는 대목도 쫌 과하고 

뭐든 엄청 극단적으로 폭주하는 이 여자가 유능하다는것도 믿어지지 않고, 

헬렌이 과거에 사람들을 구하고 표창받은 다섯건의 사건, 피해자들을 골라 죽인다는 설정도 황당하다. 

피곤해. 



2.

왼쪽에서 바라보면, 에밀리아는 예쁘고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오른쪽에서 바라보면, 동정심만 일으킬 뿐이었다. 얼굴은 뒤클려 있었고, 성형으로 복구해 놓은 눈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에밀리아는 '미녀와 야수'로 불렸고 '사우스 샘프턴 이브닝 뉴스'의 범죄전문 취재 부서의 부장기자였다. 

18살때 황산공격으로 오른쪽 얼굴이 망가진 에밀리아는 미녀와 야수로 불리는 부장기자다. 

이런 문장을 읽을 때 당혹스럽다. 

똑같은 일을, 똑같은 폭행에 노출되어 한쪽 얼굴이 일그러진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면 

절대 저녁8시 뉴스 취재기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가혹한 대한민국의 시민인 것이 부끄러워지는 영국 범죄소설의 문장이다. 


에밀리아의 몸속에는 뼛속까지 범죄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6남매중 장녀인 그녀는 마약밀매상이었던 아버지가 자기 아이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한 죄로 18년 형을 선고 받았을 때 유명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이 대목에서도 이 책은 캐릭터고 스토리고 너무 독하다. 

게다가 과하고 독하고 극단적인 캐릭터가 모두 여자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속는 셈치고 딱 한번만 더 알리지를 읽어보기로 한다. 

데뷔작은 원래 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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