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메리의 리본 하우미 컬렉션 1
이나미 이쓰라 지음, 신정원 옮김 / 손안의책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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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멸할 건물과 내 대에서 끊기고 말 가카보라는 직업...... 스러져가는 것들 사이의 공감이 내게는 있다. 

이 단편집의 느낌이다. 

저자는 스러져가는 것들, 이미 사라진 것들에 대한 향수가 강하다. 

일본사람이니 일본스러운 것들, 그것이 물건이든 감성이든 그런 것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느껴진다. 

과거가 무조선 아름다운 것은 아닌대, 전쟁과 군인조차 아련하고 황실의 권위에 대한 그리움도 있는듯이 보이고 

살짝 거슬리더라 


저자 스스로 공통된 주제가 남자의 선물이라는대, 뭐 딱히. 그건 잘 모르겠다. 



2. 

묘하다. 

모닥불, 하나미가와의 요새는 기승전결이 완전하지 않고 한토막씩 부족한 느낌 

모두 설명하지 않고. 허술한 조각맞춤. 

전체 그림을 맞추어 보여주는 퍼즐에서 몇개의 조각을 부러 빼서 

오히려 여운과 여백이 잘 어울린다. 

심심하고, 엉뚱하고, 지루하지는 않다. 


모닥불의 그 할아버지는 대체 누굴까. 숨어있는 무림고수!

쫓기는 남자가 누군지, 어떤 사연인지 굳이 알필요도 없고 


하나미가와의 요새도 정말 희안하다. 

그것이 유령이든 꿈이든 아니면 동화든 몽환적으로 

살벌한 이야기들을 참 심심하게 수채화처럼 동화처럼 안개 속에 그려놓았다. 

모든 이야기가 꼭 모서리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것은 아니니까. 

이렇게 허술하면서 재밌기가 쉽지 않은대, 분위기를 잘 만들어서 나름 맺고 끊음을 정확하게 하는거 겠지. 


이 사람은 잔인한 얘기를 수채화처럼 하는 재주가 있네. 



3.

표제작 세인트메리의 리본은 달달한 하드보일드 

류몬 사냥개 탐정사와 맥주하면 사족을 못쓰는 그의 개 조 이야기 

"아, 맞다. 새끼 딸린 멧돼지를 점찍어 놨어. 무지막지하게 큰 녀석이야. 22관은 족히 나갈 암컷인 데다가 새끼도 네 마리나 딸렸어. 내일 아침에 산냥하러 간다......"

잔인한 인간들 

새끼딸린 멧돼지를 왜 잡아 죽이겠다는 건지 원 쯧쯧.

동물살해가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스포츠처럼 여겨지며 합법이라는 것도 불쾌한대 

이나미 이쓰라, 이 사람 

"야생동물을 아끼는 마음, 총과 무기에 대한 집착, 야생의 자연에 대한 동경을 담아, 나는 앞으로도 사냥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책 뒤에 붙은 작품해설에 그가 했다는 이런말이 소개된다.  

이해할 수가 없다. 

야생동물을 아끼는 마음과 야생동물을 학살하는 도구인 총과 무기에 대한 집착

게다가 야생의 자연에 대한 동경을 담아 '사냥이야기' 를 쓴다니, 거 참.

사냥이라는 것이 쫓아가, 몰아서, 죽이는 것인대 그게 아끼는 마음과 어떻게 연관된 걸까. 

참 뻔뻔스럽게 느껴진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아끼고 동경한다고. 


맘에 안드는 동물과 자연에 대한 표현을 빼면 말랑말랑 재밌는 하드보일드다. 

성공했나봐. 책 뒤 날개를 보니 따로 사냥개탐정이라는 단행본도 나와있네. 

 

하드보일드 탐정이 사는 곳은 보통 도시의 뒷골목인대, 싸구려 여관이든지 오래된 창고든지 물려받은 낡은 건물이든지 

고전 트릭의 추리소설은 시골마을, 눈덮은 산장, 외딴섬이 선호되지만, 밀실이 쉬우니까. 

하드보일드는 도시의 소음과 먼지와 욕망의 문학인대 

류몬 다쿠. 이 탐정은 외딴 숲속에 산다. 

숲 속에 사는 필립 말로라고 

하드보일드가 현대인의 로망을 입은 셈이다. 잘 어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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