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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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이다. 국가의 사생활이라니. 

국가라는 공적기구와 사생활은 잘 안어울리는대, 사생활이라는 단어에는 뭔가 감추어야 하는 은밀한 냄새가 난다. 

공개되어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하는 국가와 만나 폭력적인 느낌까지 든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대한민국으로 흡수통일 된 후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특이한 설정이, 그런대 우울하다. 

너무 어두워서 내 취향은 아니구나, 하며 읽었다. 


통일정부의 999가지 실수들 가운데 최고의 흥행작은 의무 복무기간이 10년에서 13년 가량인 과거 북한의 120만 대군에 대한 서투른 처리였다. 꺼림칙하다고 서둘러 일방적인 해체 과정을 간신히 치르고 나니 엄청난 양의 재래식 무기들이 부엌 식기 분실되듯 사라졌고 120만 명의 장정들은 당장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그들중 상당수는 이남으로 내려와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도시 하층민이 되거나 군사 경험이 풍부한 조직폭력배가 되었다. 

그리하여 통일 대한민국에 총과 마약과 북조선출신의 매춘여성이 넘친다. 

하루아침에 망한 북한 군인출신의 조폭과 남한의 부패한 경찰들이 어울린다. 


"골이 안좋은 놈이 깃발을 들면 인민 전체가 지뢰밭으로 가는거야. 개조하라."

이런 문장은 그럴듯해서 흥미롭다. 정말로 북한의 인민군들이 쓸법한 말투라서. 


뒤로갈수록 과하다. 

오남철이 림병모의 심장을 해동시켜 접시에 담아 먹는 장면은 튀고

마지막 대단원으로 가는 키워드처럼 등장하는 김동철 캐릭터는 너무 뻔하고 손쉬운 캐릭터다. 

김동철의 등장이후 눈에 띄게 지루해진다. 


재밌는 캐릭터는 장군도령 정도인대 비중이 작아서 전체 스토리에 큰 의미를 주지는 못한다. 

왜 등장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느낌의 마약장사 이선우 정도가 그나마 다음 행보가 궁금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너무나 뻔하게 막장으로 달려가는 인물들이라 뒤로갈수록 지루해진다. 


통일되기 이전 북한 사회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스토리와 인물 모두 너무 뻔하고 막장형으로 과하고 

오히려 작가는 문체에 신경을 많이 쓰는대 튀어서 스토리와 문체가 따로 노는 느낌 


정신없이, 이유없이 왔다갔다 하는 구성도 피곤하다. 

리강이 평양에서 돌아온지 2일째

리강이 평양에서 돌아오기 2주전

리강이 평양에서 돌아온지 2일째 

리강에 평양에서 돌아온지 3일째

리강이 평양으로 떠나기 1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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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강이 평양에서 돌아온지 4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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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강이 평양에서 돌아온지 4일째 

리강이 평양에서 돌아오기 3일전 

리강이 평양에서 돌아온지 5일째 


왜 이런식으로 시간순서를 섞어 정신없이 구성했는지 모르겠다. 

저렇게 정신없이 왔다갔다 할때는 마지막 퍼즐을 맞췄더니 완결된 그림이 퍼즐을 맞추기 전의 상상과 다르더라, 

뭐 이런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시간순서대로 하나, 시간을 뒤섞으나 막장으로 가는 스토리에 뭔 영향을 줄거라고. 

모두가 서로를 죽이려는 아귀다툼 속에 날짜를 바꾸어 구성을 해도, 스토리 자체의 인과가 부족한대다 과하게 우울하여 

신선하다는 느낌보다는 정신없이 산만하고 어설프다는 느낌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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