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 혁명의 기록 - 동학농민전쟁 120년, 녹두꽃 피다
이이화 지음 / 생각정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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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전 '인물로 읽는 역사이야기'는 재밌고 새로웠다. 

왕이거나 훌륭한 사람들, 이미 태몽부터 범상치 않은 사람들의 전기문이 하나같이 지루하던 차에 

이이화의 역사 인물들은 귀천을 넘어 생생하게 고민하고 실수도 하고, 개성이 강하여 

살아온다면 알아볼수 있을것처럼, 그래서 좋았다. 

전봉준. 

조선의 왕족과 관료들에게 이겼으나 외세 일본의 신식무기에 패한 동학농민전쟁의 패장

가슴아프고 슬플까봐. 읽을까 말까......망설이다, 이이화 선생이 잘 안내하려니 믿고, 책을 폈다. 


전봉준이 죽고 난 뒤 남평 이씨의 행방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문장도 참 슬픈 문장이다. 

전처의 소생과 함께 이남이녀의 아이들을 키우며 집안을 건사했던 여인 

잘난 남편은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목숨걸고 싸우러나가 선봉에선 장수가 되었다가 사형당해 죽고 

그 사이 아이들 넷을 키우며 살던 그녀는 남편이 붙잡힌 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아이들과 도망가지 않았을까.

어디서 뭘하며 불안한 숨을 달랬을까. 

의로운 남편이 사형당해 죽었으니, 분하지 않았을까. 


문장이 편안하다. 불필요한 허세나 난해함이 손톱만큼도 없다. 



2. 

고려말 귀족들의 횡포를 막고 날때부터의 신분이 아니라 유교이념에 따라 

과거시험을 통해 관리를 등용하여 백성을 편안케 하고자 했던 정도전의 개혁은 조선말이 되니 앙상한 뼈대마저 흔들려 

천지에 부정부패와 탐욕만 횡횡한다. 

인민들은 분노로 넘처 정치를 개혁하고자 일어났으나 

조선의 왕족이라는 것들은 최소한의 개혁도 없이, 최소한의 타협도 없이 청나라와 일본의 군대를 불러들인다. 

참으로 한심한 것들이다. 

거기에 붙어먹은 관리라는 것들도 기어이 나라를 통째로 일본에 바치더니 

해방후에는 친미로 갈아타고 여태 자자손손 갑질하고 산다. 

멍청하고 못난 왕족을 모셔야 하는 인민들의 삶이 전쟁과 가난으로 내몰려 유린된다. 

100년이 지나도, 멍청하고 못난 대통령 반복해서 모셔야 하는 인민들의 삶이 구차하다. 


전봉준은 가난하게 자랐으나 지식인이었고 뛰어난 선동가였구나. 

저 배짱과 기개는 어디서 나왔을까. 

전봉준의 농민군이 세상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은 워낙 부정부패가 심한 관리들의 잘못이 크지만 

농민군의 지도자들이 노비와 백정, 천민들을 평민과 똑같이 사람답게 대접하며 안고 간 까닭이 크다. 

태어날때부터 천대받던 사람들이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고 대접해주니 선봉에 서서도 얼마나 스스로 뿌듯했을까.  

스스로 억압의 굴레를 벗어 해방된 자들의 심장이 뛰어 기꺼이 한목숨 내놓았을 것이다. 

왜 안그랬겠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남도. 삼남지방은 반역의 뿌리가 깊은 셈이다. 

비옥하여 풍요로운데 착취가 심해 인민들의 껍질을 벗겼으니, 그 결과다. 

한두번의 전투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풍요로운 삼남지방의 집강소조직이 마을을 접수하여 

천민을 해방시키고, 관군을 몰아내고 스스로 자치를 했다. 

부자의 곳간을 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손길에 신바람이 났으리. 

부정부패를 없애고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사람이 없으니 

사람들의 마음에 십년묵은 체증이 가시듯이 개운하여 살만하지 않았겠는가. 


뻘짓하는 흥선대원군이 중간중간 나오는대. 글쎄. 잘 모르겠다. 

전봉준이 조선의 지배자들중 그나마 흥선대원군을 낫다고 생각해 

서울로 진격하면 설득해서 안고가야할 정치인으로 생각했을까. 그다지. 

흥선대원군이라는 사람이 자기의 이익외에 뭔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치를 손톱만큼이라도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교활한 늙은이로 살다 이리저리 이용당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을 뿐. 



3. 

전봉준의 마지막 장면은 의연하고 비장하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빈부와 귀천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싸운 장수로 한치의 흔들림도 망설임도 없이 의연하다. 

어쩌면 먼저 죽어간 동지들의 피흘림이 몸에서 떠나지 않아서 였을까.


그리하여 전봉준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타협없이 살아온 방식대로 죽은 녹두에 대해 추모하고 기억하는 노래와 시들을 소개해 놓았다. 

인상적이다. 

비록 그가 죽임을 당했으나 인민들은 세기가 넘도록 여전히 그를 아끼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영웅으로 대접한다.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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