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 시대의 흐름에 서서 한길인문학문고 생각하는 사람 11
김우창 지음 / 한길사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1. 

2003년 겨울부터 2009년 겨울까지 6년동안 격주로 경향신문에 실린 칼럼들이다. 

이런 글쓰기는 인문학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구력도 요구하는 것 같아. 

2주의 시간이란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인대 

시의성있는 소재로 삶의 성찰을 담아내는 글을 2주에 한번씩 쓴다는 것은 

아주아주 긴 마라톤의 느낌 



2. 

인문학자의 세상읽기 

흔히 정치를 얘기할때 목소리를 높이고 핏대를 세우고 

그러나 실제 내용은 없는 빈 수레처럼 

헐뜯는 감정은 넘치지만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는, 공허한 소리와 글을 많이 보는대 

김우창의 성찰은 흥분이 없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정치를 말할때 흥분이 없다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특징이라 할 만하다. 

이 예외적인 차분함은 여유와 관조 혹은 사건의 뜨거움으로부터 떨어져 있음, 당사자가 아님 등으로 보이기도 하고 

우리 정치평론도 이제는 선동이 아니라 설득이 필요한 시기인가부다. 

우리도 이제는 성숙해 질 때가 된 것인가. 그래서 성찰인가, 싶기도 하다. 


어떻게 더 사람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까의 논의보다는 

누가 더 많이 부패하고, 누가 더 비리가 많으며, 누가 더 무능하고 더 뻔뻔한지를 겨루는 한국의 정치를 

신물나서 외면하거나, 화제가 된다면 입맛이 쓰고, 당사자라면 억울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익숙하다보니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일관적인 목소리가 새롭다. 


김우창은 흥분하는 선동의 정치에 질린 느낌이고, 그래서 미국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조용한 행동과 참여를 소개하기도 한다. 

이견이 발생할때 그것을 시스템 안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실력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그는 바라지만 

2014년 아이들이 대낮에 바다에 수장되어도 책임지는 놈 하나없는 대한민국에서 

이 양반 너무 한가한 소리한다는 느낌도 있다. 

오로지 부자들만 위하는 것도 정치라고 천박한 자들과 인민에게 가혹한 폭력의 공권력을 경험하며 

우리는 더 시끄러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해.   


이런 문장들은 좋다. 

그간 혼미를 더해온 것이 우리 정치의 상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정치가 우리 사회의 당면한 문제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며, 또 나은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대충이라도 느낄 수 있게 해주지 못했다는 말이다.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지나치게 일목요연한 것은 그 사회가 독재체제이거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나 정치의 중요한 과제, 특히 우리 사회처럼 지향해 가야 할 곳이 없을수 없는 사회에서 정치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사회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지시해주는 일이다. 

시종일관 이 톤을 유지한다. 

어렵지 않은 문장이 담백하여 차분하게 읽을 만 하다. 


삶을 넘어가는 숭고한 이념이 있고 이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념이 삶의 희생을 요구할 때, 그것은 개인에 해당되는 일일수 있으나, 집단의 삶 전체에 요구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럴때 그것은 자기 오만의 표현에 불과하다. 정치에서 최종적인 덕성은 삶의 현실에 대한 겸허이다. 이 겸허, 거기에서 나오는 강인함이 참다운 정치적 소신의 토대다. 

정치에서 최종적인 덕성은 삶의 현실에 대한 겸허라는, 맞다. 동의할 수 있어.

사람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겸허이다. 

일상에서든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지향에서든, 삶의 현실에 대한 겸허가 핵심이다. 

숭고한 이념을 위해 헌신한다면서 함부로 오만하다면 누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김우창의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3. 

문장의 이런 마무리는 거추장 스럽다. 

' ~ 완전히 결정하지는 아니 하였다.'

'~  전율하지 아니할 수 없다.'

'~  그친 감이 없지 않다.'

'~ 생각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왜 이렇게 썼을까.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편안한데 이런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문장들이 많아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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