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양명실기 한길그레이트북스 113
박은식 지음, 이종란 옮김 / 한길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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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케우치 미노루의 절대지식 중국고전을 보며 양명학이 유학의 품에서 나왔으나 매우 급진적인 평등사상이라는걸 알고 놀랐다.

쉽게 해석된 관련 책이 있을까 했는데 

1910년 조선의 운명이 풍전등화일때 박은식이 쓰고 최남선이 소년지에 실었더니 

불온서적이라고 판매를 금지했을뿐 아니라 소년지를 폐간해 버렸다네. 

일제시대의 불온서적이 100년후 완간되어 나왔다. 

박은식이 왕양명의 삶과 사상을 조선의 소년들에게 알려줄 목적으로 쓴 책 


양명학이 평등한 사상을 갖고있다고는 하나 

박은식이 독립운동을 했다고는 하나, 역시 유학 

더욱이 조선시대 선비, 사대부들이야 제나라 팔아먹은 계급 아닌가. 무능이든 탐욕이든 용서하기 싫은디 

저 잘못은 반성안하고 잘난척 하는 양반아닐까, 의심하며 읽었다.

 


2. 

왕양명의 행적을 소개하고 말미에 '나의 생각' 이라며 박은식의 생각을 달았다. 


박은식이 소개하는 왕양명의 삶은 당췌 날 대부터 뛰어난 잘난 인물이라 평면적이고 재미없다. 

교과서 위인전의 모양새다. 

태어날태부터 시시콜콜 비범한 자들은 평범하게 태어난 인민들을 기죽인다. 

다만 어렸을때부터 도교, 불교에 심취했다가 병법을 연구해 난을 평정하는 군사전략가의 면모도 있고 

실무 행정가에 정치가에 문장가이고 유교의 이론가이니 

적어도 호기심많고 실사구시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있다. 

글만 읽는 분들은 병법을 잘 연구하지 않을 뿐더러 말을타고 직접 장수들을 이끌고 난민을 진압하러 나갈수도 없을 터이고 

불교, 도교에 심취했던 까닭에 양명학에는 그 영향이 있다. 


양지는 앎이다. 순수하고 자연적인 하늘의 기운이기도 하고 인간의 마음이기도 하다. 

재밌는 사람인데, 박은식은 재미없게 썼다. 


또한 양지는 변하여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우주안에 고정된 위치가 없다고 하네. 변증법이 생각나더구만. 

맞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것은 없다. 

하나의 원칙만 고수하여 변화에 따른 융통성없는 폐단이 있기도 하지. 사람이란. 



3. 

날대부터 서열이 정해져있어 왕에게 충성해야 하는 유고의 '예'는 재수없다. 

왕양명도 박은식도 그런면에서 고리타분해. 

박은식은 유학자이고 그가 마흔넘어 독립운동하며, 그리하여 마침내 왕조가 아니라 공화국이 무엇인지 알고 동의했을까. 

왕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하나의 원칙만 고수하여 변화에 따른 융통성 없는 폐단을 그는 극복하였을까. 

이 책에서 그는 그저 유학자이다. 

나라 팔아먹어 인민을 고달프게 한 왕을 계속 섬기라는 것은, 그렇게 팔아먹은 사대부, 선비들을 섬겨달라는거고

이 양반이 여태 정신 못차리고 있구만, 싶기도 하고 


왕양명은 귀양살며 병든 제자들과 하인들을 위해 익살그런 노래를 지어 불러 위로할줄 아는 사람이다. 

재밌는 사람이야. 

양명학의 선언은 여전히 매우 급진적이고 평등한 사상이다.  

성인의 도는 내 본성만으로 족하다.

알것 같아. 

나의 본성만으로 성인의 도를 이룬다니. 인간에 대한 존중이 깊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므로 앎또한 어질다. 

동의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믿어 순하게 살고 싶어, 

야만적인 폭력의 세상을 살더라도.   


봉건적 유학자말고 급진적인 공화주의자의 해석으로 양명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디. 

일단은 그래도 박은식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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