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도서관 - 여성과 책의 문화사
크리스티아네 인만 지음, 엄미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1. 

이런 서문 좋다. 

군더더기 없이 경제적이다. 

이 책이 무엇을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서술되었는지에 대한 짧은 안내 

이 책은 그림과 독서, 그리고 책 읽을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한 여성들의 여정에 경의를 표하는 작업인 셈이다. 

인만의 안내에 따라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는다. 

편안하고 풍요로운 느낌

실제로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은 여성들은 얼마나 갈증났을까. 

책의 재미를 알아버렸는데, 읽는것이 제한되었던 여성들 말이다. 

어쩌면 지금도 세상의 어느 곳에는 더 많이 읽고 싶어 갈증나는 여성들이 있겠지. 


스위치 올리면 전기가 밝혀지고, 수도꼭지만 돌리면 더운물이 나오는 

화장실이 집안에 있는 정도의 풍요로운 나라일뿐 아니라 

여성이라도 자유롭게 책을 읽을수 있는 나라에서 태어났으니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드문 순간이다. 



2. 

일부 역사가들은 이른바 독서 혁명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네덜란드 전통으로 자리잡은 관용과 자유주의 덕택에 이 나라에는 전 유럽의 지식인, 작가, 과학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고국에서 머물렀다면 검열을 피할수 없었을 필사본들을 가지고 네덜란드에 도착했다. 이토록 개방적인 환경에서 레이덴시는 도서인쇄의 중심지가 되었다. 


부럽다. 그랬구나. 

관용과 자유의 전통이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면 좋을것 같아. 

이념을 핑계로 학살전쟁에 내몰렸던 전통이 살아 50년이 지난 다음에도 빨갱이 사냥이 횡횡하는 

공포와 협박을 정치라고 일삼는 천박한 자들의 대한민국 말고, 답답해. 


17세기 레이덴은 얼마나 활기차고 날마다 시끄러웠을까.

불온한 필사본들이 모여 독서혁명이 물결치는 

레이덴에서 숨, 쉬어 보고 싶다. 



3. 

책 읽는 여성들의 역사. 

책 읽는 자유, 지식을 추구하는 기쁨을 쟁취하기 위해 분투해온 여성들의 역사 

답답한 성차별속에서도 책읽고 쓰는 지적인 작업을 멈추지 않은 여성들의 역사

그리고 그것, 책읽는 여성을 표현한 그림의 역사 


인만의 철학에 대체로 동의한다.

기획이 좋은 책이고, 담백한 문장으로 잘써진 글이다. 


책 전체를 통틀어 한국의 예는 딱 한번 인용되는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이다. 으아. 

독일 여성들이 보기에 한국 여성이 불쌍해 보일것 같어. ㅠㅜ 


1554년 그려진 소포니스바 앙구이솔라의 자화상이 마음에 든다. 

초록색 배경은 정직하고, 그녀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난다. 

그녀의 열정과 자긍심. 

여자라도 주눅들지말고 나처럼 당당하게 어깨 쭉 펴고 살라고 선동하는 눈빛이다. 

씩씩한 그녀의 눈빛이 소박한 형식의 그림을 뚫고 나를 본다. 


인만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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