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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상경기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8월
평점 :
1.
만화가 상경기가 먼저 나오고, 그 속편으로 도쿄로 오기 전까지 어린시절을 그린 여자이야기가 그려진 모양인데
나는 반대의 순서로 읽었다.
그러고 보니 오히려 사에바라 그녀의 삶을 순서대로 본것이다.
둘다 좋지만, 그래도 내 취향에는 만화가 상경기보다 여자이야기가 더 좋으네.
2.
사에바라 만화의 특징은 서민적인 쿨함이다. 매우 슬픈 상황을 웃기게 만드는 힘.
이 독특한 가난함에 대한 쿨함은 참. 뭐라고해야할지.
펑펑 울게 만드는것이 아니라, 그냥 가슴만 묵직해지게 만드는 것
시크하게 가난한 리에코. 씩씩하고 마음착하고 솔직한 그녀의 그림에는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나한테도 남친이 생겼다.
나한테 딱 맞는 느낌이드는, 그런 남자였다.
무엇보다 TV를 매일 나혼자 보지 않아도 된다는게 반가왔다.
너무나도 반갑고 신이 나 상대의 단점쯤은 눈감아 줄수 있었다.
예를들면 일을 안하는 점이라든가!
정말 기도안차지만 우리시대에 리에코 같은 여자가 얼마나 많고 누군들 저 범주에서 자신있게 자유롭겠어.
그런데 또 그걸 콕 찍어서 자기 경험으로 보여주는 사이바라, 기도안찬다.
우리가 꿈꾸는 신데렐라는 사실 공주가 아니라 하녀라고. 외로운것이 두려워 기꺼이 하녀가 되어 버린다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 우리 모두 비슷하다고.
3.
뒤로 갈수록 새마을운동과 건전가요 냄새가 나서 석연치 않다.
다 자기 할탓이라는거다. 외로워도 슬퍼도 어렵고 힘들어도 울리않고 밝게 웃으며 열심히 살면
평범하지만 노력해서 잘 해낸 사이바라 자신처럼, 그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거지.
수첩가득 빽빽하게 작업일정을 적어놓고 바쁘게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돈걱정하지 않으며 택시를 타고, 마트에서 장도 보고, 방두개짜리 집으로 이사가서 밤늦도록 뒹굴며 행복하다는 거지.
꼭 불평불만 악다구니는 성공하지 못한, 아니 리에코 표현에 의하면 잘 안나가는 사람들이 하는거고
잘나가는 사람들은 활기넘치고 멋진 말만 한다고
아니거든.
가난하여 그림을 배우려고 밤에 호스티스 아르바이트를 한 리에코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만
그렇게 라도 해서, 성공한것이 만족스러우니 우리 모두 그렇게 살자고 말하는것에는 동의할수 없다.
국가가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것을 왜 개인의 인내와 끈기로 넘어야 하냐고. 쯧.
더욱이 성공이란 간신히 먹고사는것도 아니고, 아주아주 바쁘게 일해야만 얻을수 있다는 것도
심지어 아주아주 바빠야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니,
음--, 이것은 신자유주의 시대 새로운 유형의 캔디캔디도 하니고, 뒷맛이 쓰다. 사이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