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석 1 - 가난한 내가, 사슴을 안고 시인백석 1
송준 지음 / 흰당나귀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1.
흰당나귀 출판사는 무슨뜻일까.
느낌이 좋다.
하얀색과 당나귀의 착하고 성실한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쫑끗 속은 귀를 한 작고 순한 당나귀 모양이 떠오른다.

백석의 시는 '예술'이다.
평안도 사투리와 어우러진 인간의 영혼이 투명하고 애틋하다.
백석 평전 세권중 첫번째. 소제목이 '가난한 내가 사슴을 안고' 다.
백석은 가난하다는 표현을 잘 하는데 그것이 담백하고 솔직한 느낌으로 좋다. 
일부러 꾸며 찬란하게 만드는것이 아니라 있는그대로의 가난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란듯이

백석의 시는 사람의 마음을 빼앗고 정신을 사로잡는다. 하늘 아래 이만한 마력을 지닌 시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시인을 가진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송준의 흐뭇함에 한 흐뭇함을 더한다. 맞다.
모국어로 백석을 읽을수 있는것은 행복한 일이다.

백석은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잘 안다. 고단한 삶의 슬픔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것을 자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잘나고 뛰어난 자들의 삶이 아니라 아프고 힘들고 가난한 자들의 삶이 이렇게 슬프고 아름답다고.

송준이 백석을 얼마나 아끼고 몰두해서 사랑하는지.
1912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자란 백석을 2000년대 남한에서 사는 작가가 알기는 매우 어려운것이 현실인데
어떻게 이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는지 꼼꼼이 실사구시하여 생생하고 친절하게 보여준다.
백석을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주는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스스로 알고 있는 자의 성실함이 느껴진다.
송준의 진지함에 동의해준다.


2.
백석을 알려주기 위해 부모 양가의 계보와 내력을 훑어 주고
백석의 청년시대를 알려주기 위해 그가 어울렸던 인물들의 면면을 일러준다.
일제시대 엘리트들의 인맥상이다. 
그가 청년이 되어 일본유학하고 돌아온 후에는 당대를 함께 살았던 지인들, 문단의 경향,
일제시대 일본으로 유학갔다온 엘리트 문인들의 처세와 놀이와 밥벌이가 어떠했는지까지 모두 보여주니 흥미롭다. 

특히 일제시대의 평론이 재밌네. 매우 공격적이다. 
요즘도 평론은 먼 소린지 알아들을수 없는 소리고 잘난척하며 비웃음이 나올정도로 추켜 세우는것이 보통인데 
1930년 평론가들은 격렬했다. 재밌어.  
1936년 '평단파괴의 긴급성' 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김문집은 호를 꽃돼지라는 뜻의 '화돈'으로 썼다.
화돈은 논문에서 평론한다는 자들이 어느나라 말인지 알수 없는 말로 쓰니 그 의미는 나중 문제고 그 뜻을 알수가 없고
글을 쓴자가 자기 글의 뜻을 안다면 겁내지 않고 명백하게 '정신병자'라고 비판해주겠다고 호기롭게 썼다.
ㅍㅎㅎㅎㅎ
2013년 대한민국 평단에도 정신병자들이 많다.
화돈과 백석이 어울려 술먹고 밤을 새며 시와 문학을 논하는 밤은 또한 취해볼만 했겠지.

백석이 펴낸 33수의 시집 사슴은 말하자면 대히트를 쳤다.
당대 문단의 흐름을 흔든다.
서양의 시를 대충 흉내내며 있는척하는 시들과 비교가 될수 없었을 터.
지금도 백석은 영혼을 울리거늘.


3.
백석의 시를 그때시대 맞춤법에서 거의 바꾸지않고 혹은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다.
워낙 백석의 시는 그 문체,평안도 사투리와 고향의 정경이 중요하니 그랬겠지만
해석이 잘안되어 독서를 방해한다.
사투리의 맛을 살리는 한도에서 쉽게 번역을 해주는것이 독자들이 알아듣기 쉬웠을 것이다.

뱀발을 덧붙이자면, 백석 이냥반 참 잘 생겼다.
일제시대 예민한 감수성의 자의식 강한 모던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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