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스트리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2
V.S. 나이폴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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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지배하고 경멸하는자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평가하는것은 나를 학대하는 일이다.
'조선 사람들은 맞아야 말을 잘듣는다.'
초등학교때 이런말을 하는 나이 많이 먹은 선생이 있었다. 
그는 일본사람들이 얼마나 질서를 잘지키고 청결한지, 한국 사람들은 얼마나 게으른지 자주 말했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맞아야 한다면서 우리를 때렸다.
그때가 1980년대, 
이미 이땅의 가난한 청년들이 베트남에가서 양민을 학살하며 외화벌이를 하고 
노동자들이 산업역군이 되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다음이었다. 
그 선생은 일본인의 시각으로 우리를 가리켰지. 
지가 무슨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이제는 미국의 시선으로 우리를 해석하는 자들이 또 많다. 
미국은 잘사는 나라이고 부자나라라고, 그러니 영어로 학교수업을 하자고. 
5000년동안 한반도를 지켜온 한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민족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를 지배하고 경멸하는 자의 시선으로 나를 평가하며 학대하는 짓을 하는것은 정신분열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거다.  

미겔 스트리트는 식민지 인민들의 정신분열에 대한 고통스런 이야기다. 


2.
트리니다드가 어디있는 섬나라인지 알지 못하는데 미켈 스트리트, 이동네 남성들은 삶을 포기하고 산다.
어쩌다 의욕적으로 뭔가를 하면 영락없이 실패한다.
16사람의 16가지 실패에 대한 이야기 인대, 실패의 이유는 딱 하나. 트리니다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심한 놈팽이에 한량들이다.
늘 거리에서 빈둥대는 이 남자들을 대신해서 아내들은 집 안팎으로 분주하다.
이 남자들은 자주 아내와 아이들에게 화풀이 한다. 때리고 폭행하는것이 일상이다. 
아이들은 놀다가 누가 한번에 가장 많이 맞은 기록이 있는지 경쟁한다.

"내가 결혼하게 될 여자가 그렇게 굴어 보라지. 한번 죽도록 때려주면 대번에 대나무처럼 쭉 곧은 인간이 될걸."
이런 문장은 자주 나온다.

나는 바쿠가 자기 아내를 때리기 위해 오랫동안 여러 가지 매를 시험해 보았다고 생각한다. 크리켓 방망이로 때려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사람은 해트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런 제안이야 누가 했든 간에 하여간 바쿠는 퀸즈 파크 오발 구장의 운동장지기 중의 한 사람으로부터 중고품 크리킷 방망이를 하나 구입한 후 기름을 먹여서 바쿠 부인을 때리는 데 사용했다. 
해트는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저런 방망이로 맞아야 비로소 바쿠 부인이 고통을 느끼는 것 같단 말이야."
그런데 가장 이상한 것은 바쿠 부인 자신이 그 방망이에 기름을 잘 먹여서 깨끗하게 간직해 둔다는 점이었다.

가난한 섬나라의 예민한 아이가 자라서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내가 화가 나는것은 이 이야기에 여자는 없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성공한 에피소드인 '나'가 트리니다드를 탈출하듯이 떠나는데 성공하는 마지막 이야기말고
16가지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남자이고 나이폴은 가난하고 바보스럽지만 낙천적이기도 한 그들을 애정을 가지고 회상한다.
그들이 어떤 몽둥이로 때리는것이 더 좋을지 궁리했던 그들의 아내들에 대해서 나이폴은 말하지 않는다.
영국인들의 이야기에 트리니다드가 없고 백인의 이야기에 흑인이 주인공이 될수 없듯이
나이폴의 이야기에 여성은 없다.
주인인 남성들에게 매맞고, 심지어 맞는걸 즐기고,  젖소처럼 암캐처럼 아이를 낳을 뿐이다.
그녀들은 사람이 아니라 가축이고 식탁이고 길이고 꽃이다. 단지 배경일 뿐이다.
나이폴은 매우 잔잔하고 진지하게 폭행당하는 여성을 조롱한다.
 
실제로 1940년대 트리니다드의 미겔스트리트가 그랬다고 말하겠지. 그래 그랬겠지.
그런데 나이폴.
남편들이 아내에 대한 구타를 밥먹듯이 그렇게 일상적으로 하는것을 이렇게 세심하게 표현해 놓고
어쩌면 무능력한 알콜중독자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의 고통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언급이 없니.
로라나 이름보차 몰라서 남편의 이름에 부인이라고 갖다붙인 바쿠부인이나 모건부인이 썼다면 
이따위 소설이 되지는 않았겠지.  

기도안차.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이폴을 다시 읽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미국사람의 눈으로 자기들을 판단하며 크리니다드 사람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식민지의 정신분열
조선 사람은 맞아야 한다는 그 정신불열의 너덜너덜한 영혼을 가진 식민지인이 아니다.
나는 가학적인 남성의 눈으로 나를 평가하며 스스로 암캐이고 젖소가 되어 남자에게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신분열 여성이 아니다.
이자는 노벨문학상도 받았군.
잘난 마초들의 휴머니즘 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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