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헤로도토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천병희 번역의 일이아스를 읽고 그가 번역한 고전을 찾아서 보고 있다. 

역사는 묵직하다. 

낯선 지역이름과 난해한 사람이름이 읽는 것을 방해하지만 여전히 천병희의 번역은 편안하고 안정감있다. 


헤로도토스는 공정하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기록하려고 이미 노력했다. 

일리아스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암송된 시로 헬라인들을 보여준다면 

헤로도토스는 당대 사람의 눈으로 기록한 글로 우리에게 기원전 500년전, 지금부터 2500년 전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는 지식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2500년전 그리스를 중심으로 여행하며 그곳 사람들에게 과거의 이야기, 도시국가들의 흥망성쇠와 전쟁

신의축복과 영웅의 실수, 저 산너머 나라의 결혼과 장례풍습을 들려주는 이방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록하는 

헤로도토스가 보인다. 얼마나 재밌었을까. 

 

호메로스보다 400년 정도 뒤에 살았던 헤로도토스가 기록하는 역사는 

아직 인간의 역사에 독점을 좋아하는 난폭한 유일신이 극적으로 등장하여 세계를 지배하기 전이라 

여러민족의 여러신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소박하고 다채롭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신과 인간이 뒤섞여 있으나 

그러나 그는 문화로서의 신, 신앙의 대상으로의 신이 아니라 말그대로의 신을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 신들이 저마다 어디서 생겨났으며, 그들이 모두 언제나 존제했느지,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헬라스인들이 알게 된것은 말하자면 엊그제의 일이다.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는 나보다 기껏해야 4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생각되며, 헬라스인들을 위해 신들의 계보를 만들고, 신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신들 사이에 직책과 활동 영역을 배분하고, 신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에게 말해준 것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헤로도토스는 자의식강한 인문주의자다. 

이미 2500년 전의 학자의 태도가 이러할진대, 

검증하지 않고 정치권력과 신의 권위에 함부로 복종하는 자들이 어찌 학자라 할수 있겠는가. 


신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일을 기록하고자 분명히 밝히지만  

그럼에도 신을 믿지 않는다고 명문화하여 신의 분노를 살만한 문장을 남지기는 않는다. 

또한 역사란 상대적이라 누구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이미 알았으며 

인간의 역사가 덧없고 허무하다고 행간에서 말한다. 


호기심 많은 밝은 눈이 빛나는 사람이다. 



2. 

헤로도토스가 스스로 밝힌 역사를 쓴 이유중 하나는 전쟁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그런대 최초의 역사에 씌어진 최초의 전쟁의 이유는 

서로가 상대국의 공주를 납치해와서 대리고 살아버렸기 때문이다. 

납치한 쪽은 그녀가 사랑에 눈멀어 스스로 따라왔다 하고, 납치당한 쪽은 니네가 그런다면 우리라고 못할것 없다며 적국의 공주를 사로잡아 온는, 뭐 그런 얘기다. 

미인을 탐하는 남자 때문에 전쟁이 생긴다는 말이지. 하. 참. 


헤로도토스는 인간이 운명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과거의 인간들, 저멀리 이민족들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이리저리 여행하며 직접본것은 판단하고 들은것은 그대로 기록한다. 

그리하여 수많은 사람의 운명을 기록한 헤로도토스는 인간의 운명이 태어날때 이미 결정되었다고 판단한다. 

패가망신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창 명예로운 가문에 태어난 그가 왜 그렇게 바보같은 짓을 해서 말아먹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헤라클레스의 후손들이 22세대 505년동안 아버지에서 아들로 왕권을 계승하다 칸다울레스에 이르러 망한다. 

이런것은 숙명이라고, 칸다울레스는 가문을 망해먹게할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헤로도토스는 생각한다. 

재밌다. 인간과 전쟁과 음모에 대한 이야기. 


트로이의 전쟁중에 막상 트로이에는 헬레네가 없었다는 헤로도토스의 판단에 동의한다.

만약 있었다면 토로이인들이 헬레네를 그리스 연합군에게 넘겼을 거라고

이때 파리스와 헬레네는 이집트 근처를 표류하고 있었다고 

일리아스를 읽으며 이해할수 없는 몇가지 중 하나가 바로 요 대목이었다. 

프리아모스와 헥토르가 헬레네를 적들에게 넘겨주는 대신 파리스의 철없는 애정행각을 덮어주기 위해 

국가가 망하게 했을리 없다.  


나는 트라케인들, 스퀴타이족, 페르시아인들, 뤼디아인들과 거의 모든 비헬라스계 민족들이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자들과 그들의 자손들을 천하게 여기고, 기술과 무관한 자들, 특히 전쟁에 전념하는 자들을 귀히 여기는 것을 보았기에 하는 말이다. 

기원전 600년에서 1000년, 지금부터 3000년 쯤 전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이미 

먹고살기 위해 기술을 익히는 자들, 그의 자손들은 천대받았고 싸우는 자들은 우대받았다는 것이다. 

오랜 전통이구나! 

하긴 헤로도토스보다 조금 빠른 호메로스만 해도 그가 찬양하는 것은 전사들 군인들이다. 

일하는자들은 기록하지도 않았지. 

인간의 역사가 전쟁과 함께 시작된 것을 다시한번 생각한다. 

오랜 전통이구나. 생산하는 자보다 싸우는자, 파괴하는 자를 더 우대하는 것은.

이때 이미 군인들은 일당을 받았고 프로페셔널 전사, 용병이 있었다.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독재정치를 어찌 좋은 제도라 할수 있겠소?......그러나 독재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독재자는 조상 전래의 규범을 철폐하고, 여인을 겁탈하며, 재판 없이도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오. 그러나 민중 정치는 첫쩨,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니 그 이름부터 가장 좋고 둘째, 독재자가 하는 못된 짓을 하나도 하지 않소. 민중 정치에서 관리들은 추첨으로 선출되고 직무에 책임을 지며 모든 안건이 민회에 제출되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독재정치를 철폐하고 민중의 힘을 늘리기를 제의하오. 국가는 민중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오."

2500년전 페르시아의 오타네스는 이미 독재정치를 철폐하고 민중의 힘을 늘려야 한다고 선동하였다. 

물론 그당시에도 늘 이런 호소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것은 아니다. 

이런 선동후에 사람들은 그래도 독재자를 세우기도 하고, 다시 그 독재자를 끌어내리기도 하며 시간이 흘러왔다. 

그러나 오타네스의 저 선동에는 2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가 동의하는 독재의 폐혜와 민중의 정치에 대한 핵심이 있다. 


박근혜에게 보여주고 싶다. 

자기 아버지가 한 근대화의 내용이 여인을 겁탈하고 재판없이도 사람을 죽이며 아무 책임도 지지않고 무엇이든 마음대로 한 

나쁜 독재정치였다는 것을, 알고싶어하지 않는. 


그리하여 인간은 2500년 전에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듯이 2500년 후에도 독재정치가 판을치니 

민중의 힘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을까. 

그러다가 옥에 갇히고 죽임당하고 그러고 있을까. 2500년 후에도. 


헤로도토스의 말처럼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3. 

사마천보다 300년쯤 먼저 기록한 인간의 역사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보았으니 이제 사마천의 사기를 읽으면  기원전 동서양 인간의 삶을 보는 셈이다. 

사마천에게 역사가 운명이라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헤로도토스를 보니 사마천을 읽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