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강의 - 묵점 기세춘 선생과 함께 하는
기세춘 지음 / 바이북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기세춘이 서문에서 말한다.  

논어는 임금에게 충성하는 군자로 출세하기 위한 교과서라는 사실과 노자는 황건의 난이라는 민중 봉기를 일으킨 저항정신의 성전이었다는 역사성을 은폐해서는 안된다.


노장은 본래 원시 공산사회를 소망한 아나키스트라며, 노자는 불온한 책이라고 

불온한 노자, 기세춘이 읽는 노자다. 



2. 

노자를 민중봉기의 성전으로 반체제 평화주의자 아나키스트의 글로 읽는것은 좋은대 여러사람의 해석을 비교하는 것은 번거롭다. 

그냥 기세춘의 해석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을텐대. 

노자의 저항의식을 유가의 군주의 입맛에 맞게 바꾼 오역과 왜곡의 역사 또한 이천년이다.  

여전히 해석이 중요하다고 기세춘이 안타까와 하는것은 알겠다. 

그래도 이런방식은 읽는대는 걸치적 거린다. 

노자의 은둔철학과 허무주의는 위정자들, 지식인들의 이런 잘난 왜곡을 이미 알고 있는걸 


노자는 열린텍스트이고 시같다. 

기세춘의 편집본으로 따라 읽으면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문제가 직설화법이고 단순하여 장황한 수사없이 정직한 문체다. 


장자/외편/재유

지금 세상은 목잘린 시체가 서로 베고 누웠고

차꼬를 찬 죄인들이 서로 밀치며

형벌로 죽은 자들이 서로 원망한다. 

...나는 성인과 지자가

사람을 구속하는 형클의 고리가 되고

인의가 

손발을 묶는 질곡의 자물쇠가 되지 안흔다고 말할 수 없다. 

어찌 유가들이

걸주와 도척의 효시가 되지 않았다고 말할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노자는 말하기를 

"성인을 없애고 그들의 지혜를 버려야만

천하가 태평할 것이다" 라고 했다.  


길고긴 노장의 오역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장자가 해석한 노자를 자주 인용하고 

공자와 한비자 지배자들을 위한 철학과 비교한다. 

노장의 은둔철학, 무위자연보다 묵가의 노동자철학이 더 명쾌하고 더 혁명적이다. 


노자는 한사람이 아니다. 

난세에 굶어죽고 얼어죽고 길가에 버려진 시체들을 보며 살아낸 민중들이 공동창작한 시다. 

저항의식이 있고 세상의 순리를 아는 순박한 마음이 있으나 모두 잊고 그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숨죽여 '살고' 싶다.

참으로 민중스럽다. 


도올 김용옥을 비롯한 이시대의 오역에 대한 해석보다 

노자를 해석하며 유가를 본래의 위치로 정확하게 해석한 것이 더 시원하다. 

유가는 출세를 지향하는 공자의 학원이었거든 

신분질서와 계급을 인정하며 군주의 눈에 잘 보이고 싶은 지배계급의 철학이다. 

지배계급의 철학은 원래 저항하는 철학을 배격하고 저 홀로 세상을 지배하기를 바란다. 


노자와 장자가 유가를 비웃는 것이 재밌다. 

세련되봐야 군주의 순발이 되어 민중들을 고생시키기 밖에 더하니. 잘난척 하지 마라. ^^

500년 전국시대를 겪으며 춥고 배고프고 죽임을 당하던 민중들이 세상을 등지고 도망가서 은둔해서 사는것이 장땡이라고 

도망자이고 주린자이고 비천한 자들이

세상을 다 갖고 싶을리없이, 세상을 다스리고 싶은 야망따위 없이, 세상이란 원래 주인이 없는것이라고

인의예, 세련된 명분은 개나 물어가라고, 어차피 현실에서 지배자들의 허세일 뿐이라고 

인간의 도가 아니라 자연의 도에 따라 순리대로 살고 싶다고 

도망가면서 숨어서 궁시렁대는 느낌

고달픈 민중들의 소리를 장자가 이어간다. 


장자/외편/재유

천하는 자유롭게 풀어둔다는 말은 들었어도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문제는 2000년전 20대의 천재였던 왕필부터 현대의 김용옥까지 

민중의 저항시를 지배자들을 위한 순종으로 읽는는다면 그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왕필의 왜곡이 승리하여 질기고 오랜 수명을 누릴수 있었던 것은 노예적 봉건제의 수명이 질기고 길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제 자본을 찬미하는 자들의 왜곡와 오역의 수명이 또한 길 까봐, 기세춘은 답답하다. 


노자의 역설과 반어는 전국시대의 사회 혼란과 민생 파탄에 절망한 민중의 담론이다. 


기세춘을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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