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이다 - 오늘의 대표시인선 1
문정희 지음 / 뿔(웅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
현아동지 농성장을 방문하며 문정희의 시집을 선물해 주고 갔다.
농성장에서는 시를 볼만한 시간이 없고,
오다가다 차안에서 보는데,
그녀의 영혼이 나의 영혼과 닮았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내 영혼인 듯이 들여다 본다.

직설적이고 뜨겁고 솔직하고, 촉촉하다.
어떤 시를 읽어도 그녀의 맨살과 닿는다.
가끔 서럽고, 자주 유쾌하다. 그녀의 도발은 무겁지 않고 경쾌하다.

고등학교때 미당 서정주의 발문으로 시집을 냈다는 천재 소녀가
나이들어 삶의 열정과 고락을 경험한 뒤에도 여전히 뛰어난 시를 쓴다는것은, 뭐랄까.
그녀의 시에대한 집요함이 느껴진다.
아니 시에 대한 집요함 아니라 삶에 대한 집요함이 그대로 시인 여자.
평생을 차라리 진흙탕에 뒹굴며 날카롭고 황올한 것을 꿈꾸었다.


집시가 되어

......
나는 누구를 동경하거나
피를 나눈 제 새끼를 기르며
옹기종기 살아가는 문약한
정주의 족속이 아니다
날마다 길을 떠나는 집시
옷을 번어던지고 맨몸으로 싸우는
화적떼의 아내이거나
하다못해 혈혈단신 화전민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더운 물을 퍼 올리는
신기한 도르래를 심장에 매달고
나는 새로이 망명길을 떠난다


자의식 강한 그녀의 심장에 매달린 도르레가 어떤것인지 알고 있다.
축복이 아닌지 모르지만, 저주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2.
뒤에붙은 이혜원의 서평은 형편없다. 차라리 쓰지 말지.
문정희의 시를 읽고 이 따위 서평을 쓰다니.
뜨거운 시를 뜨겁게 읽든지, 열정의 근원을 밝혀보던지, 솔직한 문정희와 대화를 하든지
문정희의 시를 소재별로 묶어 나열한다. 이렇게 건조하게. 이게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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