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래간만에 느긋하고 여유있게 도서관 산책을 했다.
금속노조 성폭력사건의 피해자로 시작한 한해가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금양물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 대리인이 되어 저물어간다.
일년내내 폭력적인 남자들, 과 그들편인 세상과 싸웠는데, 참 징글징글하다.
무엇하나 풀리는 일 없이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여느때처럼 한 사흘 푹 잠만 자고 싶기도 하다.
시간에 쫓기며 허겁지겁 책을 선택하지 않고 느릿느릿 오래된 책냄새가 고여있는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는 것은 즐겁다.
살것같다.
언제든 한가하면 도서관 산책한 다음 알라딘 켜놓고 놀고 싶었는데
지금이다.


2.
 

 

 

 

 

 

아메리탄 버티고 / 베르나르 앙리 레비 / 황금부엉이

일년동안 미국을 여행하면서 쓴 책이라고 한다.
사실 미국보다는 소제목들이 흥미로워 집어왔는데
레비가 프랑스고등사범학교에서 자크 데리다와 루이 알튀세에게 철학을 배운 프랑스사람이라네.
...... 미리 알았으면 안빌려오기 쉬웠을 정보다.  
프랑스 철학 처럼 고난이도의 지적유희는 참 한가하다.
미국을 살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부디 아는말로 말해주길.




 

 

 

 

새빨간 미술의 고백 / 반이정 / (주)월간미술 


반이정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은대 딱히 누군지 기억이 없네.
미술책들을 가끔 보는데 현대미술을 흥미롭게 해석해주는 책은 아직 못봤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의 이야기가 아닐까.
도서관에 서서 휘리릭 책장을 넘기는데 시원한 편집과 도판의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기대한다. 새빨간 미술.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생활 / 레이첼 커스크 / 민음사


민음사는 믿을수는 있는 출판사 중 하나다.
모던클래식 씨리즈의 기획 취지에도 동의한다.
시대를 초월하여 늘 현재와 소통하는 문학을 고전이라 이른다.
견뎌낸 시간의 양과 상관없이 고전은 언제나 이자리에 존재한다.
커크스는 21세기 제인오스틴이라 평가받는 다네.
영국 여성작가들은 집요하게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 힘인데 레이첼의 우아한 시골 생활도 그러려나.
그런 면에서 제목은 맘에 들어.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아주 우아아한' 시골생활일 것 같어. ㅎㅎ


 

 

 

 

 

 
자살가게 / 장 퇼레 / 열림원 

 
자살가게라는 설정이 독특하여 프랑스를 무릅쓰고 빌려왔다.
살기 싫거나, 살수 없거나, 그런 사란들이 스스로 죽이는 것인데
자살도구를 파는것이 상품도 되는구나, 이런 발상은 참신한걸까 무서운걸까.


 

 

 

 

 


이슬람 정육점 / 손홍규 / 문학과 지성사 


대한민국에서 이슬람은 낯설다. 이방인과 소외된 소수자의 느낌이 동시에 있다.
그런데 이슬람과 정육점이라니, 이슬람이 어떤 고기를 안먹었던 것 같은데... 모든 고기를 안먹지는 안았던것 같네.
그래도 쫌, 신비한 이슬람과 날고기를 파는 정육점은, 뭐, 안어울릴 이유도 없지만.

섬나라 남한은 낯선 문화, 낯선 피부를 받아들이는 것에 보수적이다.
집요하게 타자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볼 때도 되었다.


 

 

 

 

 

  

김지운의 숏컷 / 마음산책

나 이 감독 좋아해.
조용한 가족, 반칙왕, 달콤한 인생, 놈놈놈 까지 공포영화를 즐기지 못해 군침만 삼키다 끝내 장화홍련은 안봤다.
영화의 비주얼을 알고
톡톡튀는 개성으로 말을 다루고 거기에 배우를 선택하는 안목도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해.
특히 비주얼과 배우선택이 뛰어나다.
영화를 보며 도대체 이사람 어떤 사람일까, 생각했는데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냉큼 빌렸다.


 











 
엔더의 게임 / 올슨 스콧 카드 / 시공사


아직 SF는 씨리즈까지 즐기고 있지는 못하고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은 그럭저럭 봤지만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 이후 전쟁 SF는 관심없었는데
워낙 영미권에서 유명한 작품이라길래  
먼지 묻은 책을 빌려왔다.









 

 

 밤산책 / 요코미조 세이시 / 시공사


아직 읽지 않은 세이시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어리버리 긴다이치 쿄스케를 오래간만에 보면서 즐길거다.
정말 희안하지.
살인을 막지도 못하고, 줄줄이 피칠갑을 하며 살인이 벌어지고난뒤에 설명하며 잘난척하는 쿄스케가 밉지않은것은
서민적이고 어리숙해 보이고 말을 더듬고 머리에 비듬이 있기 때문일까. 
아끼면서 빨리 볼 생각이다.


 

 

 

 

 

 
 얼간이 / 미야베 미유키 / 북스피어


세이시와 함께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를 빌려왔다. 대박이다. 
소외되고 아픈 자들에게 대한 밝은 눈을 가진 따듯한 미미여사의 에도시대가 놓인 내 책상위가 포근하다.


 

 

 

 

 


 올리브 키터리지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문학동네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네. 게다가 아주 많은 사람이 추천을 했군.
갑자기 왠지 지루할것같다는 생각을 ㅎㅎ, 설마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 미쓰다 신조 / 비채


비채의 블랙앤화이트 씨리즈는 내 취향에 딱 좋은 씨리즈는 아니지만
대체로 대중성이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들이라 무리없는 선택인 편이다.
섬뜩한 표지에다 제목도 ...  그런데 많이 불길하길 바라는 건지, 아닌지 잘 알수가 없네.
흥미진진 재밌길 바래.



3.
이번에는 소설이 많다.
이럴때가 있다.

서해안에 폭설이 온다더니, 그치지 않고 눈이 온다. 
엄마가 해주신 김치 부침게를 먹고 책장을 넘길 생각이다. 
세상이 고요하다. 
아주 독한 스카치 위스키 꿀떡 마시고 싶다. 갑자기,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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