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양미술 순례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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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대의 서경식은 유럽 이곳저곳을 몽유병자처럼 떠돌며 그림을 본다.
허겁지겁 그림을 마시고, 갈증을 느낀다.

재일 조선인으로 태어나 차별받으며 살다 모국으로 유학온후
간첩으로 몰려 독재의 감옥안에서 고문당하고 고통받는 서승, 서준식
두 형의 동생 서경식, 그가 가는 어딘들 감옥이 아니었을까.
국경을 넘어 어딜 간들 노예처럼 사는 형들이 집요하게 짐짝처럼 그의 발밑에 무겁다.


2.
무엇을 보아도 고통으로 보인다.
투명한 햇살을 보아도 뜨거운 태양을 보아도 한낮의 열망도, 소박한 제비꽃으로 저녁놀을 보아도
무엇을 보아도 그는 고통을 본다.
최근의 작품들보다 형들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
아직 형들은 감옥에 있을때이고, 그는 젊었다.

그림이 아니라 형들을 보고
그림이 아니라 일본에서 한국으로 형들을 옥바라지 다니던 어머니와 누이의 슬픔을 본다.
그림을 본다.
국경을 넘어 흔적없이 돌아다니며 두고두고 본다.

하여 매우 주관적인 그림읽기는 독재정치가 서경식 가족들에게 남긴 고통의 순례이다.
그의 걸음이 휘청휘청한다.


3.
한국의 남과 북에 모두 전쟁에 협력하는 전쟁화는 있어도 반전화가 없다면
화가들은 도대체 뭘하고 살았다는 건가.
살육과 살상에 동조하며 그 그늘에서 잘먹고 잘살았을 뿐이라면
천박하다.


4.
갈증나는 계절. 누워버렸다.
어딘가 섬으로 가서 한 석달쯤 잠만자면 좀 살만해지려나 그래도 안되려나.
알게머야. 누워버렸다.
누워 서경식의 고통과 그림을 보며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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