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특히 명절에 싱글인 것이 좋다.
집에서 딩굴딩굴 하며 티브이 리모컨을 들고 먹고 자고
그러다가 심심하면 책장도 넘기며 늘어지게 논다.

며느리 노릇하러 넘의 집안 조상들을 위한 제사상을 준비하며
그집안 사람들은 빈둥빈둥 고스톱이나 치며 술먹는 꼴을 보지 않아도 되고
다른 문화적 차이의 양쪽 집안을 공평하게 들르느라 수고하지 않아도 되고
물론 돌봐주어야 하는 아이도 남편도 없으니

그리하여 명절을 즐기기위한 도서관 산책을 했다.



2.

 

 

 

 

 

 나, 독립한다 / 여러사람 / 도서출판 일다

한번은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먹은지 오래된 책인데
이상하게 도서관 가면 까먹고 그냥와서
오늘은 마음먹고 미리 인터넷으로 도서관 자료검색해서 책번호를 적어가서 빌려왔다.

나는 20대초에 혼자살기 시작했다가
30대중반부터 부모님이랑 산다.
현명하신 부모님 덕에 별다른 불편함없이 실은 얹혀살고 있는데
복이 많은게지.

다만 이땅에서 여자가 독립해서 가는 것의 고단함을 나는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녀들의 독립이 어떨지.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주노 디아스 / 문학동네 

 
디아스는 도미니카에서 태어나 여덟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그의 가족이 정식으로 이민을 간 것인지 불법 이주노동자였는지 모른다.
도미니카가 어떤 나란지도 모른다.

아마도 아메리카의 꿈을 안고 용기를 내서 낯선땅으로 가서 살아내겠지.
말해요 찬드라의 쇼크가 아직 있고 
하루아침에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이질감과 두려움이 어떨지
그 넘어의 희망은 무엇인지 궁금


 

 

 

 

 


타임머신 / H.G. 웰스 / 엔북


초등학교때 아동욕으로 나온 타임머신을 보았는데
그냥 봤다는 기억만 있다.
미래사회의 사람들이 그때의 나에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었다.
최근 에스에프를 보면서 뭐랄까, 굳이 계통과 계보를 따져서 보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읽어는 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고리오 영감 / 오노레 드 발자크 / 열린책들  

지난번 도서관 산책에서 빌린 디킨즈의 어려운시절을 아직 읽고 있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고전이 고전이라는 말을 획득한데는 이유가 있다.
거장의 필력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오래간만에 발자크를 들었다.
외제니 그랑제를 20년쯤 전에 읽었지.
뭐랄까 벽돌을 한장한장 쌓아가듯이 매우 고집스럽고 끈기있게
현실을 책으로 옮겨놓은 느낌이었다.
답답할 만큼 외고집이라는 느낌이 강했었어.
어떨지.


 

 

 

 

 

 예수전 / 김규항 / 돌베개 


2천년전 팔레스타인 인민을 위해 구원자로 나타난 예수의 삶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인데
김규항의 해석이라니 신뢰할 만하다 싶고
마르코복음을 읽기 위한 책
마르코복음이 가장 예수의 삶이 잘 남아 있나봐. 그 자체로 해석가능하게. 
틀림없이 예수는 대단히 매력적인 선동가였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떨지
혹은 그의 사랑을 짐작해 볼 만 한지
김규항은 어떻게 읽는지, 추석이니까 여유있게 즐겨볼 생각이다.


 

 

 

 

 

 
돌속의 거미 / 아사구레 미쓰후미 / 영림타디널


오직 인드리다손 때문에 영림카디널의 블랙캣 씨리즈를 신뢰하고 있다. 
지난 봄에 블랙캣 씨리즈중 캘리포니아걸을 빌려왔다가 바빠서 그냥 반납했는데 
미쓰후미는 리뷰에서 독특하다는 평이 많았던것이 기억나서 들고왔다. 


 

 

 

 

 

 
 고전산문 산책 / 안대회 / 휴머니스트


중학교 고등학교때 국어교과서의 것들은 외 그다지도 지루했을까 
두음법칙과 자음접변 문장의 서술구조 더나아가 어떤 문제가 시험에 출제되는지
그따위것들을 신경쓰느라 고전문학을 즐길수가 없었다.

열하일기를 읽고 박지원에게 놀랐을때라니
정민의 미쳐야미친다를 거쳐 김탁환의 조선추리소설 백탑파까지
음---, 이번에는 문장을 그자체로 즐기고 싶어서
뭐랄까 조선 후기 문장은 순하다는 느낌이있다.


  

 

 

 

 

 

깨긋한 매미처럼 향기로운 꿀처럼 / 이덕무 / 돌베개


내친김에 이덕무도 눈에 띄어 들고왔다.
이덕무는 천재인데 일상에서는 꼭 바보같고
문장은 순하고 착하다. 그러나 고집스러운것은 또 있어서. 
아하, 감탄하게 한다.
솔직하고 담백한 글이라 좋다는 느낌인데 보름달 밑에서 술한잔 나누어 좋을 걸.



 

 

 

 

 

 
역사속의 매춘부들 / 니키 로버츠 / 책세상


한번 읽어보고는 싶었는데 600페이지, 감당할수 있을지 망설이다가
추석연휴인걸! 질러버렸다.

로버츠는 영국에서 실제 매춘부였던 여성이고 그녀가 인류의 역사에서 매춘부들의 의미를 다시 쓴다.
돈과 권력으로 매춘을 즐기며 샀던 남자들의 시선이 아니라
가난하고 힘이없어 몸을 팔아 먹고살았던 여자들의 시선이다.

매춘하는 여성도 즐긴다고? 먹고살수 있는 여자들도 했다고?
그럼 '매춘'이라고 표현하지 않지.
돈주고 사서 즐기면서 그녀들을 더러운년, 나쁜년으로 몰아 소외시키는 것,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와 논리, 는 모두 저질 폭력이다.

다만, 부디, 어렵지 말아줘.


3.
휴가동안 온전히 쉰다고 생각해 그런가, 이렇게 놓고 보니 평소 보다 살짝 무거운듯도 하고
레이먼드 챈들러를 하나 빌려올걸 그랬나.  
아, 맞다. 미미여사를 하나 빌려올려고 했는데 아껴온 모방범은 어떨까 했는데
대출중이라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나른하게 서두르지말고 딩굴딩굴하며 충분히 여유있게 즐길 생각이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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