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리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46
로스 맥도날드 지음, 김수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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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이먼드 챈들러를 아껴가며 읽고 있는데
더이상 새롭게 읽을 말로가 없다면 아쉬울 것 같아서,
아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챈들러의 후예가 아마도 맥도널드 말고 또 있지 않을까. 마음이 놓여.


2.
루 아처는 말로를 많이 닮았다.
어깨의 힘이 더 빠지고, 조용하고 지적이다. 말로가 진화했다.
거친 폭력대신 절제된 발걸음의 느낌, 
감정도, 시간도, 말도, 좀처럼 낭비가 없다.  

이 탐정, 틀림없이 미남일거라 생각하다가 웃었다.
그를 노골적으로 꼬시는 여자가 없는 것도 맘에 들어
말로에게는 어찌나 유혹하는 여자들의 끈적끈적한 눈빛이 많던지. ^^


3.
맥도널드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관찰과 직관이 뛰어나다. 챈들러처럼
지친 사람들, 웅크리고 도사리는 눈빛, 외면하고 싶은 비루한 현실, 무엇보다
화려한 도시의 초라한 뒷골목을 문화로 만드는 솜씨에 경탄한다.
싸구려 삶의 불안함에 연민을 보내는 작가들의 눈빛을 나는 사랑한다.

더욱이 맥도널드는 기습에 능하다.
루아처를 따라 사건속으로 한발한발 몰두해서 들어가다 전혀 예상치못한 엉뚱한 순간에
절묘하게 사람을 탁 무장해제 시키며 맥없이 웃게만든다. 재밌다.


4.
그것은 남이 자신을 좋아해 주기를 바라면서 한번도 자신이 남을 좋아해 본적이 없는 그런 인간의 미소였다.

이런 문장이 좋다. 맥도널드가 자신의 방식으로 사물과 삶을 정확히 표현하는것.
삶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

유정 펌프만이 나무 그늘 없는 추상의 숲처럼 무심히 서있다. 그 끈기있는펌프는 태엽감는 동물처럼 고개를 흔들고 있다.

오세아노 거리는 한마디로 말해서 토지 부동산업자의 꿈이며 도시 계획가의 악몽이었다. 고갯길을따라 아파트 건물이 성냥갑처럼 늘어서 있었다. 거리에는 형성되어가고 있는 이윤과 빈민굴의 분위기가 뜨겁게 감돌았다.  

이런 거리를 우리는 잘안다. 대한민국 도시같은가봐.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까지
그상황이면 그사람이 정말 딱 그럴것 같은 적절함, 우리모두
알고있지만 표현하지 않았던 그런것들에 대해 참, 맥도널드는 선수다.

그녀의 눈은 10센트짜리 새은화처럼 스탠드의 빛을 반사했다.


5.
나는 외로운 말로를 사랑하는데,
루 아처는 더 차갑고 경계가 많다. 좀 더 읽어봐야 겠다. 

문득, 필립 말로와 루 아처가 만나면 어떤 팀이 될까? 
서로 존중하시만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고
손발이 잘맞지만 서로 말은 많이 하지 않을것 같은, ㅎㅎㅎ 

좋아하는 탐정이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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