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영치품 넣어주기
넣어줄 수 있는 물건이 많지 않다. 무슨 제한이 그렇게 많은지, 넣지 못하는 물건보다 넣을 수 있는 물건을 확인하는 것이 빠르다. 
  

겨울이면 장갑이나 토시, 두꺼운 티셔츠, 보온내복을 넣어주면 좋다. 물론 안에서 사기도 하는데 안에서 파는 물건은 참으로 시원치 않다. 특히 아직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사는 동지들은 추워서 이불을 몇겹 덮는다해도 아침이면 근육이 아프다. 자기전에 물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안고자기도 하고 양말을 몇겹씩 신고 자기도 한다. 한마디로 지지리 궁상이다. 넣어주는 양말 몇켤레, 티셔츠 몇벌이 추위를 다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역시 동지에 대한 마음이니까 따듯하다.

면회할 때 3만원 이하의 제한된 식품이긴 하지만 빵이나 과일 과자, 유제품을 넣어주는 것도 좋다. 미리 확인해서 독방에 사는 동지라면 한가지 종류가 너무 많지 않게, 혼거하는 방이면 같이 사는 사람들과 나누워 먹을 수 있게 몇가지 품목을 넉넉히 넣는다.

독방에 사는데 과일이 한꺼번에 5봉지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 나누어 먹을 사람도 없고, 규정에 어긋난다고 옆방의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수도 없다고 해서 아까운 사과를 혼자서 끼니때마다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사과 5봉지는 두고두고 먹는다해도 먹지도 않는 훈제통닭 10개가 들어온 날은 어처구니 없어서 웃었다. 손도 큰 내 동지들. 
 
반대로 5명이 사는 방에 같이 살던 언니의 동생이 면회를 왔다가 넣었다는데, 빵 한 개, 우유한개, 과자 한 개, 요구르트 한 개, 김하나, 김치 하나, 고추장 하나, 사과 하나.... 요렇게 들어와서 웃은적이 있다.
“언니, 두고두고 언니 혼자 아껴드시라네.”

먹을거보다 돈으로 넣는게 장땡이라고 말하는 동지들도 있는데, 반은 옳은 말이고 반은 틀린 말이다. 감옥에서 동지들이 넣어준 영치금 모아나오며 나는 ‘계돈’타서 나왔다고 표현했다. 해고된지 오래되서 수입이 없는데, 그 계돈으로 1년을 먹고 살았다. 스스로 뿌듯했다.


반대로 징역살면서도 근면하고 검소한 우리 동지들 중에는 동지들이 뼈빠지게 일해서 번돈 넣어주는데 관에서 주는 음식이외에 먹지 않는다고 굳이 아끼며 안사먹는 동지들도 있다. 먹는걸 직접 사서 넣어주어야 되는 동지들이다.

6. 책 넣어주기 
 
또한가지 중요하게 넣을 수 있는 물품이 책이다. 어떤 동지는 기왕 구속된거 자본론을 독파하고 나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하는데, 내 경우는 어려운 책 싫더라. 어두운 방구석에서 언손 녹여가며 자본론을 읽는 풍경이 그럴듯하기는 한데, 내 취향은 아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까. 안에 구속된 동지의 취향에 맞추어 넣어주면 된다.

내 경우는 추리소설이나 가벼운 책들이 좋고 가끔은 생전 안보던 화려한 여성잡지가 땡기기도 하더라. 면회온 동지에게 어려운책 말고 잡지나 좀 넣어달라고 했더니 시사주간지만 종류별로 넣어서 웃었던 경험이 있다. 
  

또 어떤 동지는 일부러 만화책을 준비해와서 넣어주려다가 만화책은 넣을 수 없다는 교도관의 말을 듣고 아니 왜 만화책은 안되냐고 우겨서 싸워서 넣었는데, 갇혀있는 내 손에는 전달되지 않았고, 교도소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출소할 때 주더군. 왜 그런지 모르는데 만화책도 안된다. 만화책을 나에게 넣어주려고 교도관과 싸우며 부득부득 우겨 그 자리에서는 어쨌든 넣어놓고, 막상 면회와서 구치소 유리벽 넘어에 서서는 눈물을 뚝뚝흘리며 말도 제대로 못하던 동지도 있었다.

7. 가족들에 대한 예의

구속된 초기에는 반드시 가족들을 직접 만나서 상황을 설명해 드려야 한다. 몹시 당황하고 걱정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물론 직접 만나서 설명해야 하는 입장도 난처하다. 내가 그런 것이 아닌데 마치 내가 동지를 구속 시킨 것 같고, 내가 잘못해서 동지가 감옥에서 징역 사는것같고 미안한 마음이 어쩔줄 모르게 한다. 그래도 마음은 전달된다. 구속된 동지의 부모님이면 내 부모님 같고, 구속된 동지의 형님이면 내 형님같다. 안타깝고 걱정하는 마음이 서로서로 전달된다.

구속된 동지가 어떤일을 하다가 어떤 상황에서 구속되었는지, 법적인 대응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재판과정은 어떤지, 변호사는 뭐라고 말하고 결과는 언제쯤 어떻게 나올 것 같은지. 무엇보다 언제까지 갇혀있어야 하는거고, 몸은 탈없이 건강한지.

처음에는 화를 내시던 분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어깨가 처지고 기운없어 하실 때 오히려 기운을 드려야 한다.

“구속된 동지는 정말 훌륭한 사람입니다. 선량하고 책임감 강하고, 굳은일 마다않고, 자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도둑질하고 사기치고 그래서 징역사는 것 아닙니다. 옛날로 치면 독립운동하는 아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장서서 일하다 징역살만큼 똑똑하고 바른 사람입니다. 마음 굳게 먹으시고, 면회가서는 웃어주세요. 밖에서 힘내셔야 안에서 사는 사람도 마음이 편합니다.”

명절에는 주변 동지들이 부모님 모시고 식사한끼라도 대접하면 좋다. 우리 아들이 그래도 좋은 사람들에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에 명절이 쓸쓸해도 좋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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