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정말이지 요즘은 한해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간다. 뭔가 무지 바쁘게 하기는 했는데 되는 일도 없이 바쁘다.

징역을 사는 사람에게 연말은 어쨌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는 하지만 줄지어 기다리는 빨간날들, 쉬는 날들이 반갑지 않다. 면회도 안되고, 하루에 30분씩인 운동시간도 없다. 심한 경우 연속해서 4일 5일을 문이 한번 열리지 않고 꼼짝없이 5명이 코딱지만한 방안에서 꾸겨져 있어야 하는것은 지겨운 일이다.

특히 노동운동을 하며 사는 우리는 언제든 감옥은 갇힐수 있는 곳이라는 결의를 하고 살기도 하고 실제로 별 탈없이 잘 살아내기도 하는데 그래도 감옥이다. 동지들이 구속되면 할 수 있는 애정표현을 다 해주자.

감옥에서 징역을 사는 동지를 위한 것이야 마음의 표현이니까 동지들이 알아서 잘들하지만 살아본 사람의 노하우를 담아서 징역사는 동지들에게 연말연초 애정표현을 하자고 제안한다.

1. 면회하기
1) 기본적으로 하는 것이다. 갇혀 있어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면회를 오는 사람은 노동운동을 하고 들어온 나밖에 없어서 함께사는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별다를 것 없는 말들, 안부의 말들이지만 면회를 하는것은 가장 즐거운 하루 일과임이 분명하다.  

 

먼곳의 동지를 찾아갈 경우, 수용인원이 많은 교도소에 갇혀있는 경우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편리하다. 예약은 해당교도소로 전화를 하고 주민번호와 주소를 불러줘야 하고 아침 9시부터 10시 11시 12시 이런식으로 정각의 시간만 받는다. 주의할 것은 4시에 맞춰가고 싶어도 4시에 이미 면회할 수 있는 인원이 다 차버리면 미리 전화해도 못하니까 일정을 미리 맞출수 있다면 며칠전에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2) 면회시간은 법무부에서 나온 수용자 지침에는 ‘소의 사정에 따라 30분 이내로 한다’ 고 되어있는데 보통 5분에서 10분이다. 불과 2년전만해도 5분하라고 해서 5분만 하지는 않았다. 30분 이하의 시간인데 왜 5분밖에 안되었는데 못하게 하냐고 면회온 동지도 안나가고 나도 우기면 그냥 10분이고 15분이고 했다. 내 기억에 나는 5분만 했던적은 없었다.  

 

그런데 망할것들이 요즘은 면회를 가보니 칸막이를 완전히 막고 마이크로만 들리는데 마이크를 아예 다른곳에서 통제하면서 5분이 지나면 끊어 버린다. 얼추 할말을 다 했으면 상관없지만 5분이고 7분이고 정해진 시간이 지났다고 할말이 아직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면 그 자리에서도 항의하고 나와서 교도관들에게 충분히 항의하고 오는 것이 징역사는 동지들에게 예의다.

항의 하면 보통 교도관들은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5분만 하는데, 한사람만 특혜를 줄수는 없다. 그리고 여기는 수용자가 많아서 어쩔수 없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지랄하네. 누가 우리만 특혜를 달래? 법무부에서 만든 규정이 30분 이내이니까, 최소한 니네가 만든 규정은 지키라는거고, 수용자가 많은것도 니네 잘못이고, 인원이 많으면 그만한 시설을 해놓고 사람을 가둬야지. 사람이 많다고 일부러 시간내 먼길 온사람을 5분지났다고 할말도 못하게 하고 나와야해? 그정도 관리능력 없으면 사람 구속시키지나 말든지. 죄없는 사람 끌고와서 이게 무슨짓이야?”

영국의 경우 수용인원이 가장 많은 교도소가 4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 이상의 인원을 한꺼번에 수용하면 수용자들을 인간적으로 충분히 배려하지 못하고 그러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결이든 미결이든 설사 죄가 있다해고 사회와 격리되는 것 이외에 인권의 침해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내가 살았던 대전의 경우 수용인원이 5000명이 넘는다. 이쯤되면 교도관과 수용자의 관계는 인간적이기 어렵다. 그것을 전제하고 있는 수용이고 수용인원 자체가 이미 인권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저 짐승처럼 가두고 감시하기에 급급하다.

2. 편지쓰기
1) 연말에는 일부러 예쁜 카드나 연하장을 보내도 좋고
2) 요즘은 인터넷으로 편지를 하면 날마다 쓸수 있고, 바로 다음날 전달된다.

편지를 쓰고 받는것도 하루의 큰 일과중 하나다. 생전에 그렇게 많은 편지를 쓰고 받아보지 않았다. 시간을 그렇게 보낼수 있어서 좋고 밖의 소식을 들어좋고, 나의 결의를 쓸수 있어 좋다. 평소에 잘 모르던 동지들의 새로운 면을 보는 것도 좋고 그렇게 받았던 편지들은 잊혀 지지않는다.

3) 재주가 좋은 동지들은 꽃이나 단풍잎을 잘 말려서 편지에 함께 보내주기도 하는데, 중학교때 이후 그런 편지를 감옥설면서 말고는 받아본적이 없다. 이런 편지를 보내주는 동지를 어떻게 잊을까.

4) 편지와 함께 소속사업장이 연맹, 지역 집회에서 나온 유인물들을 따로 모아서 일정기간마다 서류봉투에 넣어 등기로 보내는 것도 좋다.  

 

징역사는 사람은 담장 밖의 소식에 가장 갈증난다. 주요 사업의 경우 대의원대회 자료나 쟁점 사항들을 따로 모아 출력해서 역시 등기로 보내주는 것도 좋다. 마치 가뭄에 단비를 마시는 느낌으로 읽게 되고 오래간만에 마음이 설레이기도 한다.  

 

등기는 우체국에 직접 가서 보내게 되는데, 이때 그 즈음에 나온 기념우표를 한판 사서 함께 보내는 것은 센스! 감옥안에서는 별게 다 부럽고 신기한데, 남들은 다 일반우표 쓸때 예쁘게 편집된 기념우표 한판씩 등기로 들어오면 어깨가 으쓱해진다.  

 

동지에 대한 애정표현이란 마음의 표현이고 정성이다. 우리가 감옥이 아니라면 언제 소속된 사회에서 ‘있어’ 보겠는가. 물론 그 우표 자랑하고서 혼자 쓰지도 않는다. 이리저리 징역 함께 사는 주변사람들과 나누어 쓰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3. 국가인권위원회 자료 보내주기 
 꼭 보내줘야 하는것은 아닌데, 혹시 교도소에 잘 적응을 못하는동지나, 아니면 안에서 투쟁을 빡세게 하는 동지들에게는 보내주면 도움이 된다. 인터넷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사이트에 들어가서 ‘수용자’, 혹은 ‘수용자처우’를 검색하면 여러 가지 자료가 있다.

주로 수용자 처우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들이고 대략 400~500페이지로 양이좀 많은데 출력해서 역시 등기로 보내주면 된다. 썩 마음에 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만하면 안에서 교도관들과 싸울때 도움이 된다. 
 

4. 안에서 동지가 투쟁을 하는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투쟁을 하는데 밖에서 알게되면 일단 교도소 정문에 집회신고서를 내고 안의 동지와 소통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안풀리면 기자회견을 하고 그다음에는 집회를 해주면 된다. 인원이 많이 참가하기 어려우면 1인시위라도 하면 된다.

살아보니까 내가 안에서 싸우고 있는 경우에도 보통 밖에는 잘 말하지 않는다. 밖의 동지들이 오히려 바쁘게 싸우고 있고 나는 안에서 편한데, 동지들을 번거롭게 혹은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밖으로 알렸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것이다. 함께 싸워준다.

그 외 영치품을 넣어주는 것, 책을 넣어주는 것, 가족들에대한 예의등을 다음 지면에서 다루어보겠다. 당연히 아는 것이지만 잘못하는 것이기도 한데, 동지에 대한 애정표현은 넘쳐도 좋다. 부족하지 않게 하자. 우리 모두 노동해방을 위해 소중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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