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1.
1990년대초 서경식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구나.
그의 깊은 사색과 속깊은 눈빛은 우연이 아니었다.
온힘을 다해 그들을 이해한다.
빛나는 사람들, 독재와 폭력의 세기를 실패와 좌절속에서도 열심히 살다간 사람들
그들을 그자체로 이해하려는 서경식의 노력이 행간에 읽힌다.

2.
인물에 대한 짧은 평전이라 몰입하기 어렵고 매우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흐름으로 세계 근현대사이고 주제로 독재와 폭력에 저항한 사람들
혹은 고통속에서도 꾿꾿이 살아내야 했거나, 죽어야 했던 사람들의
흑백으로된 단체사진 같다.

3.
과거로만 읽지 않는다. 끊임없이 현재를 반추한다.
현제를 위한 거울로서 과거이다. 그래서
노스탤지어라고 그는 말한다.
저항하며 살아가는 힘이 되는 꿈이다.

4.
슬프다.
서경식의 사유는 늘 슬프다.
폭력과 독재와 전쟁과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간에 대한
탐구, 존중, 예의, 연민이 깊다.
그 깊은 사유속에 반복되어도 무감해지지 않는 소박한 사람의 심장이 펄떡이며
이렇게 이름없이 저항하며 모순에 찢기며 살다 죽어간 사람들을
악착같이 기억해야 한다고, 그것이 희망이라고
그는 고통스럽게 기억하고 기억한다.

5.
사라지지 않는 49인중 마지막이 오기순이다.
서승과 서준식의 어머니라고 말한다.
서경식은 서승과 서준식이 아니라 어머니 오기순을 기억한다.
마지막까지 사람을 긴장시키고 눈물나게 한다.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로
'뜻하지 않은 때에 예측을 뛰어넘어 빛을 발하는 저 민중들의 강인함과 지혜는
오기순의 것이고도 하다.' 고 했다.
두 형, 서준식은 17년 서승이 19년을 감옥에 갇혀 사는 동안
서경식 또한 미쳐날뛰는 야만적인 폭력을, 눈감고 싶은 현실을
묵묵히 자기것으로 체화하며 응시하며 살아낸다.
그가 어머지에게 바치는 헌사는 자기 존재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기억하며 쓴다고.

6.
서경식은 사건의 기승전결이나 연대기 순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한인물이 시대를 만나 어떻게 고민하고 사는지
그의 고통과 눈물과 웃음을 이해하는 것으로 온전히 기록한다.
역사의 기록이 결국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며 그럴때에만 의미있다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듯 하다.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사람들,
더욱이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사람이 '사라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 또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현재와 미래가 과거에 대한 반성위에
정의롭고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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