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르타쿠스의 죽음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1
막스 갈로 지음, 이재형 옮김 / 예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1.
막스 갈로의 로마인물 소설 씨리즈의 첫번째가 '스파르타쿠스의 죽음' 이다.
세계의 모든길을 로마로 통하게 했던,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바로 그
빛나고 찬란한 제국의 전통 뿐 아니라 문화와 삶까지
2천년이 지난후에도 예찬하는 자를 거느린 로마의 역사인물로
황제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닌, 귀족이 아닌
노예를 선정한 딱 그만큼의 양심과 예의가 막스갈로에게 있으나

막스갈로는 노예가 아니라 결국 로마인이라는 생각을 하며 입맛이 쓰다.


2.
스파르타쿠스에게는 '죽음'을 네로에게는 '비밀'을 티투스에게는 '승부수'라는 단어를 붙여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파르타쿠스는 노예가 아니라 자유민으로 살고자 죽음을 택한 인간이다.
굴종과 모욕을 벗고 사람으로 살려고 죽음을 택한 사람
그래서 그의 죽음은 노예가 말을 하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선언이다.
지는 싸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목숨걸고 할 수 밖에 없는 자의 마음을 로마인들은 모르지.

또한 '죽음'으로 기록되는 역사의 중요함을 막스갈로는 말한다.
그것은 비록, 지금은 힘이없어 죽더라도
사람다운 삶을 위해 온몸다해 싸우다 죽어간자, 그 이름이 남아 잊혀지지 않는자, 죽지 않는다는

그래서 스파르타쿠스를 2천년후에 다시 살리고 있다.

역사를 기록하는 것도 귀족들이고, 사건을 해석하는것도 귀족들이다.
로마의 귀족들은 아직 살아있는 노예들의 기억속에서 스파르타쿠스를 잊게 해야 했다.
죽음보다 두려운 고통속에 내던져질수 있다는 공포로 기억을 누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혀지지 않아 죽지않은 노예 스파르타쿠스의 존재는
날카로운 공포아래 숨죽여 있던 인간이고 싶은 노예들의 불안하고 슬픈 자존심이 아닐지.


3.
로마에서 노예들의 싸움, 서로 죽일 때까지 싸우도록 하고
개와 사자에게 던져주기도 하며 그것을 구경하는 것은
오늘날의 스포츠와 닮았다. 대리전쟁의 이미지.
심장뛰고 피흘리는 전투의 흥분, 그런 이미지
그걸 즐기다니.


4.
단한명의 여성등장인물 스파르타쿠스의 여자, 아폴로니아
여사제, 디오니소스의 여사제
술먹고 취하고 예언하고 욕망을 숨기지 않는, 스파르타쿠스에게 딱 어눌리는
함께 살고 함께 싸우는 노예 전사


5.
노예 반란군 지도부의 전술논의 장면이 있다.
매순간  긴장하고, 배고프고, 쫓기며, 이 세상에 아군은 없는
죽음의 순간을 잠깐 미루어 놓고,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전술논의는 그 판단의 순간마다 얼마나 무거웠을까.

6.
군더더기 없는 서술.
막스 갈로는 필요한 말들만 경제적으로 그러나 시적이고 사사적으로 쓴다.
읽는 흐름에 막힘이 없다.

7.
막스갈로, 그래봤자 당신은 로마인이다.

노예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원시적인, 야만의 이미지이다.
늑대처럼 자유롭고 춤을 추고
로마인들은 권력의 화신이든, 폭력적이든 세련된 문명의 이미지다.

특히 유대인 치료사 자이르는 재수없다.
자이르는 구경하면서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자이르의 시선과 막스갈로의 시선은 일치한다.
노예들의 약탈과 전투후 살육에 대해 '짐승','동물'이라고 말하며 로마인들과 뭐가 다르냐고
결국 짐승같은 노예들일 뿐이라고
반성할 것을 촉구하고 양심적인 척 하며 평가하고 앉아있다.
몸은 노예이나 머리는 로마인인, 자이르

꼴깝 떨고 있네.   

원형경기장에서 노예들끼리 서로 죽이는 게임을 일상적으로 즐긴 로마인에 대해서는
그들의 넘을 수 없는 힘에 대해 두려워하고, 결국 그들이 이긴다고 고백하지만
로마인 모두를 '동물' 이나 '짐승'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그들에게
'인간적인'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발가벗고 칼에 맞서는 노예들이 승리후 벌이는 살육을 짐승이라고 한다.
그 노예들이 절대 이길수 없는 전투,
피뭍은 승리에 취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짐승같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감히 로마인 주제에 할말은 아니지.
니 입술과 손에 묻은 노예들의 피를 보렴.


8.
오로지 스파르타쿠스만 영웅으로 만들기위해
다른 모든 노예들은 그의 뛰어남을 검증하는 배경으로만 씌였다.
참으로 로마인 스럽지.

노예가 스파르타쿠스를 쓴다면 시적이기 보다는 논쟁이 더 많았을 것이다.
2년이 넘에 수백만의 노예가 공동생활을 한거다.
도시를 점령하고 약탈할때 사신처럼 포악하고 짐승같은 눈빛으로 날뛰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의 기본적인 공동체의 규율이 있었을 것이고
싸움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수많은 작은 스파르타쿠스들의 고민이 논의되었을 것이다.
노예들은 그걸 기억해 주기  바랬을거야.


이름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사람답게 살고자 했던
그 반란전쟁에 동참한 많은 노예들의 웃음과 눈물과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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