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등학교때 나는 수학과 영어시간에 수업을 들은 기억이 없다.

수학이나 영어시간이면 만화책을 읽든지 '하이틴 로맨스'류의 책을 읽었다.

아마도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들은 우리의 딴짓을 알았을 것이다. 

 

언젠가 나이 많은 선배와의 이야기 도중 하이틴 로맨스가 화제에 오른적이 있다.

그 가볍고 어처구니없이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이야기가

선배는 혐오스럽다고 했던 것 같다.

 

"선배, 하이틴 로맨스는 책이 아니야. 생필품이야."

 

물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나에게 하이틴 로맨스라는 생필품은

더이상 효용가치가 없어졌지만

그시절,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음에도

'학교수업'에서 소외되어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던 많은 우리들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그런 드라마에 익숙해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드라마는 하이틴로맨스 수준이다.

드라마 또한 생필품이다.

 


 

 

 

 

2.

흔히 스카페타 씨리즈라고 불리는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 시리즈들.

 

'케이 스카페타'

매력적인 여성, 똑독하고 날씬하고 예쁘고

짙은 감색과 회색의 정장을 즐겨입고 최고급 차를 몰고다니는

성공한 법의학 의사

 

그러니까 드라마 같은 구조다.

개성적인 캐릭터의 사람들

거기에 법의학이라는 전혀 보통 사람들이 알지못하는 지식과

추리소설 자체의 사건발생과 극적인 진행이 관건인데

 

재밌다.

한번 손에 들면 내일이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겨야 하는 중독성

스카페타와 마리노의 티격태격 서로 헐띁으며 하는 애정표현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이 나이를 먹고 스카페타의 똑똑하던 어린 조카는 대학을 가더니 일을 함께하고

씨리즈를 더해 갈수록 함께 나이먹는 느낌까지 더해져 더욱 좋다.

 

반드시 봐야하는 주말드라마는 있는게 좋은 것인지

없는게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불길한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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