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가는길에 생각한 올해 팥쥐의 목표

첫째는 지금처럼 계속 예뻐야 겠다. (ㅍㅎㅎㅎ)
둘째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번은 달래와 남산으로 산책을 간다.
셋째는 최대한 많이 쉰다.

나의 삶이 불꽃처럼 날카롭고 아름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20대가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면 두려울 것도 없고, 미련없이 즐겁게 살아질거라 생각했다.
살아보니 미련은 없지만 두려운 것은 많고 가끔은 즐거울 시간도 없더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가 생긴 2003년 이후 5년이 지났다. 2003년 해고된 이후 2008년이 시작되는 지금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아직 지회조합원이고 싸움의 현장에 있다.
돌아보면 조합원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기도 하고, 끝없는 신뢰를 받기도 하고, 회사 관리자 경비들과 몸싸움으로 피가 나기도 하고, 납치되어 논바닥에 버려지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즐겁고 자랑스럽기도하고. 스펙타클, 버라이어티, 쌩쑈 같기도 하다.

세가지로 나누어 놓았지만, 실은 많이 쉬고 운동도 해서 젊게 살아보자는게 목표인 셈이다.

2003년 이후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것,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동지들의 죽음' 이다. 바로 며칠전 까지도 굳게 악수하며 인사하던 동지가 몸에 신나를 붓고 불을 붙여 스스로 선택하는 죽음은 오래도록 내안에 머물며 내몸을 누른다. 그들이 비겁하거나 약하지 않은 정당한 싸움을 하는 강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나의 인정은 그래서 나를 더 무력하게 만든다. 너무 많은 열사들을 뒤로하고 그런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길이 보이지 않으니 스스로 더욱 한심하다.

우리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투쟁을 함께하는 동지들에게 열심히 열심히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뭉쳐서 싸우면 좋은 세상이 저기 저 산너머에 진달래꽃 처럼 피어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시냇물과 저산만 넘으면 겨울가고 봄이 오듯이 불평등이 없고, 억장이 무너지는 억울함으로 가슴칠 일이 없는 세상이 바로 저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면, 그게 사실이면 다시는 스스로 몸을 죽이는 동지들은 없을 것 같다.

바로 저기 봄바람이 불듯이 설레이는 노동해방 세상이 있다고.

그때가 언제인지 모른채, 서른 일곱이 되버렸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고,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정돈된다.
언제부터인가 예쁘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말과 비슷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불꽃처럼 날카롭고 아름다운것이 이제는 부담스럽고 피곤하다고 느끼는 나이.
서른 일곱이 되니까 살아가는 일에도 쉬어가는 페이지가 여백으로 넉넉히 있어야 '무리'가 없다는 걸 안다. 무리가 없어야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스스럼없이 웃으며 산다.
노동자들의 눈물과 한숨이 강이되어 가는 혁명의 막다른 고비라 할지라도 무리없이 사람들 마음의 이치를 다치지 않으며 물결처럼 순하게 가고 싶다.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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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사람 2008-01-1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랜만에 씩씩한 투쟁가 한 곡 들어보는 것 같아 신선하고도 낯설군요. 님이 꿈꾸는 세상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올 한 해 만드시길~~ 으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