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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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아는 탐정중 가장 무능하고 얄미운 탐정이 간다이치 쿄스케다.
옥문도에서도 그렇지만, 팔묘촌에서는 못봐주게 한심하다.
줄줄이 사람이 죽고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주제에
비듬있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나는 진즉에 범인이 누군지 다 알고 있었는데.... 한두가지 알수없는게 있어서 입 꾹 다물고 구경하고 있었지롱..."
이런 식이다. 기도 안차지.

2.
그런 간다이치 쿄스케를 일본 독자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소년탐정 김전일은 결정적인 순간에 비장한 표정으로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결의를 밝히는데, 그 할아버지가 간다이치 쿄스케다.
내 보기에 청출어람이라고 할아버지 보다 김전일이 유능하다. ^^

간다이치 쿄스케의 손자를 탐정으로 내세우는 작품이 있을 정도로
일본 사람들이 무능한 긴타이치 쿄스케를 좋아한다는 것은

3.
요코미조 세이시가 그런 작품을 쓰기 때문이다.
가장 일본스러운, 일본의 전통문화가 잘 들어간 미스터리를 그는 쓰고자 했다.
추리소설의 트릭이나 반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귀신이 들어간 옛날이야기를 하듯이 어둡고 괴기스러운 분위기
고립된 일본의 전통 마을, 속의 과거와 현제를 오가는 사람들의 관계
기모노, 하이쿠 그림이 들어간 병풍, 폭포든 나무든
소름끼치지만 묘하게 일본식으로 아름다운,
반드시 미녀가 나오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게 미소짓는 그녀들의 눈빛은 차갑고
그런 느낌들.

전후 폐허가된 사회를 제건해야 하는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는 아름다운 추리소설에 거뻤을 것 같다.

패전후 패배의식을 극복하고 경제를 일으켜야 하는 시대에
어쩌면 일본스러운 것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때 등장한 긴다이치 쿄스케는
서민들이 입는 전통의상을 걸치고 비듬을 날리고 가끔 말을 더듬는
밉지않고 잘난척하지 않는 오히려 어눌해 보이고 촌스러운
탐정으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장 일본스러운 추리소설은 한국독자에게도 가감없이 재미있다.

4.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수첩을 꺼내들고
이집안과 저집구석과 다시 요집의 가계도를 그리며
누가 누구 아들이고 그 아내는 누구고 그 누이동생이 있고....
퍼즐맞추듯이 마을 사람들을 그리고 나서야 스토리가 읽히는데
뭐, 그정도 수고는 아깝지 않다.

5.
옥문도와 악마의 공놀이 노래는 그 재미가 우열을 가리기 어렵고
팔묘촌은 조금 떨어지고 허탈하다.
그래도 요코미조 세이시다.

다음에는 혼징살인사건을 읽어볼 생각인데, 좀 아껴두었다가... ^^
아직 안읽은 요코미조 세이시가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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