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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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더 필요하다 ^^)

1.
'자살'이란 사회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행위이지만
타인과 나누기 어려운, 순전히 개인적인 결심과 실행의 문제인데
더이상 살지 않기로 결심한 자들이 '모여서'
여행을 한다는 발상이 '기발' 하다.

어차피 단체로 곧 죽을거니까 두려울 것도 없고
오죽하면 죽으려하겠어, 서로서로 니맘이 내맘이고
어차피 곧 죽을거 오늘 안죽으면 또 어떻고
죽을 결심을 하다가도 살았는데 못살것도 없고

'죽음은 알아서 수확을 거두어 가는걸, 스스로 목숨을 끊을 필요도 없다'


2.
처음보는 핀란드
북유럽의 나라들은 숲이 우거진 모범적인 복지국가들이라
사람들도 순하고 편하게 살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감성이 따듯하고 엉뚱하게 재치있다.
자살을 소재로 삶을 말하는데 어둡지 않고, 가볍지 않다.
자살을 소재로 능숙하게 삶에 대해 말한다.


3.
작자의 내공이 범상치 않다. 책 표지에 있는 작자사진의 표정도 범상치 않다.
마치 장난꾸러기 아이가 약올릴때의 흥미진진한 심술궂은 표정으로 날본다.
"니가 사는게 뭔지 알아?"
시비거는 듯하다.  


4.
몰두해서 정신없이 눈으로 활자를 쫒아가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서술로
나도모르게 ㅎㅎㅎㅎ 웃어버리며, 긴장을 탁 이완시키는,
독서삼매경의 즐거움.....오랫만이야. 반가워.


5.
핀란드, 이름만 들어본 알지 못하는 나라의 처음본 소설이 너무 재미있다.
나는 이제 이 세상에 내가 미쳐 읽지 못한 아주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다 읽지 못하고 죽을것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딱 그만큼 늙었다는 생각을 문득,

6.
2005년 11월 처음 인쇄해서 2007년 8월에 12쇄이다.
더 많이 팔려도 좋을 걸.

한달쯤 아니면 그 이상 쉬었다가 아르토 파실린나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파실린나, 반가웠어요. 
당신처럼 잘 쓰지는 못하지만, 나도
사는게 뭔지 살짝은 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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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사람 2007-12-1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핀란드, 살인은 단지 100여 건 인데 매년 1500여 건의 자살이 일어난다는 우울한 나라. 이 책을 읽고 핀란드에 꼭 여행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얼마나 꾸리꾸리한지, 얼마나 축축한지... 그래서 자살할 충동이 이는지, 내 기분을 쓰잘데기없는 실험대상에 놓아보고 싶어서리~~ 아, 그땐 왜그랬을까~~~

팥쥐만세 2007-12-1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실험안해봐도 알것같은데요.
소주 한짝 들고 가면 아마도
사는게 뭔지 가족들 보고싶어서 얼른 오고 싶어지실걸요.

시골사람 2007-12-1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제가 소주 좋아한다는 걸 우째 아시고 ㅎㅎ
팥쥐 만세님 글 덕분에 기발한 자살여행 보고나서 바로 구매한 파실린나 작품 "목 매달린 여우의 숲'을 퍼뜩 떠올렸어요. 2005년 5월 12일자로 저희 집에 발송되어 지금껏 묵혀 있던 책이지요. 어째서 그 책을 사고나서 한번도 펼쳐 든 적이 없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기억을 되살렸으니 조만간 읽어볼랍니다. 어쨌든 덕분입니다아~~

팥쥐만세 2007-12-1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냉큼 사놓고 푸욱 묵히는 책이 종종 있어요.
사놓기만 해도 배부른 느낌이 들때도 있고. ^^
잘됐네요. 목매달린 여우의 숲도 제목이 범상치 않쟎아요.
저는 기발한 자살여행의 늪에서 좀 빠져나온후에
파실린나의 다른 작품들 읽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