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정규직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그것도 가장 앞에서 투쟁하다 해고된 동지들 중에는
당장 먹여살려야 할 가족들의 생계때문에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돌려 우리 노동조합을 떠나야만 했던 동지들이 있다.

해고된 동지들이 아직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꼭 우리만의 잘못은 아니다.
류기혁열사 투쟁과 후퇴이후
패배의식 낮게 깔린 현장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조합원동지들도
가끔 차비조차 없고,
어떤날은 현관에 0일까지 돈을 내지 않으면 수도를 끊겠다는 딱지도 붙어있어도
포기하지 못하고, 포기하지 못하고
버티고 있는 나또한 해고된 노동자이고 

 어쩔수없이 투쟁을 함께하지 못하고 노가다하러다니는 동지에게
가끔 안부전화 하는 것조차 마음이 아파 미안한 이유는
그동지가 현장에서 얼마나 성실하게 일잘하는 노동자였는지
함께 투쟁하던때 보여준 진지함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던 그 눈빛과
남을 먼저 배려하던 결고운 마음과

그런데 우리는 동지의 해고를 막지 못했고
그로인해 닥쳐온 무서운 가난을 함께 극복해주지 못했고

오래간만에 동지부부와 밥을 먹었던 지난 말복날
유난히 하얗던 피부가 여름 햇살에 검게 그을린 동지의 얼굴에
아직도 여전히 남아있는 진지함과 성실함에 여전히 맑은 눈빛에
내가 언니라 부르는 함께 밥먹은 부인의 씩씩한 목소리에
자주 연락하자고 헤어져 여태 전화한번 못했는데

 

2. 시장 골목에서 누군가 반갑게 이름 불러 돌아보니
언니가 앞치마 두르고 떡볶이 장사를 하고 있다
죄지은 사람마냥 가슴이 덜컥 흔들리는 나에게
어쩌면 그렇게 밝게 웃으며
남양건설현장으로 노가다하러 가서 주말에만 온다고 동지의 근황을 말해준다

언니 자주 올게요. 많이 파세요.
웃으며 돌아서 오는데
오래전에 아물었던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것처럼
발밑으로 눈물이 자꾸만 흔들린다.

 

3. 그렇게 쉽게, 그렇게 뻔뻔하게, 그렇게 태연하게, 그렇게 많이
우리를 해고했던 현대자동차 자본은 결코 모른다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한다는 것이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다는 것을 우리가 멍청해서 모르는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결의와 투쟁의 행간에 있는 눈물과
해고된 후에도 계속되는 우리의 가난한 삶에도

다만 우리는 사람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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