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시대 - 에릭 홉스봄 자서전
에릭 홉스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1.
가끔 프랑스나 영국의 새들은 우리보다 넓은 하늘을 날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그 동네 사람들이 무턱대고 부러울 때가 있다.
마치 그들은 늘 지성과 토론에 자유롭고 합리적인 이성에 의해 논리적인 판단을 하며 사회를 꾸려가는듯이 느껴질 때마다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 와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생각한다.
자본주의를 고도로 발전시켜 그 모순의 폭발을 격고 자본과 임노동의 계급적 갈등을
식민지에서 수탈한 초과이윤으로 잠재운 그들은
물론 노동자계급에게 이윤을 조금 더 나누어주기까지 아주 많은 젊은 피와 열정이 아낌없이 바쳐졌다는 것을 기억하려 한다.

혹시 영국이나 프랑스의 하늘이 더 넓다면 공짜가 아니라는 얘기지.^^


2.
그리하여 홉스봄은 차분하게 서두르지 않으며 소박하고 깊은 노인의 직관과 지혜를 들려준다.
피로 얼룩진 20세기는 또한 극단적인 배신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 한세기 공사당을 배신하지 않으며 배신해야 할 이유를 모르며, 혹은 배신할 시기를 놓치며
우직하고 성실했던 자신의 삶에 대해 교만하지 않은 자부심은 타당하다.

오래동안 성실하게 산 노인이 자기 삶을 돌아보며 이만큼 낮은 목소리로 당당할 수 있다니. 부럽다.


3.
똑같은 시기 우리 땅의 젊음들은 훨씬 날카로운 좌우대립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밑에 숨죽여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와 정의를 위해 헌신한 선배들의 육성을 대부분은 듣지 못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이미 죽임을 당했으므로.

오직 욕망에 의해 더 많이 더 노골적으로 착취하려는 자들의 피묻은 입술과
한때 민주를 외쳤던 것을 명함삼아 권력을 향한 욕심을 감추지 않는 천박한 자들의 자서전이 넘쳐난다.
드러운 것들.


4.
그러나 홉스봄에게 부끄럽지 않을 선배들이 많다. 
지식인의 삶으로 본다면 리영희 선생의 '대화'를 함께 보면 동시대를 다른 곳에서 살아간 두 사람의 현인을 비교할 수 있다.
순전히 우연에 의해 어느 곳에 태어나는데 이렇게 다르다!!! 
내가 백년 쯤 산다면 나에게는 어떤 세기일까? 혹시 지긋지긋하고 지루하다면 내가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겠지.^^

'흥미로운 시대'를 산 홉스봄 오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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