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글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화된 그림들이 따듯하다. 

모지스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서전이고, 그녀는 세상을 아름답게 회상한다. 

세려된 기교로 욕심내지 않고, 그러나 정성껏 자신의 지나온 삶을 예찬한다. 

그 긍정의 힘이 단정하다.

그녀의 그림이 재미있는건 과거의 어느때 풍경이든, 사람이든 넒은 공간을 조만하여 본다는 거다. 

모지스의 생가는 하늘과 숲과 길이 연결되어 푸른 나무와 꽃이 어울려있고 

소풍이나 퀼트모임처엄 사람이 나오는 장면 또한 전체를 조망하여 통으로 그린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행복하고 유쾌한 장면들이다. 

한사람을 그리는 법이 없고, 꽃이든 정물이든 한 대상을 그리지 않는다.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우리는 그때 행복했다고 그림이 말한다. 

밝고 화사하게 이런 그림을 그리고, 이런 자서전을 쓴 사람은 행복했겠다. 

그 행복이 독자에게도 전염될듯한 책이라, 좋다. 


어는 겨울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폐렴이었어요. 하루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마가렛, 내가 벽에 그림을 좀 그려보면 어떻까?"라고 물었어요. 어머니는 깔끔하기만 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방 한구석에 지난봄 조지 호수에서 본 풍경을 그렸어요. 그 그림이 얼마나 예뻤는지 어머니는 좀 더 그려보라고 권했고, 아버지는 집안 벽 곳곳에 다양한 풍경을 그렸어요. 그 벽지를 오래도록 썼지요.

어릴적의 이런 경험은 평생을 풍요롭게 하지. 이집안이 원래 그림을 잘그리나봐.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할머니가 92세의 나이 1952년에 쓴 책이다.  

그녀는 평생 일을 한다. 

내나이 열둘에 밥벌이를 하려고, 소위 식모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열두살에 식모살이를 시작하여 15년 정도 가정부를 하다가 남편을 만나 버지니아에서 농장을 운영한다. 

열명의 아이를 낳고 끊임없이 일을 한다. 

손재주가 좋아 찜이나 버터를 만들면 상을 받았고, 내다 팔면 잘팔린다. 다 일이다. 

소박하고 밝고 환한 이야기



2. 

아직 산업화되기 이전 시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편안한 그림들을 읽다가 문득 이상도 하지. 

그녀의 그림과 글에는 두차례의 세계대전도 남부 흑인에 대한 차별도 없다. 

일찍 죽은 아이들에 대한 애통함도, 사람은 언젠가는 죽으니까, 남편의 죽음도 고통이나 원망이 없다.

어떻게 이렇게 살지? 

92세의 할머니가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회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욕심내지 않고 물흐르듯이 운명을 받아들이며 작은 행복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았던 할머니구나, 싶지만 석연치않다. 


모지스 할머니가 살았던 시대는 두번의 세계대전이 사람을 죽였고, 남부흑인들의 고통이 비참했으며

여성들은 선거권을 위해 투쟁했고, 그 유명한 헤이마킷의 총성으로 메이데이가 유래된 

끓고 있는 솥단지처럼 부글부글, 야만적인 자본의 탐욕에 고통이 증가하던 시대

미국 남부 모퉁이에 이 모든 일과 무관한듯이 행복하게 살았던 할머니가 실제로 있었다 한들 

마치 저시대 모든 미국인들이 저렇게 행복했던 것처럼 선전하면 곤란하다. 

저시대 행복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이 모지스할머니처럼 운명을 받아들일줄 몰라서 불행했던것으로 정리해도 곤란하다. 

부지런하고, 손재주있고, 영리하고, 낙관적인 그녀에게 감탄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