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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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 네스뵈의 서문이 인상적이다. 

여기 이 셰발과 발리의 어깨는 오늘날의 모든 범죄소설가를 포용할 수 있을 만큼 넓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위헤 서 있다. 셰발과 발리의 책을 한권도 안 읽은 사람이라도, 그래서 자신은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어깨위에 서 있다. 왜냐하면 셰발과 발리는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 조르주 심농 같은 작가들과 더불어 범죄소설이라는 장르를 구축하고 독자들이 범죄소설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자체를 처음 만들어낸 이름이기 때문이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리가 북유럽 복지국가의 변두리를 좌파의 눈으로 써낸 범죄소설 시리즈. 

셰발과 발리가 한장씩 돌아가며 썼다니 톡특한 방식으로 쓰면서, 그자체를 서로 즐겼다는 생각이 있다. 

내가 쓴 장의 다음 스토리를 상대가 어떻게 쓸지 궁금했을 것이고, 서로 엄청 신뢰하는 마음을 주고 받으며 즐거웠겠지.

이번에는 해리 홀레시리즈의 그 유명한 요의 서문이다. 

독자들이 범죄소설에 무엇을 기대할까? 흥미로운 질문이다. 나는 범죄소설에 뭘 기대하는거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도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그러라고 문학이 있는 것이다. 

물론이다! 그러라고 문학이 있는 것이다! 멋진 문장이다. 

나는 아이슬란드가 그랬어. 

북유럽 추리소설의 매력을 처음으로 알게된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덕분에 그 서늘한 느낌의 나라가 늘 궁금하지. 



2. 

군발드 라르손은 키가 192센티미터였고 몸무게는 98킬로그램이었다. 어깨는 헤비급 권투 선수처럼 두툼했고 큼직한 두 손은 덥수룩한 노란 털로 뒤덮여 있었다. 금발 머리카락은 뒤로 깨끗이 빗어 넘겼고, 불만스러운 두 눈동자는 푸른색이었다. 콜베리는 라르손의 인상착의를 묘사할때 늘 "오토바이광의 표정"이라는 표현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범죄소설이 어떤 양식이고 어떤 문체인지 만들어낸 작가들이다. 

라르손 캐릭터는 재밌어. 오토바이광의 표정은 어떤 걸까? 알듯 모를듯.^^;

지난 작품에서는 코끼리같은 기억력을 자랑하는 꼴초 형사가 인상적이더니 이번에는 라르손이 재밌네. 


수사는 죽음의 무도였다. 여태껏 단서는 거의 없었다. 세살짜리 꼬마와 비정한 범죄자에게서 얻은 막연한 인상척의, 지하철 승차권, 추적 대상의 정신 상태에 대한 막연한 해석, 모두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가 심란한 것들이었다. 

10대 여자아이를 공원에서 강간살해하는 범인을 쫒지만 좀처럼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 

CSI와 달라도 많이 달라. 지문도 DNA도 목격자도 없다. 

어쩌면 실제 수사는 이런 작업일 것이다. 

시민의 제보로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지만, 아주 오랜시간 여러사람을 만나 묻고 듣고 확인하는 작업. 


하지만 어쨌든 일제 검거는 예정되어 있었고, 예정대로 실시되었다. 11시쯤 작전이 개시되자 범죄자들의 은신처와 마약 소굴로 소문이 들불처럼 번졌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도둑, 장물아비, 포주, 창녀는 다들 납작 숨었고, 중독자들마저 대부분 그랬다. 불시 단속은 시간이  흘러도 처음의 기세를 잃지 않고 줄곧 강경하게 진행되었다. 경찰은 도둑 하나를 현장에서 검거했고, 자기 보존 본능이 부족했던지 지하로 숨지 않은 장물아비 하나를 잡았다. 경찰은 사회의 찌꺼기 구성원들을 취저어 놓은데 성공한 것 뿐이었다. 노숙자, 알코올의존자, 마약중동자, 모든희망을 다 잃은 사람들, 자기들의 복지국가가 돌멩이를 일일이 들추듯 뒤지는데도 기어서 도망칠 여력조차 없는 사람들 

공원에서 잔인한 범죄가 발생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니, 

뭔가 성과를 내기 위해 윗분들의 득달같은 지시로 일제검거를 실시한다.

이런방식을 주도면밀한 범인이 잡힐 리가 없다. 

다만 복지국가의 돌멩이 아래에 사는 사회의 찌꺼기 구성원들이 번거로워질 뿐. 


복지국가도 아니고 신자유주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돌멩이 아래 찌거기가 된 사람들이 있다. 

높은 자살율을 피해 사는 사람들, 노숙자, 알코올의존자, 마약중독자가 아니라도.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장점은 이런 현실감이다. 

스웨덴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배경으로 진지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언급할때는 측은지심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근육질 영웅서사가 아니라 좋고, 악셀을 밟듯이 스토리가 질주하지 않아서 편안하다. 


다음시리즈인 웃는 경관은 동서미스터리북스로 2012년에 이미 보았고 

그때 더많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원한다고 리뷰를 남겼었지. 

엘릭시르 덕분에 소망이 이루어진 셈이다. 다섯번째 마르틴 베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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