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5
시마자키 도손 지음, 노영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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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묵과 먼지로 더러워진 낡아빠진 옷을 입고, 책과 수첩 따위를 보자기로 싸서 옆구리에 끼고, 발에는 나막신을 신고 도시락을 들고 있다. 많은 노동자가 사람 무리에서 느낄 만한 부끄러움 - 그런 생각을 가슴에 안고서 다카조카치에 있는 하숙집으로 돌아갔다. 

일본 자연주의 문학의 계보 맨 위에 있는 작품이다. 

도손 뿐 아니라 일본문학 잘 모르지만, 좋다. 

문장이 단정하고 조단조단 차분차분 안정감있는 문장으로 격한 감정이 요동치는 성찰을 보여준다. 

노동자가 사람 무리에서 느낄 만한 부끄러움, 이란 뭘까. 

노동자도 사람인데. 왜 부끄러워야 하는 걸까.  

일을 하느라 더러워진 낡아빠진 옷을 입고 나막신을 신고 도시락을 옆에끼고 퇴근하는 스물네살 

백정집안 출신을 숨기고 선생님이 된 청년 우시마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부끄럽다. 


이런 예민함이 도손의 특징인지 일본 문학의 특징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프랑스문학의 감성은 권태이고 러시아문학의 감성은 광기이고 최근 보고 있는 미국문학의 감성은 우울과 두려움이던데. 

뭐가 이렇게 부끄러운 걸까. 굳이 도손의 백정이 아니라도 말이다. 

지식은 일종이 기갈이다. 

맞다. 다행히 독서는 일종의 쾌락이라. 허겁지겁 페이지를 넘길때가 있다. ^^


렌타로는 빈민, 노동자 혹은 신평민의 생활 상태를 연구하고, 사회의 밑바닥에 흐르는 맑은 물을 퍼낼 때까지 끝없이 노력할 뿐만 아니라, 또 그것을 독자 앞에 내밀어 자세히 설명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싶으면 몇번이나 되풀이해서라도 독자의 가슴속에 심어놓으려 했다. 

백정출신 작가 렌타로를 우시마쓰는 선배라고 생각한다. 

도손은 렌타로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걸까. 그보다는 존경하는것 같아. 


나는 백정이다. 

그러나 그것을 떳떳이 말할 수 없는 이시마쓰는 부끄럽고 아프다. 

너무 예민하게 아플 뿐 아니라, 교활한 자들의 함정은 뻔히 보이고 

천천히 응원하며, 천천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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