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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동어미화전가 ㅣ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6
박혜숙 편역 / 돌베개 / 2011년 12월
평점 :
고생대로 할 지경엔
그른 사람이나 되지 말지.
그른 사람 될 지경에는
옳은 사람이나 되지그려.
옳은 사람 되어 있으면
남에게나 칭찬 듣지.
- 청춘과부에게 주는 말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들의 수다엔 언제나 간단한 먹거리와 차가 필요하다.
한자사투리(...)로 되어 있는 매우 어려운 시가을 돌베게에서 알아듣기 쉽게 번역해놓았다. 그렇다. 이번에 본 책은 고전시가이다. 조선시대 후반에서야 여성들이 글을 배워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에 여성들이 지은 시가들이 알려진 경우가 별로 없다. 허난설헌처럼 동생 덕에 이름이 나는 경우, 혹은 황진이처럼 외모도 매우 빼어난 기생일 경우에나 간신히 이름이 알려질 뿐이다. 덴동어미화전가도 정확히 말하자면 작자 미상이다.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충청도 여성들이 산으로 들어가 꽃구경을 하며 화전을 구우러 가는 연중대행사가 있다. 그 와중에 청춘과부가 자신의 남편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판을 망치기 시작한다. 그러자 덴동어미가 그녀를 달래며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략 그녀는 4명의 남편이 있었지만, 모두 잃어버리고 아들 하나 딸린 채 친정으로 돌아온 비운의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춤을 추었고, 사람들과 더불어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였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지만 좋은 날에는 마음껏 즐기자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아직도 남편이 사망할 경우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덴동어미처럼 하류층일 경우엔 더더욱 그럴 확률이 높아진다. 사실 화전이라는 음식도 조그만 떡에다가 꽃잎 하나 올려놓는, 매우 조그만 사치이다. 그러나 인생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남은 과부들에게는 어딘가 득도한 것 같으면서도 악착같은 면이 있다. 그래서 홀아비라는 단어보다는 과부가 좀 더 나아보이는 지도 모르겠다. 현대 여성들의 의식에 걸맞지 않는 생각들이 등장하지만, 어디에서나 여성들의 인생역정은 그닥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 글에서 발견할 수 있다.
김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