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악마
제임스 조이스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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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본문에서 큰 그림을 보시면 금방 아실 테지만,

여기서 악마 그림이 제임스 조이스로 나온다.

 

 손자에게 쓴 편지에 있던 글이라고 하던데, 아이가 금방 알아들을 수 있을까 싶다. 물론 제임스 조이스의 다른 글들에 비하면 이 글은 너무 쉬운 편이라서 한 눈에 봐도 이 글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괴팍한 사람으로 통했던 그는 더블린 시장을 욕하고 악마를 변호하고 있다. 또한 제임스 조이스 작품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추신에서는 어마어마한 힌트를 제시하고 있다. 이 악마는 '더블린 말투가 섞인 형편없는 프랑스어'를 쓴다는 것이다.

 일러스트도 추상적이고, 공들여 그린 티가 꽤 난다. 그런데 아직 난 그림의 중간중간을 흑백으로 내버려둔 이유를 모르겠다.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그동안 도서관 연체가 상당해서 이 책을 보자마자 바로 돌려줘야 했지만, 아무튼 질러놓고 여유있게 감상하시면 그 의문점을 시원하게 푸실 수 있을 듯하다. 본인은 빈자라서 장편소설 모으기에도 빠듯하다보니 지를 엄두가 안 나지만 ㅠㅠ 아무튼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제임스 조이스의 문체와 스타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라나? 시장이 별로 영웅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느낄 수 있을까나 ㅎㅎ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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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아이들
나집 마흐푸즈 지음, 정성호 옮김 / 중원문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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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는 모두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평화를 깨뜨리는 가장 확실한 길은 바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평화를 얻겠다고 하는 것이야. - p. 19

 

 일단 아이디어는 좋다. 하느님을 '가발라위'라는 인물로 만들어 마을에서 가장 장수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마을 사람들 모두가 고통을 당할 때면 그 이름을 부르짖는 인물로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아담, 가발(모세), 리파아(예수), 카셈(마호메트)가 각기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하느님과 그와 관련된 역사들을 되짚어보는 의미로서 재미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이 심상치 않다. 그의 이름은 아라파이다. (어쩐지 이름까지 오늘날의 아랍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생아이며,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함께 마을을 떠났다가 성장하여 하나쉬라는 친구와 되돌아오게 된다. 그는 천재적인 마법사로 통하며 그가 발명한 '병'으로 수장 한 명을 휘어잡아 부자가 된다. 그 '병'은 던지면 폭발하는 무기로 몽둥이와 돌멩이로 싸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무기로 통했다. 아라파는 마술로 가발라위의 사람들에게 행복을 되찾아줄 결심을 하게 되고, 신의 장부를 보기 위해 가발라위의 집에 잠입해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의도치 않게 가발라위의 하인과 가발라위가 죽게 되고, 그는 속죄를 하기 위해 수장을 죽였으나 그가 병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통치자에게 발각되고 만다. 결국 아라파는 비참하게 죽게 되지만, 그의 마법서는 하나쉬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본인은 아라파라는 자는 의도치 않게 핵폭탄을 개발한 아인슈타인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나지브 마흐푸즈는 상당히 객관적인 어조로 글을 썼지만, 본인은 그 마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정말로 핵폭탄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는지, 정말로 '가발라위'보다 한낱 '마술'이 모두를 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정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평화를 얻'을 생각인가? 왠지 답답해진다. 

 

 

병을 발명하는 시설을 허물고 그 위에 카페를 세울 순 없을까?

가발 시절의 사람들, 리파아 시절의 사람들이 카페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수장이던 통치자던 모두가 모여앉아서, 한가롭게 이야기꾼의 노래를 들을 순 없는 걸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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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무사 2
초우 지음 / 시공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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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보면, 세월의 흐름을 알고

사람을 보면 추억에 멍이 든다.

 

 이 책에서는 왠지 여성들이 잔혹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도에 관련해서는 천하무적이라는 팽예린도 그렇고, 사랑하는 사람을 망설임없이 자신의 작전에 투여시키는 용설향이라던가, 사공운을 갈아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봉성의 담소봉까지. 어쩌면 사람들이 초우를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는 악녀를 잘 그려서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용설향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공운하고 인연이 생길 듯하다. 고자되었다가 풀리니깐 좋긴 좋은데 만만치 않은 여인들이 그를 구워삶지 못해 안간힘을 쓰니 여러모로 불쌍한 사공운 ㅠㅠ 아니 용설아가 불쌍한가..

 작가도 유독 용설아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면서 '여성 분들이 용설아같은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하고 물어보았다. 내가 용설아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면, 앞뒤 안 가리고 사공운에게 자신을 데리고 탈출해달라고 했을 것 같다. (사공운이 너무나 자신을 혐오하고 있으므로, 아마 기억을 잃은 척하는 건 그대로이지 않았을까.) 역으로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을 경우엔 더욱 그렇게 마음을 먹었을 듯하다. 그녀의 시점에서는 남편과 아이가 동시에 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이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곁에서 불행에 빠져있지만, 아이는 자신의 곁에 없다. 어머니라면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줘야 하고, 그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용부를 위해서라면 봉성에 남아야 하지만,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봉성에 그냥 있어서는 안 된다. 용설아는 모든 걸 다 기억해냈지만, 정작 자신이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여러 불행들 때문에 잊어버린 듯하다. 이 책을 보면서 나까지 다 착잡해지는 느낌이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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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휘두르며 11
히구치 아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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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렇지만! 내가 공을 받으면 네가 자신감을 갖는 게, 나는 기뻤는데...

 

 

고등학교 애들이고 체육계이니 빨리빨리 성장할지도 모르지만,

4번타자에 포수까지 맡기로 한 이후로 타지마의 성장이 부쩍 빨라졌다.

미하시와 같이 있어서 그런가 까불까불하는 성격에서 좀 더 점잖아진게 피부로 느껴진다.

하나이가 빨리 성장해서 타지마의 짐을 좀 덜어줘야하는데,

걔는 언제쯤 타지마를 그만 질투하려나 ㅠㅠ 시합하기 전에 타지마 힘든거 이젠 좀 눈치 채줘라.

 

 아무튼 11권부터 14권까지는 거의 한 시합만 등장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충분히 연구당하고 면밀히 코치하는 섬세한 팀에게 점수를 빼앗기면서부터 페이스가 무너지다보니 아베는 다치고 시합은 콩가루가 된다. 일명 주인공이 약한 만화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때부턴 아이들이 각자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전열을 다듬는 시기가 된다. 그 중에서도 미하시랑 다지마의 꿈이 제일 패기있다고 해야 하나. 아베가 미하시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모습도 나와서 본인은 개인적으로 15권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만큼 야구에 대한 지식이 요만큼도 없다는 것이 입증되지만;;;) 그래도 역시 지는 시합은 재미없다고 ㅠ

 감독이 어떻게 해서든 아베와 미하시가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려는 공작이 돋보인다. 미하시는 아베 숭배에 가까운 환상을 깨는 게 중요하고, 아베는 미하시를 이용해 이리저리 명령하려는 생각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겠다. 아무튼 아베가 얼른 나아서 다시 포수로 출현했으면 하는 바이다 ㅠㅠ 다지마가 포수자세를 취하면 왠지 듬직함이 떨어져... 하나이는 좋은 몸집을 지녔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이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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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파즈 - 무라카미 류 걸작선
무라카미 류 지음, 김지룡 옮김 / 동방미디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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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이 내 등이나 엉덩이에 촛농을 떨어뜨린 날, 내 방에 돌아와 샤워를 할 때, 그 자국이 화끈거려서 거울을 보면, 빨간 귀여운 반점이 되어 있다. 나는 그 빨간 반점의 아픔이 좋다. 그 반점은 내 고향집 베란다에 있는 불꽃놀이 흔적과 겹쳐진다. 행복의 상징처럼. - p. 53 코가 비뚤어진 여자

 

 어쩐지 '창녀'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선 '몸파는 여자' 즉 돈을 받고 섹스상대가 되는 여자를 주로 일컫는 것 같다. 그러나 변태천국 섬나라인 일본에서는 유곽에 다니는 여인들이 다양다재한 봉사(?)를 한다. 이 소설에서는 그 중에서도 SM클럽에 다니는 아가씨들을 소재로 삼은 소설이다. 특히 번역을 하신 인물이 SM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본인이 글 말미에서 선뜻 밝혔다.) 전문용어들이 아주 제대로 써있다. 묘사도 그만큼 자극적이고. 괜히 19금이 아니니 미성년자들은 보는 것을 삼가주시길.

 본인에게 제대로 자극적이라고 생각했던 소설은 어떤 여성의 남성 편력에 대해 써 놓은 코가 비뚤어진 여자, 선량해보이는 남자의 위험함을 제대로 드러낸 펜라이트, 잘못된 사랑때문에 비에프를 버리는 고등학생 여자애가 나오는 Some day 정도였다. 성관계가 드물게 나오긴 하지만 하나같이 정상적인 성관계는 아니다. 펜라이트같은 경우엔 대놓고 고어물이 나온다. 나름 무라카미 류가 반전물이라고 쓴 소설이겠지만 하도 배드엔딩들을 써대다보니 처음부터 대충 어떤 소설인지 감이 잡혔었다. (오히려 무라카미 류가 해피엔딩물을 쓰면 반전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들에겐 마음을 위로할 물건 혹은 인물들이 꼭 하나씩은 있다. 어쩌면 그 덕분에 소설 속의 여성들은 그 지독한 삶을 살아나가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보면 과거를 밝히지 않은 주인공에게조차 무언가 안타까움과 절절함이 배어들어갔음이 느껴진다. 여자들은 창녀밖에 없고 남자들은 살인자밖에 없는 뒷골목세상. <씬시티>의 배경과 비슷하다. 그러나 둘은 차이점이 있다. <씬시티>에서는 마초성이 철철 넘치는 남성 히어로와 연약한 여성 히로인을 주인공으로 세워둔다. 그러나 토파즈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견뎌내는 강인한 이미지의 여성 히로인과, 변태에 폭력을 가하길 좋아하며 끊임없이 바람을 피지만 여성이 없으면 한없이 나약한 남성이 등장한다. 작가가 남성인 걸 고려하면 자신에게 가학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에서 책을 읽다보니 가끔 이렇게 사람들이 끄적거린 글들을 발견하곤 하는데..

14살에 이 글을 보고 이해했다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나이에 ㅋㅋㅋ

책에 대한 평가는 정확했지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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