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무사 2
초우 지음 / 시공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물을 보면, 세월의 흐름을 알고

사람을 보면 추억에 멍이 든다.

 

 이 책에서는 왠지 여성들이 잔혹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도에 관련해서는 천하무적이라는 팽예린도 그렇고, 사랑하는 사람을 망설임없이 자신의 작전에 투여시키는 용설향이라던가, 사공운을 갈아먹고 싶어서 안달이 난 봉성의 담소봉까지. 어쩌면 사람들이 초우를 좋아하는 두번째 이유는 악녀를 잘 그려서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 용설향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공운하고 인연이 생길 듯하다. 고자되었다가 풀리니깐 좋긴 좋은데 만만치 않은 여인들이 그를 구워삶지 못해 안간힘을 쓰니 여러모로 불쌍한 사공운 ㅠㅠ 아니 용설아가 불쌍한가..

 작가도 유독 용설아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면서 '여성 분들이 용설아같은 상황에 있다면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하고 물어보았다. 내가 용설아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면, 앞뒤 안 가리고 사공운에게 자신을 데리고 탈출해달라고 했을 것 같다. (사공운이 너무나 자신을 혐오하고 있으므로, 아마 기억을 잃은 척하는 건 그대로이지 않았을까.) 역으로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을 경우엔 더욱 그렇게 마음을 먹었을 듯하다. 그녀의 시점에서는 남편과 아이가 동시에 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이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곁에서 불행에 빠져있지만, 아이는 자신의 곁에 없다. 어머니라면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줘야 하고, 그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용부를 위해서라면 봉성에 남아야 하지만,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봉성에 그냥 있어서는 안 된다. 용설아는 모든 걸 다 기억해냈지만, 정작 자신이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여러 불행들 때문에 잊어버린 듯하다. 이 책을 보면서 나까지 다 착잡해지는 느낌이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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