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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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물방울이 스며들듯이 쌓여가는 비방과
피부에 와닿는 급박하고 절실한 무고가
너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면,
분명하게 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방울 스며들듯이 쌓여가는 비방과
피부에 와닿는 급박하고 절실한 무고가
너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면,
네가 멀리 내다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논어 안연이편 6> p. 349

 

 옛날엔 나름 혼란한 국정이었다고 한다. 논어에서도 '아, 옛날이여! 그래도 옛날엔 사람들이 좋았다'라는 식의 말들이 여러번 나오는 데 왠걸. 나는 되려 공자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의 자세가 부럽기만 하다. 심지어 엄격하다고 알려진 공자조차도 시와 음악을 배울 것을 굳게 강조한다. 시를 알면 적어도 나무와 짐승과 풀의 이름이라도 알게 되며, 음악은 예의와 법도의 기초이기 때문에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음악공부는 여자의 혼수품으로 취급되며 시는 굴러다니는 휴지보다도 더 대우받지 못하는 지금 시대에선 되려 공자가 '진보나부랭이'에 '빨갱이'라고 불리지나 않을까. 요즘은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가 보수로 불리는 시대이니 말이다. 게다가 공자가 직접 잠도 안 자고 생각을 해 봤는데 '매우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말하는 구절도 있다. 공자가 한 말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본인도 이 말에 적극 찬성하는 바이다.

 

 

비록 살아서는 정치에 쓰인 적 없고 권력가 중에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현재 권력에 앉은 사람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널리 그의 책을 읽고 있으니

그의 인생이 꼭 허망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던 그는 자신의 인의와 도리를 묵묵히 추구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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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2.11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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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골프 치는 분들'의 도움 정중히 거절하는
도덕점수 80점
주말 공원에서 가족과 배드민턴을 치고, 양복보다 캐주얼 복장으로 다니는
전두환에게 추징금을 내게 만드는
학교폭력에 앞장서서 추진하는
4대강 복원하는
쌍차, 용산, 강정의 비극을 마주하는
퇴임하면 법정에 서거나 감옥에 가지 않고, 농사를 짓고, 누구라도 만나주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살맛나게 하는 대통령

- <작은 것이 아름답다 11월호> 이런 대통령을 만나고 싶습니다 중 40대 의견

 

 10월호에 이어서 바로 11권을 펼쳤는데 요즘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빠 리뷰를 늦게 쓴다. 작아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ㅠㅠ 바로 후기 글을 올렸어야 했는데 이미 12월호가 나온 이상 이번엔 12월호에 재도전하는 수밖에 없지 뭐...

 아무튼 12월 대선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 지금은 박근혜vs문재인의 양각구도이지만 이 11월호가 출간되기 전에는 안철수까지 가세하여 삼각구도를 펼치고 있었다. 이번 작아호에서는 농촌이 망해감에 따라 (정확히 말하자면 부농들이 탈곡기를 집집마다 구입하고 빈농이 더 가난해짐에 따라) 같이 망해가는 정미소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부모님 말씀으론 옛날에 방앗간이 제일 부자였는데 이렇게 문을 닫게 되는 정미소를 보니 왠지 쓸쓸해진다고 하셨다. 시대가 지나감을 느끼는 것일까.

 그 다음은 대통령 후보들이 농민들을 위한 공약을 다루지 않고 있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에 그칠 뿐만 아니라 직접 설문조사를 하여 대통령에게 희망하는 자질들을 인기도 순으로 나열해놓았다. 문재인에게만 작아를 보여준다기에 좀 서운하지만, 아무튼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이라도 이 책을 볼 수 있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오랜만에 '작아특집'다운 느낌이 나는 기획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뿐만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에 사는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

 

 

정미소에서 공동체운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농촌공동체의 상징적 의미가 큰 곳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박물관식으로 만든 계남정미소가 잠시 문을 닫았다 한다.

임시던 영구던 간에 좋은 곳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은 슬프다. 멀쩡하게 다시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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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2.10 - 온누리달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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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생각이 떠오르면 글을 적는 공책이 있어요. 늘 가지고 다니죠. 그냥 마음에 들어서 쓰고 있는데, 재생용지 공책이더라고요. 이 공책에 늘 연필 한 자루를 끼워서 다녀요. 한 번 쓴 종이를 되살린 그런 느낌이 드는 거에요. 까칠한 질감과 연필로 눌러 쓸 때 사각거리는 소리, 모두 마음을 편하게 하고 기분이 좋아요.- 꿈꾸는 세상이 조금씩 걸어옵니다 중 p. 11

 

 본인이 근무하는 곳은 샤프가 사방에 널려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볼펜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도 상당한 자원절약이 된다. 볼펜처럼 화이트로 지울 필요 없이 지우개로 간단하게 쓱싹쓱싹 지울 수 있기 때문에 종이에 빼곡히 적을 수 있다. 즉 오자같은 것 때문에 종이를 쉽게 채우고 버릴 염려가 없는 것이다. 다만 물이 많이 묻는 직업인지라 코팅종이를 쓰기 때문에 여기에서처럼 재생종이를 쓰지는 않는다. 연필이 아닌 샤프로 쓰는 것도 아쉽다.

 

 

본인은 재생용지에 푹 빠져 이제는 재생종이 연필도 쓰고 있다. 

 

 상당히 부피가 가볍다. 그래서 심지가 부러지기 쉽다는 아쉬움도 지니고 있다. 여느 문방구에서 쉽게 팔지 않는 종류이기도 하다. 일단 연필의 강도는 지우개 연필캡을 사용해서 보강한다. 보통 파버카스텔에서 만든 제품을 쓰는데, 연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품이다. 만년필도 유행에 뒤처지는 시대에 브랜드 연필을 당당하게 선보이며, 여기서 만든 지우개 연필캡을 쓴 이후로는 아무리 떨어뜨려도 연필 심지가 부러지는 일이 없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구독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처음에는 작아 서평단에 뽑혀서 책과 같이 이 잡지를 무료로 줬었더랬다. 지금은 내가 월급으로 직접 1년치를 구독했다. 재생용지로 만든 공책과 연필을 넉넉히 베풀어주는 센스는 여전했다. 앞으로 열심히 정독하고 리뷰도 쓰리라 다짐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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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살아남기
뤼디거 네베르크 지음, 윤진희 옮김 / 한문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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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싼다. 그리고 이를 여행이 끝날 무렵에서야 깨닫게 된다. 그러나 짐을 분실하거나 도둑맞았을 때 혹은 자기 짐이 다른 사람 것과 바뀌는 사고를 겪고 나면 그 사실을 좀 더 일찍 깨달을 수도 있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처음부터 집에 두고 가자.- p. 71

 

 취업한 이후로 유일하게 풀근무를 달리고 있는 직원이 되서 나름 여자인(?) 본인은 다시 호신술을 배울까 고심하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고, 색다른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병원에선 주사기나 알콜램프 등 무기로 쓰일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렇게 이 책에선 서바이벌을 단순한 차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부터 시작해서, 전쟁 이야기까지 폭넓게 생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요새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건드리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환경이상에 대해선 TV 다큐멘터리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다 알 수 있을 정도고. 지구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위기상황을 봐서는 이 책이 도움을 많이 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책이 오지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나 유용할 것 같았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이 분은 오지를 여행하다가 원주민들의 심각한 인권 피해를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혼자서 인권 운동을 벌였었다고 한다. 생존과 관련된 용기뿐 아니라, 잘못된 일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지니신 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엔 고문과 전쟁에 대한 그의 독특한 대처법이 담겨 있는데, 꼭 그 부분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나와 의견이 상당히 잘 맞아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오랜만에 잊을 수 없는 멘토를 만난 것 같다.

 

 

시니컬한 글과는 달리 웃음이 참으로 해맑은 분이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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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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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하늘, 높은 하늘.
넓은 하늘, 좁은 하늘.
파란 하늘, 시커먼 하늘.
맑은 하늘, 뿌연 하늘.

그러나 어느 하늘도 하늘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것이 머리 위에 있으므로 나는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p. 230

 

 츠지 히토나리는 연애소설을 매우 잘 쓰는 것으로 본인이 인정하는, 손 안에 꼽히는 남자 작가이다. 일단 연애소설의 주요 고객층인 여성의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특히 자신의 필체를 누름으로서 자신과 함께 소설을 쓰는 여성작가의 능력을 돋보이게 해준다. 자신의 이야기를 줄여나감으로서, 부족한 부분을 만듬으로서 그의 소설은 인기를 끌었다. 그는 에쿠니 가오리를 시작하여 많은 여성작가들과 같이 궁합을 맞춰 소설을 써왔다. 그 책들을 읽다보면 츠지 히토나리 혹은 그의 소설 캐릭터가 얼마나 매너있고 여린 남성일지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에쿠니 가오리는 츠지 히토나리의 훌륭한 파트너이다. 서정적이고 감정적인 그의 필체를 간략하고 건조한 말투로 보강해주는 타입이다. <좌안>과 <우안>이라는 소설을 보면 그 사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이 최고의 파트너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이 <냉정과 열정 사이>이다.

 쥰세이가 라파엘로의 성모상을 보면서 아오이를 떠올리고, 그 속에서 어머니를 찾는 장면이 특히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 여기서 나는 츠지 히토나리를 더욱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정신연령이 어릴 수밖에 없다'라는 본인의 고정관념을 더욱 확고하게 했고, 무엇보다도 여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징을 부여하고 색깔을 입히는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그는 아오이를 더욱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뮤즈를 찬양하는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그러나 그렇게 경건한 그림을 그렸던 라파엘로도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모델은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화가의 애인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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