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개정판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주의자가 되고자 한다면, 우선 첫째로 현실을 보지 않으면 그 자격을 얻을 수 없습니다.- p. 20

 

이 책이 2000년도 초반에 나왔다가 절판되었고, 녹색평론사가 중흥기에 달함으로 인해 유명해져서 다시 새롭게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 뒤늦게 알려져 경향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거나 나눔문화같은 단체에서 수강을 하는 등, 최근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중이신 듯하다.

 

 물론 촘스키의 책과 러미스의 이 책은 근본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 촘스키는 정부가 없는 사회를 꿈꾸는데, 러미스는 정부의 존재를 비난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 듯하다. 게다가 다방면으로 지식과 재능이 풍부해서 운동말고도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 촘스키에 비해 러미스는 운동을 제외하면 상당히 조용히 교수직에 전념하신 분이다.

 그러나 내가 상당히 놀랐던 건 일본과 미국의 특이한 주종관계에 대해서 이 사람이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 쓸 테마 여러가지를 정했었지만 현재는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일본 자위대가 왜 지랄발광을 하는가', '영어회화는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이 두가지 주제를 가지고 논리정연한 설명을 하는데 너무 압도가 되서다;;; 난 평소에 완벽한 촘스키의 모습을 흠모하면서도 해외에 대한 그의 설명에서 일종의 마초적 요소를 느껴서 마음에 거슬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러미스가 (이름은 부르지 않았지만) 마치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대놓고 '애초에 미국의 엘리트나 젊은이들은 지배하는 것밖에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해서 소름끼쳤다;;; 녹색평론사가 글을 썼으니 환경보호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읽다간 큰코다친다. 더글라스 러미스가 책 뒷면에 '이런 사람은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며 리스트를 써놓은 게 있는데 본인은 거기에 두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1. 풀메탈패닉을 읽은 사람. (특히 최근 풀메탈패닉 외전을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책을 보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첫째로 이 책이 얼마나 명작이었는지, 둘째로 가토 쇼우지가 왜 신인 작가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결론만 간단히 말하자면 이 놀라운 신인 작가는 일본이 전쟁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냉철하게 꿰뚫어보았다.)

2. 영어회화가 아닌 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nne 1 - 만남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린게이블즈의 매슈 커스버트 씨죠? 만나뵈어 정말 반가워요. 어쩌면 오시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걱정되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하지만 만일 오늘 저녁에 오시지 않는다면 철길을 내려가 저 모퉁이의 큰 벚나무 위에 올라가 밤을 지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조금도 무섭지 않아요. 하얀 꽃이 가득 핀 벚나무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잠자다니, 멋지겠지요? 마치 대리석 깔린 넓은 방에 사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게다가 오늘 밤 안 오시면 내일 아침에는 꼭 오실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p. 42

 

 

이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2순위를 차지했던 이유는 내가 앤을 질투해서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이상하고 공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뿐더러, 특히 다이애나라는 친구가 있어서였을거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따돌림을 받는 한 소녀가 감정이입이 많이 되는 (특히 못생긴 외모 면에서)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그 소녀가 잘 살고 무엇보다도 '영혼의 친구'를 사귀었다고 할 때 그 복잡한 마음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빨강머리 앤에 대한 내 복잡한 심경을 말하자면 그렇다. 주인공이 잘 되었다고 하니 기쁘기는 하지만 그 타오르는 부러움과 질투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절박한 심정으로 그림책 뒷면에 '나도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다이애나에게 쓰다가 엉엉 운 기억이 있다. 아무튼 빨강머리 앤은 내 어린 시절 격한 감정과 머릿속을 배회하는 상상력을 대변하는 책이었음엔 틀림이 없다. 난 앤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증오했다.

 아직도 그런 심정이 남아있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앤도 이런 단점이 있었구나' 생각하니 매우 통쾌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길버트와 앤에 관련된 이야기에 매우 공감을 했었더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남자애들은 질색이었으니까. 근데 나이가 들어서 읽어보니 앤이 길버트를 너무 오래 피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화해를 했다고는 하지만 둘의 사이가 진전되기는 좀 힘들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역시 안 좋은 일은 빨리 잊는게 최고구나... 그런 생각이 났다. 또한 소설에서는 애니메이션판이나 아이들 그림책에서는 나오지 않는 정치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한편으로 여자에게는 중요한 생리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고나 할까... 그런 여자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뭐 독신으로 사는 자매가 11살 고아여자애를 기르는 이야기부터가 파격적이긴 하지만.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제가 살고 싶은 사회가 아니에요. 제가 원하는 사회는 모두가 여유로운 사회죠. 힘들게 일하며 청구서를 내려고 2, 3개의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죠. 제가 살고 싶은 곳은 살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 사는 사회에요.- p. 353

 

 원래는 월스트리트 위험분석가였다가 지금은 월스트리트 점거운동 활동가로서 일하고 있는 분의 말이다. 비록 인종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 사람이지만 세상 살기 어려운 건 똑같은지 한 문장 한 문장이 귀에 쏙쏙 박힌다. 소식을 듣기로는 미국의 물가에 비해 최저임금이 엄청나게 낮은 탓에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을 일으킨 사람들이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해 들어가기 시작했고, 이에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10달러 10센트로 올리는 걸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다큐프라임은 그 이전에 만들었기 때문에 그 사실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기에, 추가적으로 붙여본다.

 EBS에서 이 다큐 프로그램이 나온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 책은 진보라고 해서 자본론을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보수라고 해서 복지자본주의를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어차피 우리 앞날에는 경제에 대해서 빠삭해지는 게 필요하고, 점점 우리 경제를 잠식해가는 투자라는 게임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을거라 한다. 정말일까? 본인은 투자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편이지만, 예금에 관한 이자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이상 어떤 형태이든지 다른 투자에도 손을 뻗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보험이 투자가 아니라는 등 언뜻 보기에는 매우 기초적인 상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보험=투자'라는 공식을 철저히 고수하는 TV광고와 거기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 다큐를 보면 적어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텐데.

 본인은 TV영상도 보고 책도 보았는데, TV영상이 말하고 싶은 걸 훨씬 깔끔하게 정리해놔서 더 좋았지만 책은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이론을 되짚어나갈 수 있어서 그럭저럭 괜찮았다.

 

 

시위라고 하면 다들 겁을 먹지만 일단 그 사이에 끼면 여러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여러 퍼포먼스도 볼 수 있어서 꽤나 재미가 있다. 안 좋은 일에 대해서 규탄하는 게 시위라지만 아마도 이 일로 인해 거리예술가들은 신났으리라고 생각한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코노미21 Economy21 2014.1
이코노미21 편집부 엮음 / 이코노미21(월간지)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2014년 국내 경제는 3%대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나, 잠재성장률의 하락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하여 대내외적으로 잠복해 있는 교란 요인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어 다음과 같은 정책이 요구된다.
첫째,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종합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둘째, 소비 여력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
셋째,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
넷째, 재정건전성 제고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p. 66

 

 

 1. 서문
- 새로운 농정 패러다임: 가격경쟁력->가치경쟁력(기능÷비용)
2. 본론

- 우리나라 농업 농촌 위기의 원인

: 농업부문의 효율성 형평성 환경성 악순환 지속, 식품안전과 식량안보 문제, 농촌지역발전 위기
3. 결론
- 과제: 성장, 분배, 환경간 조화
- 이념: 지속가능성, 식료안전성, 어메니티간 유기적 연관성
- 정책: 농업, 식품, 농촌정책간 시너지
- 주체: 농민, 소비자, 미래세대의 공존공생

 

 '동반성장의 길을 찾아서 3편' <한국의 지속가능한 농정 패러다임과 동반성장> 내용 중 일부이다. 한밭대학교의 경제학 교수님이 쓰셨다는데 매우 장황하기는 하지만 정치철학이 확고하고 정리가 매우 잘 되어있어 인상깊었다. 나중에 보니까 내 친구 동생이 한밭대학교를 다닌다고 하더라 ㅋㅋㅋ 역시 세상은 좁아...

 이번 이코노미 호에서는 세계 각국 나라의 경제전망을 살펴보는 게 특집이었다. 워낙에 다른 나라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딱딱한 경제이야기이긴 했지만 잠시나마 세계여행을 하는 느낌에 기분이 썩 좋았다. 강대국이 잘 나가고 약소국이 더 약해지는 현상에 대해선 안됐다고 생각하기는 했다만,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가 조금이나마 성장한다니 마음이 놓이는 건 왜일까. 옛날에 세계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강대국의 문화에 동화되서 조그만 나라의 문화가 희석되거나 없어질 수 있을 거라던 이어령 씨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문화 뿐만이 아니라 경제 쪽으로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전체적으로 삶이 팍팍하고 가난해지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불황기가 지속되면서 오페라나 뮤지컬 대신 영화 관람이 우리나라에서 크게 확산되었다고 한다. 일면으로서는 우리나라에 고급 문화가 더 이상 발전되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긴 하지만, 요즘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라던가 삼성전자의 직업병으로 일컬여지는 백혈병 등 여러가지 사회적인 소재를 다루는 영화가 많아져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를 진찰하는 여자의 속삭임
오카야마 미즈호 지음, 염혜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는 너무 올곧고 정직해서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너무 착하기만 해서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무의 말을 듣다 보면 당장 옷매무시를 고쳐 진지한 자세를 갖춰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이 나무의 진정성이다.
나무에게 말을 건다는 건, 그 자체로 따뜻하고 행복한 일이다. 말을 걸 때는 마음을 열고 눈을 잘 '기울인' 다음 시작하는 게 좋다.- p. 50

 

 

본인이 일본에 대해서 인정하는 게 딱 3가지가 있다.

만화, 노인복지, 그리고 나무보호제도이다.

 

 본인은 우종영이라는 나무의사의 글로 인해 나무의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의 글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왠만해선 나무의사가 되려는 결심을 가지기가 매우 어려우며, 설령 무난하게 나무의사가 되더라도 인간의 개발욕구 때문에 환경은 무시되는 현실에 좌절하게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한마디로 우종영 씨의 책은 편안히 볼 수 있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완전히 대조되는 면모를 보여준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한 가닥의 희망을 강조하고, 굉장히 순수하고 발랄한 문체를 사용함으로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의 감정을 고양시킨다. 개인의 성격차, 여성성과 남성성의 차이 등을 예로 들 수도 있겠지만 난 나무를 사랑하는 문화가 얼마나 잘 조성되는가에 의해 이렇게 전혀 다른 두 개의 에세이가 탄생했을 거라 본다.

 에세이는 크게 나무 종의 특성, 일본의 천연기념수에 대한 소개, 정원수를 잘 키우는 방법에 관한 소개로 나눌 수 있겠다. 나무의 건강을 측정하는 자료도 있는데 전문용어들을 빼고 귀여운 일러스트로 간단하게 나무 상태를 진단할 수 있도록 한 게 인상적이었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