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품안에 내 사랑을
서연희 / 문학마을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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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기 위해서 태어난 거니?

 


 


 

 

아무래도 리뷰를 쓸 때는 말 안한 것 같은데 15권에서는 이 두 년놈들의 심술이 아주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는다.

그것도 콤비를 짜서 공략하는데, 난 이 둘이 20권이 되도록 엮어지지 않는 게 되려 신기했다.

양동작전에서는 최고의 콤비인데.


 어머니의 부하인 렌은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 점점 식어가는 가스미를 임신이라도 시키려고 강제로 덮치다가, 그것도 안 통하자 교코에 대한 가스미의 묘한 질투를 사용해서 애매모호한 말을 하는 등 가스미를 심리적으로 자극해 스스로 지 품안으로 뛰어들게 만든다. 되도록이면 일반화는 안 하는데, 이건 확실하다. 말을 이상하게 하거나 애매모호하게 하는 놈은 무조건 나쁜 시키다 ㅋㅋㅋ. 사실 그것도 교코가 체외수정을 해서 요시키의 애를 가질 거라는 협박을 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작전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빽이던 아버지 빽이던 그 모든 걸 사용해서 요시키를 자신의 곁에 붙잡아두려고 한다. 그에 대한 요시키 태도는 '아 님 그냥 빨리 날 좀 포기해주세요.' 거의 부처급이다?! 하지만 이 녀석도 결국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자진해서 안기는 데서 인내심의 한계에 봉착한다. 용서해달라며 요시키가 일하는 곳까지 쫓아온 가스미를 자신의 곁에 묶어두려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덮치려 하지만, 역시나 그럴만한 용기는 없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결국 그 모든 게 감당이 안 되니까 요시키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는 16권의 가스미.


 그런데 렌에게 강간당하는 16권 너머에서부터 그녀는 되려 점점 강해진다. 그녀도 남자에게 완력으로 제압당하는 상황에 두려워하기도 하고, 요시키에게 그런 모습을 들켰을 때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렌에게 '우리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왜 당당하게 말하지 않고 이런 짓을 하는 거죠?' 같은 말을 하면서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요시키는 마지막까지 어머니에 대해서 완강하게 대들지만, 그녀는 요시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해서 표현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이 두 남매에 대한 집착에서 서서히 놓여나기 시작한 건 솔직히 가스미의 공이 컸다. 


 

 

대부분은 이 커플이 맺어진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둘만 행복하다니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혹은 '도덕관념이 심하게 잘못된게 아닌가'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난 이 커플이 잘된 것에 대한 불만은 없다.


 20권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낸 이후, 이 작가는 외전 한 편도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결말을 그렇게 쓰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이상 생각할 수 없는 완결방식이다. 확실히 이 만화의 겉모습은 아침드라마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결코 그렇지 않다. 교코는 자본주의 상으로 볼 땐 요시키에게 상당히 이상적인 배우자이다. 고고학에 관심이 있는 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아버지가 있다. 이 커플이자 남매의 어머니는 더 노골적이다. 그녀는 일에 바빠서 가스미의 옆에 자주 있어주지 못하며, 그 죄책감으로 줄곧 그녀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풍족하게 베풀어주었다. 그녀가 남동생인 요시키와 연애하는 '금칙사항'을 저질렀을 때, 그녀는 그들이 그 물질들을 그대로 그녀한테서 빼앗아간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는 노동과 연관이 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는데, 옛적부터 칼뱅은 재산을 모으는 게 신의 구원을 의미한다고 주장하였다. 특정한 노동을 하려는 의욕을 가진 사람은 보통 '신용'을 얻어야 하며, 그 신용을 얻기 위해선 버려야 할 것이 많다. 금기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은 사무적이지만 그만큼 명확하다. 중세때부터 종교와 자본은 쿵짝이 잘 맞아왔으며, 종교의 냄새가 흐릿해지고 있는 지금도 무직 혹은 비정규직에 대한 마녀사냥은 뚜렷하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자본주의 시절에 의해 행복을 빼앗기고 그에 반대해 금기를 저지르고 행복해지려는 사람들에게서마저 행복을 빼앗으려는 자들에게, 우리는 저 커플을 맡겨야 하는 걸까?

 물론 나도 이 책이 말도 안되는 순정 판타지라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정말 가스미가 강했더라면, 그녀는 요시키를 안정적인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여성에게 넘겨줬어야 한다. 무엇보다 재산이 안정적이지 못하면 미래에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리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의 리뷰에서 아무도 이런 지적은 하지 않을 것 같으니,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이다.

 어쨌던 모든 인간은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런 점에서 '사랑해'라는 말은 명령어이기도 하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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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새장 속의 왈츠
니가나 지음, 이기선 옮김, 스오 유미 그림 / 앨리스노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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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전부 원하신다는 말씀이시군요, 여왕폐하.

 

 

 

 

 

  

리디북스에서 새장 속의 왈츠를 포함하여 앨리스노블TL을 10% 할인하고 있다고 하니

혹시 리뷰 쓰지 않고 포인트 모으지 않는 분 중 관심 있으신 분은 이쪽으로 구입하시길. 

 

 앨리스노블 TL은 성인 여성층을 노린 라이트노벨만을 선정하여 출판하는 출판사이다. 처음에는 할리퀸 소설의 아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이렇게 얘기하고 예시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할리퀸 소설에 대한 리뷰가 하나도 없어서 충격먹었다. 생각해보니 할리퀸 소설은 나도 중고등학생 시절 때 잠깐 푹 빠진 장르라서 그런 듯하다. 일단 읽을 예정인 할리퀸 책 두 권이 있으므로 결국엔 리뷰하겠지만, 일단 대표적인 추천작으로 '라이언의 딸'을 꼽겠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가 아니라 로레타 체이스라는 사람이 쓴 로맨스 소설이다. 로레타 체이스는 이 작품 말고도 라이언의 딸 후속작인 '밤의 포로', 제목으로도 내용을 얼추 알 수 있는 '미녀와 야수', 비어 말로리라는 초개성적인 망나니가 나오는 '마지막 스캔들'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썼다. 여기서 짐작하시겠지만, 이 작가는 제로스에서 실루엣이 그려진 본인의 이상형을 구체적으로 완성시키는 역할을 했다.), 수위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정말 괜히 19금 표제를 단 게 아닌 듯하다. 일단 여자가 '~해요'라는 문체를 쓰고 남자가 '~하오'라는 문체를 쓰는 신영출판사 전용 번역체(...)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일러스트가 나오는 게 장점인 듯하다. '꿀'같은 단어는 할리퀸에서도 자주 나오는 단어이지만, 남성향의 소설에서 나올 법한 'X봉'이라는 단어를 등장시킨 건 새로웠다. 원문(일본어)으로는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다. 아무튼 나에겐 상당히 신선한 번역이었다.

 

 하지만 할리퀸과 내용상에선 별 차이가 없는 게 아쉬웠다. 아니, 라이언의 딸과 비교하면 도리어 '당당한 여성'의 기준이 약해진 것처럼 보인다. 일단 이 책에서 여주는 자신을 외모를 시기하는 여성에게 한 마디 하는 등 도도한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아버지의 말에 따라 자신의 의도가 아닌 정략결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양상을 보인다. 결혼식 직전에 도망가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전엔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성(알폰스)에게 그야말로 '조교당하는' 모습을 보인다. 염탐수위를 높이려면 당연한 양상이겠지만... 게다가 결혼 전에 알폰스을 보러 가는데, 그 목적이 남성이 자신을 미워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남성을 미워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참, 무슨 자신감인지 ㅋㅋㅋ 니가나 작가 아닌 다른 작가는 어떤 글을 썼을지 궁금했는데, 검색해본 결과 현재 여성향 성인 라이트노벨 계열에서는 아무래도 이 분이 주름을 잡으시는 듯하다. 게다가 이런 장르가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니, 다른 작가들도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니가나 작가를 따라서 글을 썼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할리퀸에서도 납치나 감금같은 요소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좋아하는 '신선한' 내용이 나오려면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일단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히 본능에 충실한 소설이므로, 그런 목적(?!)으로 본다면 왠만한 기준치를 달성하고도 남을 소설이라 평가하겠다.

 

 또 여담이지만 신영출판사는 이 앨리스노블 등의 라이트노벨과는 달리 아직도 건재하며, 계속 자신들의 전용 번역체를 쓰고 있음을 알리는 바이다. 최근 나온 소설 중 추천작으로 레베카 윈터스의 '사막에서의 하룻밤'이 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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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스님 시봉일기 1 - 내일이면 늦으리, 반양장
송암지원 지음 / 도피안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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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모두가 고성능의 방송국과 같이
마음으로 자기 의사를 방송하고
다른 사람의 의사를
받아들이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서로 가슴을 터놓고
진정 사랑하고 행복을 기원해주는
따뜻한 우리 모두의 본래의 감성을
잘 다듬어 가야 하지 않을까.
- 마음이 행동한다 중

 

-4월-

하지만 스스로 눈을 가리고 착각의 어둠 속을
배회하는 무리에게는 어쩔 수 없이 눈길을
푸른 하늘 찬란한 태양에 돌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너는 무엇하는 자냐 중

 

-5월-

등불은 어둠을 밝히는 것이다.
마땅히 어두운 곳에 등불은 있어야 한다.
부처님 앞에서 얻은 밝은 등불은 우리의 이웃,
온 겨레의 가슴을 밝혀야 한다.
우리 나라 사회 구석구석에
부처님의 법의 등불은 밝혀져야 한다.
더욱이 어둠 속을 헤메는
가난하고 외롭고 고달픈 형제들의 가슴에
부처님의 자비의 등불이 밝혀져야 한다.

- 어둠을 찾아 진리의 등을 달아주자 중

 

 

  

  

각 시의 전문은 내 네이버 블로그에 있다. 관심이 있는 분은 찾아보시길. 맨 밑에 잡설이 있는데 그냥 건너뛰어주세요(...)

아무튼 붉은 꽃이 흩날리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무슨 꽃을 이미지화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일본을 매우 싫어하시는 것 같으니 철쭉 아니면 진달래 아니면 동백꽃같다만.

난 내 멋대로 머릿속에서 일본 벚꽃 사쿠라로 이미지화했다(...) 역시 벚꽃하면 사쿠라죠.

요즘 봄이라 그런지 애니메이션에서 벚꽃이 많이 올라온다. 한 컷.

 

 상당히 생각이 깊으신 분이다. 정말 아무 기대없이 '명상언어'집이라고 해서 구입했던 책이었는데, 상당히 짧은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어 하나하나가 무게가 있어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기도라고 해야할지 노래라고 해야 할지 시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장을 짧게 짧게 끊어서 나열했는데, 암송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다.

 일단 이 명상언어집은 4계절에 따라서 나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4계절이니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분이 생각하는 불교의 참된 모습은 '호국불교'이다. 개인이 진리를 추구하는 것처럼 국가도 진리를 추구하며, 그러므로 개인 하나하나가 개인주의를 버리고 단체와 국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4월에서 5월달 쯤 되서 다시 설명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이데올로기나 사상을 추구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신 목표로 내세운 것이 부처님이 지상에 내려오신 하나의 목적, 즉 '지상의 인간 전원의 열반에 따른 불사'. 종교가 종교같지 않아 파벌들끼리 자리싸움하기 바쁘고, 특히 요즘같이 불교가 타락하고 갈갈이 찢겨질 때, 광덕 스님의 말은 상당히 이상적이고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덕 스님은 이 책에서 정말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간다. 그러는 걸 볼 때 이 분은 어쩌면 불교계의 로맨티스트인지도 모르겠다. 성철 스님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냉철해서, 아무래도 꿈을 꾸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거든. 에미야 시로같은 느낌이랄까.

 굉장히 보수적인 분에다가 지옥을 싫어한다고 하셔서 내 타입은 아니지만(난 저세상에 악마와 지옥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어쨌건 진심으로 인간을 사랑하고 만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정진하는 그 노력만은 칭찬해주고 싶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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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5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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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토신은 신뢰를 구축하고 동기를 높이고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다. 신뢰는 옥시토신을 분비시키고 옥시토신은 서로의 이득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높아진 이득은 다시 신뢰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만든다.
 또 정서적 안정감을 촉진하고 유대와 협력 행동을 강화하는데, 앞서 언급한 도파민의 분비를 자극하는 역할도 한다.

 

 

 

 

  

이번 인상적인 글귀는 음악이 뇌를 샤워시킨다?라는 칼럼에서 나왔다.

옥시토신이 무조건 신뢰감을 높이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조건에서는 생성될 수 있다고 한다.

옥시토신 뿐만 아니라 음악 또한 도파민을 자극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마스와 러브라이브는 믿고 볼 만 하다. (?!)

 

 샘터상 코너가 잠깐 나왔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감동적인 이야기와 기발한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다. 역시 샘터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다들 수준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살짝 주눅들기도 했다. 특히 남편과 아이 한 명을 두었는데도 다른 아이들 네 명을 입양하고 위탁하여 길렀다는 김신혜 님의 이야기에서 존경심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선 사람들이 대부분 빚 없이 살고 있지만, 서울에선 부자나 빈곤한 자나 빚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기 전부터 입양을 하고 싶어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뇌종양과 맞서 싸워가며 꾸준히 아이들을 입양하고 올바른 사람으로 키워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퍽이나 담담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도 사정이 있고 아이를 낳으려 온 힘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사정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런 차원을 이미 넘어선 게 아닐까 싶다. 오히려 자신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인생을 거는 사람들의 이야기같다고나 할까. 십대들의 쪽지 이야기도 그랬다. 내가 다녔던 성당 한 구석에 꽃혀져 있어서 내 어두운 어린 시절을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해준 그 무료 잡지는, 한 달에 2000만원 넘는 경비가 들어가는 데도 쪽지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 후원금이나 광고비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 후원금 외엔 그 비용들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데도, 현 발행인 강금주 씨는 경제적 어려움이야 늘 겪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담담히 말한다. 단지 십대들을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할 뿐이라고. 우리 집안은 그렇게 빚더미에 허덕이는 삶을 살진 않았지만, 갑자기 빚이 생겨서 휘청였을 때 가족들 모두 크게 당황스러웠다. 저렇게 담담해지기까진 어떤 어두운 세월을 헤쳐가야 하는 것일까.

 확실히 샘터는 깊은 연륜이 느껴지는 잡지같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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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황홀 - 우리 마음을 흔든 고은 시 100편을 다시 읽다
고은 지음, 김형수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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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지는 해를 가장 사랑한다
파도는
뜨는 달을 가장 사랑한다

나는 그 이상을 모르고 돌아온다

무제시편 369 일부

"주어진 파도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사랑하고, 또 하나의 주어인 나는 온 정성을 다해 모르는 것으로 예의를 다한다. 무슨 말이 필요할 것인가."

 

 

 

 

  

보다시피 여백의 미가 많은 책이다.

그래서 금방금방 넘겨다볼 수 있었다.

군데군데 예쁜 그림도 많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의 일부만 올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순간의 꽃>이라는 고은의 시집이 더더욱 읽고 싶어졌다. 책을 읽었는데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 미운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인 듯하다. 다행히 내가 사는 곳 근처의 도서관에 있어서 쉽게 구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시는 다 좋은데 시에 관련된 김형수 씨의 설명이 좀 마땅찮았다. 예를 들어 무제시편 369와 136 정도면 매우 좋았지만 군데군데 고은을 너무 띄우는 듯한 글이 보여서 김남조 시인같은 분을 한국 시인의 으뜸으로 치는 나로서는 그저 그랬다. 외국 시인들과 고은을 비교하는 구절도 좀 너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미시에는 영미시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마치 그 시인들을 언어에 구속당한 사람들마냥 비유하는 게 내 비위에 수틀렸다.

 그렇지만 확실히 고은의 시가 꽤 좋다는 건 인정하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고은의 시는 겨울에 관련된 시라던가 눈에 관련된 시만 읽었었다. 왠지 색감이 없는 느낌이어서 그저 그랬는데, 파도와 꽃에 대해 다룬 시는 확실히 다채로운 무언가가 있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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