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스님 시봉일기 1 - 내일이면 늦으리, 반양장
송암지원 지음 / 도피안사 / 200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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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모두가 고성능의 방송국과 같이
마음으로 자기 의사를 방송하고
다른 사람의 의사를
받아들이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서로 가슴을 터놓고
진정 사랑하고 행복을 기원해주는
따뜻한 우리 모두의 본래의 감성을
잘 다듬어 가야 하지 않을까.
- 마음이 행동한다 중

 

-4월-

하지만 스스로 눈을 가리고 착각의 어둠 속을
배회하는 무리에게는 어쩔 수 없이 눈길을
푸른 하늘 찬란한 태양에 돌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너는 무엇하는 자냐 중

 

-5월-

등불은 어둠을 밝히는 것이다.
마땅히 어두운 곳에 등불은 있어야 한다.
부처님 앞에서 얻은 밝은 등불은 우리의 이웃,
온 겨레의 가슴을 밝혀야 한다.
우리 나라 사회 구석구석에
부처님의 법의 등불은 밝혀져야 한다.
더욱이 어둠 속을 헤메는
가난하고 외롭고 고달픈 형제들의 가슴에
부처님의 자비의 등불이 밝혀져야 한다.

- 어둠을 찾아 진리의 등을 달아주자 중

 

 

  

  

각 시의 전문은 내 네이버 블로그에 있다. 관심이 있는 분은 찾아보시길. 맨 밑에 잡설이 있는데 그냥 건너뛰어주세요(...)

아무튼 붉은 꽃이 흩날리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무슨 꽃을 이미지화한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일본을 매우 싫어하시는 것 같으니 철쭉 아니면 진달래 아니면 동백꽃같다만.

난 내 멋대로 머릿속에서 일본 벚꽃 사쿠라로 이미지화했다(...) 역시 벚꽃하면 사쿠라죠.

요즘 봄이라 그런지 애니메이션에서 벚꽃이 많이 올라온다. 한 컷.

 

 상당히 생각이 깊으신 분이다. 정말 아무 기대없이 '명상언어'집이라고 해서 구입했던 책이었는데, 상당히 짧은 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어 하나하나가 무게가 있어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기도라고 해야할지 노래라고 해야 할지 시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장을 짧게 짧게 끊어서 나열했는데, 암송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다.

 일단 이 명상언어집은 4계절에 따라서 나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4계절이니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분이 생각하는 불교의 참된 모습은 '호국불교'이다. 개인이 진리를 추구하는 것처럼 국가도 진리를 추구하며, 그러므로 개인 하나하나가 개인주의를 버리고 단체와 국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4월에서 5월달 쯤 되서 다시 설명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이데올로기나 사상을 추구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신 목표로 내세운 것이 부처님이 지상에 내려오신 하나의 목적, 즉 '지상의 인간 전원의 열반에 따른 불사'. 종교가 종교같지 않아 파벌들끼리 자리싸움하기 바쁘고, 특히 요즘같이 불교가 타락하고 갈갈이 찢겨질 때, 광덕 스님의 말은 상당히 이상적이고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덕 스님은 이 책에서 정말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간다. 그러는 걸 볼 때 이 분은 어쩌면 불교계의 로맨티스트인지도 모르겠다. 성철 스님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냉철해서, 아무래도 꿈을 꾸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거든. 에미야 시로같은 느낌이랄까.

 굉장히 보수적인 분에다가 지옥을 싫어한다고 하셔서 내 타입은 아니지만(난 저세상에 악마와 지옥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어쨌건 진심으로 인간을 사랑하고 만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정진하는 그 노력만은 칭찬해주고 싶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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