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아웃케이스 없음
프리츠 랑 감독, 알프레드 아벨 외 출연 / 씨네코리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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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평합니다. 역사에 대해서요.

 

 

로봇을 떠나서 한 여자가 사랑 때문에 나라 하나를 망하게 한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러한데, 낙랑 공주는 적국의 왕자를 사랑해서 침입할 때 알려주는 자국의 자명고를 울리지 못하게 했다. 그녀가 적국의 왕자와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단지 그가 잘 되게 하려는 믿음이 비뚤어진 형태로 표출된 것 뿐이다. 아니, 그것을 비뚤어진 것이라 우리가 부를 수 있을까?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과 이데올로기를 바꾼 것 뿐이다.

 

 

 

그러나 여자에게 죄가 있는가.

 

 단지 그녀는 남자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로봇에게 죄가 있는가. 그들은 단지 인간에게 만들어진 죄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류에게 죄가 있는가. 그들은 단지 감정이 있도록 태어난 죄밖에 없다.

 

 

리뷰들 쭉 살펴봤는데 철지난 로봇물 그 이상으로 보지 못하는 게 참 애잔들 하다. 

 

 하기사 최근에 로봇이 정말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인지라 현실로 다가오는 이야기같기는 하겠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더 메트로폴리스의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해 지켜봐야 할 일이 아닌가.

 

 

요즘 것들 어쩌고 하는 게 꼰대들이라지만, 옛날 작품들 보면 최근 로맨스물로 건질 게 하나도 없는 듯하다. 사랑하기 팍팍한 시대이다.

 

 재즈풍 OST가 상당히 좋다. 물론 도시가 무너지면서 흘러나오는 I can't stop loving you도 좋지만 연구실에서 불이 날 때 나오는 비밥 음악도 상황답지 않게 깜찍하고(!) 재미있었다. 데즈카 오사무의 그림체와 딱 조화를 이루는 OST였다. 감독의 그림체 리메이크도 동글동글한 캐릭터와 웅장한 배경을 잘 버무려 놓았다. 데즈카 오사무 특유의 올드한 그림체 때문에 정주행에 부담이 간다면 이 영화만 보고 넘어가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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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물고기 합본판
이토 준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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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익숙해졌어요...

 

신기한 건 물고기가 유달리 발이 기계처럼 생겼는데 아무도 발이 이상하다고 지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제목이 너무나 강렬해서 그런지, 왜 물고기가 발이 달렸는지조차 생각하지 않게 되는 점이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름 좀비물이다. 근데 거기에 촉수물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공포물이라기보단 약간 엽기물에 가까운 편이다.

 

 

 놀랍게도 유포터블이 영상을 만들었다.

 

 심지어 타다시가 여주와 같이 여행을 하다 겪는 이야기를 놀랍게 각색시켜, 여주가 두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타다시를 찾으러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 이야기로 바꾸었다. 모든 영화의 카메라맨이 그렇겠지만 카메라맨은 아마도 각본을 쓴 사람 자신이 들어간 게 아닐까 싶다. 가끔 원작보다 더 잘 각색된 영화가 있는데, 이것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애니라서 껄끄럽다고 지적할 필요도 없다. 직원들 잠을 안 재우는 그 유명한 유포터블답게(...) 괴물이고 사람이고간에 액션 영상이 아주 훌륭하다. 더군다나 만화 그림을 따라하려고 나름대로 펜터치를 섬세히 한 면이 보인다.

 

솔직히 이 정도 얼굴이면 꽤 훌륭하게 따라 그렸다고 본다. 그 유명한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UBW의 그림체와 비교하면 같은 제작사가 만들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다르다.

 

 게다가 공포의 물고기 쪽이 은근 더 잘 그린 거 같다?

 

 

 

결국엔 인간이 문제라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으며, 의외로 오키나와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에 일침을 가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오키나와는 우리나라처럼 일본의 식민지로 오랫동안 지배되어 왔다가, 훗날 미군기지가 건설되어 지금까지도 미국과 일본에게 이중으로 시달림을 받는 나라다. 혹시나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오키나와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오에 겐자부로의 오키나와 노트를 봐도 좋겠다. 간단하지만 오키나와의 비극적 역사가 담겨 있다. 또한 오키나와 출신 소설가들의 책도 꽤 재밌는 편인데, 주로 환상적인 이야기가 많으며 메도루마 슌의 물방울이 대표적이다.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폭력에 익숙해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잠시나마 폭력이 없는 곳으로, 일상에 만연한 인파를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그렇게나 어딘가로 떠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로 떠난들 다를 바가 있을까? 지구의 도처에 폭력이 깔려 있다. 자신과 같은 종족인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산물이긴 하지만. 결국 우리는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가급적이면 자연과 함께 뛰놀았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 안에서 당분간 머물렀다 오는 편이 좋다. 그러나 그런 기억도 없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만 할까. 이토 준지는 작품에서 항상 답을 내주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은 고구마 열 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답답한 기분을 지니고 또 다른 답답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독자들은 다음 작품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게 이토 준지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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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스 제로 (2disc) - 할인판
가와모리 쇼지 감독, 코모리 소스케 외 출연 / 민프로덕션(Min Production)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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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면 눈을 감으면 돼.
마음껏 어둠을 감상할 수 있지."
"당신의 마음처럼."

 

마크로스 파일럿 신은 신출귀몰하지만 과격한 성격이라 보조자에게 욕을 많이 먹는 삐뚤어진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어떤 정체불명의 신출귀몰한 적과 싸우다 불시착한 섬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그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보여준 마오를 위해 섬의 망가진 문물들을 고쳐주지만 그게 섬의 무녀인 사라에게 반발심을 주게 된다.

 

 섬에는 새사람이 땅 위에 부활하여 멸망의 노래를 부르면 재앙이 일어난다는 전설이 존재한다. 신은 이를 호들갑스럽다 여겼지만 섬의 훌륭한 자연경관과 마오의 약속을 잊지 못해 다시 쫓겨나다시피 했던 섬으로 돌아온다. 그러다가 사라가 노래로 바위를 떠다니게 하는 모습을 보고 진지하게 그녀가 하는 말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 전쟁으로 잃은 가족, 그로 인한 자신의 일그러진 분노를 고찰하기 시작한다. 한편 무녀의 능력을 탐내던 과학자들은 섬을 포위하고 그녀를 생포하라고 다른 파일럿들에게 명령하고, 그녀를 찾다가 지친 파일럿들은 기체화약을 뿌려서 섬의 자연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델타에서부터 갑자기 마크로스 시리즈가 판타지화 되었다는 소리가 많아졌는데, 사실 근본은 제로에서부터다. 

 

 단, 델타에서는 파괴가 그다지 중요한 주제가 아닌 반면 제로는 굉장히 무겁게 부각이 되며, 델타보다는 판타지가 조금 덜한 측면이 있다.

 

 

 

이는 생각보다 마크로스 최초의 스토리에 대한 지식인층의 반발이 생각보다 심했음을 입증한다. 

 

 건담이 우주개척자와 지구거주자의 대결로 나누어졌다면 마크로스는 린 민메이의 목소리가 부각되면서 아예 지구로 향해버렸다고 할까. 델타가 절충해주지 않았다면 계속 저런 식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반적으로 마크로스는 최초의 원작과 그 이후 시리즈들이 전혀 달라붙지 않는 느낌이다.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작화도 그렇고, 그 다음의 마크로스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게 초반에 너무 린 민메이 팬이 많아졌는데 감독이 린 민메이는 우주개척을 위해 희생했으니 메데타시 메데타시라고 학을 떼놔서 그럼... 유도리 있게 넘어가면 되는 것을.

 

대신, 자연에 관련된 일러스트는 도감에서 빼온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빼어나다. 더불어 마치 고갱의 작품을 보는 듯한 여캐들의 여체미도 서비스로서(...)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피를 뽑는다는 게 사실 피스톤의 생김새도 그렇고 성적인 의미가 들어있는데 적절하게 상징적으로 풀어내기도 했고 말이다. 백인들은 완전히 엑스트라로 처리함으로서 마크로스 2에서 실패한 오리엔탈리즘을 적절히 회복시켰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들은 남아있는데, 특히 일본 특유의 오리엔탈리즘을 도입시킨 점이 그렇다. 마크로스는 인종을 초월하여 인류가 우주로 탐험하길 원했으나, 제로로 인해 마크로스 설정 내 인류는 다시 인종차별 문제로 싸우게 되고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퇴화하게 되었다. 사이드 스토리로는 괜찮았지만, 사실상 제로가 마크로스의 주요 스토리가 된 건 사실이다. 마크로스 초기 이후로 성공한 최초의 마크로스 시리즈물인 건 이해하지만, 초기와 너무 동떨어진 스토리라는 데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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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리베르 문학 필독서, 단편·고전·수필 세트 - 전5권 - 한국단편소설 40 + 한국단편소설 70 + 한국고전소설 40 + 세계단편소설 40 + 한국대표수필 75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박찬영 외 엮음 / 리베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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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을 걱정한다는 염려 따위는 전연 없고, 또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하여 무슨 짓을 한다거나 무슨 말을 한다거나 따위는 떳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마치 귀족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의 무관심이야말로 인간성 본래의 건전한 태도이다. 객실의 소년은 극장의 관객에 해당된다. 아무런 구속도 없고 책임도 없이 자기가 앉아 있는 한구석으로부터 자기 곁을 지나가는 사람이나 사건을 바라보며, 소년다운 민첩하고도 간략한 방법으로 좋다, 나쁘다, 재미 있다, 바보 같다, 멋있다, 귀찮다 등등 그들을 심판하고 그들의 가치를 단정한다. 결과나 이해 관계 따위에 관해서는 전연 무관심하며, 자주적인 순수한 판결을 내릴 뿐이다. 우리들이 소년의 비유를 맞추지 않으면 안되며, 소년이 우리들의 비위를 맞추지는 않는다. (...) 이러한 상태에 있으면서도 일체의 약속을 외면하며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똑같이 잘난 체도 안하고 편견도 없고 증회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으면서 깨끗한 입장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무서운 사람임에 틀림없다. 이와 같은 사람이라면 현하의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 견해를 밝힐 것이며, 그 견해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 되어, 화살처럼 사람들의 귀를 뚫고 그들을 두려움 속에 몰아넣을 것이다.

1. 랠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
에머슨은 명성만 들어봤지 그의 글은 처음 읽어봤다. 그런데 가히 에세이의 왕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월든이 월등한 차이로 이 자기 신뢰란 수필에 진다. 아니, 그의 책을 보느니 차라리 자연이라는 3쪽의 글을 읽는 게 훨씬 낫지 않았을까 하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이 글을 길게 인용한 이유는 이 대목을 읽을 때 어머니가 딱 나라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눈을 흡뜨고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하면 너무 무서워서 내가 아무리 당신의 뱃속에서 났어도 소름끼치고 싫어서 피하고 싶다고. 나는 고맙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내가 과거에서부터 한결같이 지니고 있었다니 이 세상에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숲속으로 들어가면 마치 뱀이 그 껍질을 벗어버리듯 사람은 자기의 연령을 벗어 던져 버리는 것이다.

자연이란 수필 중에선 이 구절이 가장 압도적이다. 이렇게 가끔 어디에선가 내가 본 것만 같은 글귀가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정말로 어디에서 봤던 것 같다고 생각하여 아주 골똘히 기억 속을 뒤져보곤 했다. 그치만 지금 보면 정말 어딘가에서 읽었던 게 반, 아니면 내 것으로 삼고 싶어서 예전에 봤다고 생각한 게 반이라고 본다. 과연 이 구절이 어느 쪽인지는 내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알 수가 없다. (...) 아마도 봤다면 월든에서 보지 않았을까?

에머슨이 사랑 이야기를 하는 게 나는 굉장히 낯설었다. 아마도 월든을 쓴 작가는 여자에게 고백하다 채이고 했으니 그 이미지가 그대로 에머슨에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 분 알고보니 두 명의 여성과 결혼하여 살아본 적 있는 능력자이시다(?) 철학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결혼하는 게 삶을 예찬하는 철학자의 중요한 증표라면 그는 월든 작가를 제치고 단연 콩고드의 철인이라는 왕관을 쓸만하다고 하겠다(??)

 

예컨대 알세스트가 자기 시가 시원찮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오롱트에게 그저 외곬으로 "그런 말이 아닐세!" 하고 대답을 되풀이할 딱의 그 반복은 해학적인 것이 된다. (...) 다시 말하자면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사실대로 서슴없이 이야기해 주기로 작정한 '인간 혐오자(misanthrope)', 다른 한편으로는 예의범절을 졸지에 저버린 신사가 아닌 한, 이론에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든지 자존심을 상하고 고통을 느껴야만 할 결정적 순간에 가서 뒤로 물러서는 단순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두 가지 면이 그것이다. 그럴때에 진정한 장면 전개는 알세스트와 오롱트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알세스트와 알세스트 자신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 베르그송의 웃음.
아니 이런 게 머릿속에 들어 있음 어딜 여행하던 가랑이 사이에 머리 처박고 생각에 빠질 만 하네. 사르트르가 비판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아니 철학자들은 다들 이렇게 말을 잘 하나요?
어떻게 코미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저도 몰리에르의 인간 혐오는 읽었는데 이렇게까지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누구든 진정으로 왜 이 독일인들이 조국을 떠나야 하는가를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인은 군주의 착취를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되거나 또는 무언가 너무 심한 곤욕을 겪을 경우, 도피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압박하는 자에게 해고장을 주어 나라 밖으로 내동댕이치고서는 자신들이 국내에 유쾌히 머문다. 한 마디로 그들은 혁명을 시작한다. (...) 이제 막 내 손에 들어온 책 속에 실려있는 죽은 내 애인의 편지들에 나타난, 1813년 전쟁 당시 고국에 있는 동포의 모습이 보여준 인상을 타국 땅에서 그녀가 쓴 문구는 어제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 사랑스런 말들을 여기에다 옮겨 놓으려 한다.
"아침 내내 나는 감동과 상심의 뜨거운 눈물을 자꾸만 쏟으며 우노라! 오, 나는 내 나라를 그다지도 사랑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마치 의학을 하면서 피의 가치를 모르는 어떤 이처럼. 그에게서 그것을 떼어 버린다면 그는 어차피 쓰러져 버릴 것이다."

3. 하인리히 하이네의 살롱에 바치는 서언.
인간은 세월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느 시대에나라고 할 순 없지만 독재자들은 어디에나 드문드문 널려 있었다. 다만 그 현실을 부정하고 다른 독재자가 생길지도 모를 해외로 도망가거나, 아님 내부에서 혁명을 일으켜 상황을 이겨내 보려는 사람과,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채 체념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근데 나는 뭐 광우병이나(음식 가지고 놀지 마라) 세월호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체념일 뿐이지. 요즘엔 사회에 참여할 예정이긴 하다. 그렇지만 무정부주의는 좀 폭발했음 좋겠다 ㅎㅎㅎ

 

 시인과 사색가는 그 필연성 앞에 선 자신들의 궁극적인 형태 속에서 일치합니다. 저승으로 가는 입구 위에 서 있는, 원래는 시인으로 불렸던 사색자라는 로댕의 조각같이, 그 조각 대석에 새긴 어느 고통스러운 꿈속으로 침잠하는 티탄이란 금언이 양자에 다 적용됩니다. 이들 양자보다 전혀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는 니체의 희랍의 비극 시대의 철학이란 글에서 나타나는 그의 상 즉 '어떠한 양식도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편하게 해 주려고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표현도 이들 양자를 두고 한 것입니다. 또한 그가 쓰기로는 거인은 시대의 황량한 시간상의 간격에 구애받지 않고, 또 다른 거인을 불러 그들 아래로 기어가 버리면서 제멋대로 떠드는 난장이들에 의해서도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고고한 영혼의 대화를 계속한다고 하였습니다.

 


4. G. 벤의 시인이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을까
수록작품이 라디오 대담이라고 한다. 대본으로 읽은 게 아닌 듯한데도 그리스 신화에 관한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와서 무지 감탄스러웠다. 확실히 문학 세계의 본질적 흐름과 사회 및 체계에 대한 인식을 비하인드 스토리처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데 라디오만큼 좋은 게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철학자나 문학자들의 대담을 스크립트로 많이 옮겨줬음 좋겠다. 번역은 물론이고.

만일 프랑스말로 사고한다면 한결 더 우아하고 한결 더 지혜로우며 한결 더 취미가 있어 오히려 더 낫다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완전히 프랑스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필요가 있으며, 외국인의 보모나 가정교사를 가지고서는 역시 이 행복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이 길에 있어서의 첫 단계 하나를 만들 뿐이다, 즉 러시아인이 되는 것을 그칠 뿐이라는 것마저도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르고 있다. 오호라, 세상의 어머니들은 자기네가 외국인 보모를 초청함으로써 겨우 두 살 정도부터 자기네의 자식즐을 무서운 독으로 해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5. 도스토옙스키의 나라의 기둥이 될 사람은 어떤 언어로 말해야 하는가
대학교 때 졸업논문을 어릴 때부터 영어학습을 해야 한다고 썼는데 지금은 그걸 무지 부끄러워하고 있다.
어떤 소설을 읽었는데 앞으로는 VR을 쓰면 자신의 언어가 어색하지만 자동으로 외국어로 번역되어 나온다고 한다. 외국어 선생님들은 모두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한다나. 심지어 컴퓨터의 어설픈 번역말투가 재미있게 받아들여져 유행어처럼 쓰이는 건 이제 옛말이다. 언어의 품격은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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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 完全版 ARIA The MASTERPIECE(1): ブレイドコミックス (コミック) ARIA 完全版 ARIA The MASTERPIECE 1
아마노 코즈에 / マッグガ-デン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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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는 바다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어. 네오베네치아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바다를 영원히 사랑하고 있어."
"바다도 네오베네치아를 계속 사랑하기에 계속 흐르고 있는 거에요."

 사실 아카리가 한 대사 중 하나를 올리려고 했는데 중후반 쯤에 츤데레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대뜸 이런 멋진 말을 던지시고 가셨다 ㄷㄷㄷ 내 심쿵 물어내... 아무튼 여러모로 뜻밖의 변화가 많은 아리아 2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럼, 이번에 참신했던 것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주인공에 속하는 인기 캐릭터가 머리를 파격적으로 바꿈.

 

 

 특히 이 분의 머리가 제일 파격적(...) 다들 긴 머리를 좋아하는 게 맘에 걸렸는지 한 명은 산뜻하게 머리를 잘랐고 제법 예쁜 편이긴 하다. 하지만 굳이 고기를 굽다가 머리를 태우는 에피소드여야 했는지;;; 조금 불쌍하긴 했지만 매일 별 탈 없는 일상만 나오는 아리아 애니메이션에서는 제법 충격적인 소재이긴 했다.

 

 

가끔씩 비가 오는 장면 등 환경의 전환 연출. 고양이를 이용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아리아 애니답게 네오베네치아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카메라 찍듯이 쭉 흘러가는 장면도 눈에 띈다. 음악도 중간에 변하고 심지어는 아리아 사장이 잠시 패러랠 월드에 빠져 버린 탓에 성별까지 바뀌기도 했다. 솔직히 아리아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게 지구를 떠난 이후에도 지속되는 남녀차별이었는데, 이 화를 보고나서는 원화가나 제작진도 그런 구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음을 알고 감탄했다. 그나저나 아카츠키는 왜 여자가 되고 나서도 별로 변한 게 없는가(...)

 

 

 

네오베네치아 여행.

 

 아리시아와 아카리가 산보를 가는 장면이 많아지고, 아카리가 여러번 속내를 아리시아에게 털어놓는다. 네오베네치아의 별난 시설물들을 아마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한다. 우주의 행성을 개척하면서도 지구에 있는 베네치아의 전통을 되살리려는 아쿠아 주민들의 끈끈한 유대와 노력이 돋보였다.

 

 

 

갑자기 스토리 설정이 마구 나옴.

 

 

 25화에서 특히 운디네의 전반적인 시스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아마 3기에선 프리마 승격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되는 바이다. 마지막화에서는 실제로 아리아의 세 주인공 각자에게 힌트가 떨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아카리와 아카츠키의 썸타기.

 

 

 우디와의 삼각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카츠키는 엄청나게 많은 꽃을 아리시아에게 주려고 하지만 본격적으로 좌절되는데, 그를 멋진 말로 위로해준 아카리에게 꽃 한 송이를 선물해준다. 그 이후로 아카리가 아카츠키에게 음식을 먹여주려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위의 캡쳐가 아카츠키의 복잡한 마음을 잘 표현한 듯하다. 그 티타임 자리에서 아쿠아 주민들인 주인공 주변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지켜보며 아카리는 침울해지지만, 정말로 침울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힘내라 아카리! 사랑은 쟁취다!

 

 

이전부터 짐작은 했다만 세 여신의 (특히 아키라 누님의) 빡센 프리마 생활;;;
역시 여자들은 입담 때문에 상류층 있기가 힘들다는 게 나의 생각. 남자들은 그나마 앞에서 까지 여자들은 굳이 다 들리는 등 뒤에까지 쫓아와서 까댐. 솔직히 가끔 개소름 돋는 부분 있고요. 다들 현명하게 행동하는 걸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솔직히 나 같으면 그 자리에서 우리 누님 건드리지 말라고 뚜까팼을 듯(...)

 

 1기에 비해 2기가 괜찮은 애니는 찾기가 매우 힘들 듯한데, 이 애니가 그 소수층에 속하는 듯하다. 굉장히 잘 봤고 3기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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