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마그네틱 로즈
고딕 호러보다는 로코코 호러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요소가 많다. 마침 흘러나오는 노래도 푸치니의 나비부인이다. 나비부인은 1900년대 초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 외국 군인이 쵸쵸상이라 불리는 18세 소녀와 결혼하나, 금방 본국으로 떠나 자신의 아내를 만난다. 임신한 소녀는 어쩔줄 모르고 편지를 쓰나, 자식을 보려고 다시 돌아온 군인에게 자신의 자식을 부탁한다는 편지를 쓰고 죽어버린다. 이렇게 이 음악의 내용은 자식을 끔찍히 생각하는 하인츠와도, 바람둥이 미겔과도 겹치는 점이 있다. 그래서 이 음악이 중요한데, 리뷰에서도 별로 안 나와 있더라. 문득 그녀가 바람둥이를 죽였으니 승리한 것처럼 보이나, 하인츠가 지적했듯이 그녀도 결국 신분과 관계없이 현실에서 버티지 못하고 꿈속으로 도피해버린 약자일 뿐이다. 그 현실을 기계와 오일이 처참하게도 잘 일깨워주고 있다. 난 사실 오페라 별로 안 좋아한다 ㅋ 막장이라서. 보면서 술한잔 하기 좋음.
덧붙이자면, 미겔은 명확히 변절자 케이스. 하인츠는 상당히 모범적인 투쟁꾼이다. 영화 끝날 때까지 냉정한 지적과 함께 에바의 악마적인 요소에만 총을 겨누고 있다. 단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지옥이 있는데 좀 더 그녀의 상처받은 마음에 좀 더 공감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쩌면 그게 전공투 실패의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2. 최취병기
현재 코로나 대예언으로 재평가되는 작품이다. 사실 인수공통전염병 중 가장 끈질긴 게 독감이란 얘긴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이전 작품 마그네틱 로즈에 등장하는 함선 이름이 코로나라서 더욱 와닿는 작품. 약품회사 사원 노부오는 정작 병원에서 진단받아도 쉽사리 낫지 않는 감기에 걸린다. 직장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 끝에 그는 시판되지도 않은 해열제를 먹는다. 하루 꿀잠잔 끝에 감기는 나았으나, 정작 복용한 약이 병기라서 인근 주민들이 전부 냄새를 맡고 의식을 잃는 이야기다. 모두들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생약이 카레 냄새에 매우 가까운 성향이 있다. 코로나 한창 유행했을 때 일해본 사람이라면 매우 공감할 작품. 나는 감기약 복용한 사람한테 대놓고 약냄새난다고 동료 직원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경악한 적이 있다. 감독도 그런 경험을 언젠가 한 번 해본 듯하다. 사실 비염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시절 외에도 평범한 고통이었다.
근데 여기서도 미국이 악역으로 나오는 건 좀.. 짜친다. 근본적인 문제는 회사 내 설치된 감염 경보와 자비로든 히치하이킹으로든 심지어 오토바이를 절도해서라도 반드시 명에 따라야 한다는 일본의 잇쇼겐메이 정신 아니냐.. 그리고 감기 걸렸는데 병가 어디갔어?

3. 대포도시
스팀펑크에 밀덕물이다. 사실 밀덕이라기보단 정체모를 곳에 포를 쏘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현실이므로.. 그리고 환경을 지키려면 포탄을 쏘지 말아야지 친환경포탄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스팀펑크 이전에 트라우마 걸릴 것 같다 선생님 저는요 현실이 싫어서 애니보는 거지 애니에서도 현실보는거 넘 끔찍하거든요 저기서 잘못 지시하거나 실수하면 인생 내리막 아닙니까 근데 저게 직장에서의 나고요 ㅠㅠ 그나마 남들 안 보는데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아이에게서 희망을 본다. 그래 그렇게라도 멘탈 챙겨야지.. 이래서 내가 SNS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