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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 한국에서 10년째 장애 아이 엄마로 살고 있는 류승연이 겪고 나눈 이야기
류승연 지음 / 푸른숲 / 2018년 3월
평점 :
1. 어느 장면에서 찍혔는지 모르겠지만 양양송이조각공원에서 찍었던 게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양양 작은영화관에서 상영을 했다. 우리 가족 빼고는 마치 전세낸 듯이 넓은 공간이 비어있었다. 사람이 적다는 메리트 때문인지 영화 성격 때문인지 아기나 지적장애 아이를 데리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많으니 참고하자. 주인공 연기가 워낙에 좋아서 몰입이 잘 되므로 다른 방해요소들은 쉽게 무마된다. 양양 작은영화관에서는 간혹 무료 공연을 하는지 포스터도 붙어있었다. 행사가 많은 건 좋지만 이왕이면 대기업 영화관이 아닌 특성을 살려서 이런 독립영화도 많이 상영해주었으면 한다. 한국의 메인 영화는 너무 폭력적이고, 조커 등이 재미가 없어지면서 마블 등 히어로물 관련 인파에 구멍이 뚫려버린 지금, 한국의 독립영화계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란 생각이 든다.
2. 영화는 단순히 지적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차별(마트에 근무해봐서 아는데, 사실 드러누워 울며 떼쓰는 아동은 많다. 그들이 다 지적장애나 ADHD는 아닐테고.. 단지 그런 아동이 장애가 있으면 유독 장애 때문이라고 선입견을 갖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장애인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그러나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비싸고 바우처도 지원 못 받는다.), 장애인의 부모들의 시위가 버무려져서 나온다. 그리고 사회에 고립될 위기에 처할 때, 어머니들은 연대한다. 케빈에 대하여가 범죄를 저지른 아동에 의해 완전히 사회에서 고립된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이 작품에서는 그런 부모끼리의 연대를 다룬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케빈에 대하여를 넘어섰단 생각이 든다.
3. 그러나 이 작품은 지적장애 아동의 아버지를 다룰 것 같이 하면서 결국은 다루지 않는다.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물론 아버지도 대출해가면서 아이의 치료를 돕고 비장애인 딸의 소외된 듯한 감정을 대신 채워주지만, 전반적으로 어머니만큼 자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이 케빈에 대하여를 치고 나간 만큼, 다음 작품이 또 그녀에게에서 나온 문제를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