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명저 사회학30선
다케우치 요우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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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책이 도착했을 땐 기대보다 두께가 적고 글씨도 커서 약간 실망했다. 게다가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는 내용의 책은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내 흥미와 다른 글들도 많고, 책 소개를 읽는 것보다는 직접 원본읽기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본 결과, 이 책을 선택한 보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일단 사회학이 철학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은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뿐더러, 유독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주저하는 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학은 대학에서의 내 전공하고 거리가 멀다. (영어영문학과는 여전히 사회의 은어와는 몇 광년 떨어진 고어를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순수 사회학관련 책은 전혀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요즘 게오르그 짐멜과 미셸 푸코와 마샬 맥루한 등의 이론에 흥미가 생기다보니 사회학을 접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다케우치 씨는 내 독서 취향과 어느정도 비슷한 편인가보다. 몇몇 마음에 드는 사회학 책들은 눈으로 찜했다가 직접 도서관에서 찾아냈다. 지금은 내가 읽을 책 목록에 고이 정리해 둔 상태. 기회가 되면 반드시 읽으리라. 결국 내 책 욕심이 이 책을 부담없이 읽게 하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솔직히 말해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다. 그러나 장점은 많았다. 우선 여러 사회학 책들의 원본을 직접 인용하면서 설명했기에 대강 그 책의 내용과 출판계기가 된 사회배경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오타쿠'라는 일본 특유의 사회현상과 '어쩐지, 크리스털'이라는 소설 등 여러가지 유행했던 것들을 사회학과 연관시켜 설명한 점이 가장 인상깊었다. 대학교수답게 이론 정리를 깔끔하게 해줘서 이해하기도 제법 쉬운 편이다. 

 다른 저자가 쓴 책들을 쓴다고 해서 이 책의 저자에게서 교훈을 아주 찾아볼 수 없는 건 아니다. 첫째로, 진보와 보수 어느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사회를 냉정히 바라보고 앞일을 미리 예측하지 않는다는 사회학자로서의 원칙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아무리 사회를 평가할 때 자신의 관점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만 요즈음 진중권 씨 등 사회에 대해 글을 쓰는 교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탐구하는 사람으로서의 냉정한 정신이 많이 모자라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일까. 짐멜의 소개에서 글쓴이의 이 의견은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짐멜은 '자본주의의 매혹'이라는 책에서도 한 번 접하고 이 책에서 다시 접하게 된 학자이다. 똑같이 '사회론'이라는 책을 거론하고 있으면서 의견이 다른 게 흥미로웠다. 전자는 짐멜이 자본주의로 기울었다는 증거라고 평하고 있는데, 후자는 냉혹한 '형식사회학'이라고 평하는 것이다. 왠지 '사회론'은 상당히 어려운 책일 것 같아 원본을 보고 싶은 맘이 들지 않았는데 이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다. 다시 복학해서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게 되면 이 책을 제일 먼저 찾아보리라. 결국 '세계명저 사회학 30전'은 책을 읽도록 부추겨주는 본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둘째로, 일상 속에서 신비를 찾는다는 저자의 말에 매혹되었다. 이 점은 인생 속에서 신비를 찾는 철학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철학은 심리학 다음으로 본인이 좋아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끌리는 점이 몇 가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지마다 둘러진 선홍색 컬러테두리가 아깝다는 생각을 자꾸 했다면 지나친 참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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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본색, 뿔 난 한국인 - 김열규 교수의 도깨비 읽기, 한국인 읽기
김열규 지음 / 사계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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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본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물건은 '개구리소년 왕눈이'나 '두치와 뿌꾸', '은비까비' 따위가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변신물과 동네 뒷산의 판타지와 10명 이상의 다양한 등장인물을 갖추고 있는 '꼬비꼬비'였다. 둘리까지는 아니지만 스페셜 버전까지 방송되는 등 나름대로의 인기를 누렸으며 책까지 출판되고 있는 판이다. 주인공 소년(가운데)과 일명 도깨비왕자라 할 수 있는 검은 도깨비가 합체한 게 인간도깨비 '꼬비'이다. 그러니까 장르는 퓨전판타지인 셈이다. 그들 혹은 그가 합체해서 벌이는 영웅담이란 바로 개천에 폐수 쏟아붓는 공장 사장님 괴롭히기. 한마디로 인간의 파괴행위로부터 마을의 평화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예전부터 이 만화를 줄곧 찾고 있었는데 설마 이 책을 읽다가 무심코 그 제목을 떠올리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다음으로 도깨비라는 테마에 생각나는 건 노래이다. 전체가사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금 나와라와라 뚜욱딱, 금 나와라와라 뚜욱딱~"으로 끝나는 노래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왠지 돈냄새가 풀풀 풍기는 노래이다. 도깨비의 3대 욕망을 읽으면서, 혹은 '뚝딱'이라는 의성어를 읽으면서, 이 노래의 리듬을 떠올리곤 했다. 비록 8강 꿈은 좌절되었으나 우리나라 태극전사들이 원정가는 동안엔 꽤나 참여도 높았던 축구응원단도 머릿 속을 빙빙 맴돌았다. '붉은 악마' 마스코트의 모습은 변명할 구석이 없는 도깨비이다. 하필이면 좋은 일도 하는 도깨비를 두고 왜 서양분위기가 풍기는 '악마'라는 단어를 집어넣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응원단의 이름이 '붉은 도깨비'였다면 이 정도로 인기를 누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참으로 구수한 이름이 아닌가. 촛불시위 또한 우리나라 도깨비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시위처럼 총이 나가는 살벌한 전쟁판이 아닌, 노래와 춤으로 한바탕 흥을 돋우며 시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문화인이었다. '몽둥이' 든 전경들이 가득 모이는 밤이면 물바다와 피바다가 섞이는 난장판으로 끝나게 되었지만 말이다. 시민들이 든 촛불은 도깨비불마냥 이리저리 흔들리며 어둠 속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촛불 속에서 날밤새는 그들이 원하는 건 먹을 것에 대한 안전과 집시법에 저항할 자유이다. 그야말로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치는 조선의 도깨비들이 아닌가. 

 이처럼 내가 알고 있던 도깨비의 모습도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우리나라 속의 도깨비가 엄청난 존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돈과 권력과 여자를 마음대로 지닐 수 있는 도깨비를 은근히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자면, 이 책은 엄연히 한국학에 대한 저서이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위트와 무의식과 리비도와 일링크스 등 언뜻 보면 어려운 단어들이 나와있지만, 저자는 너무나도 간단하고 쉽게 그 단어들을 도깨비의 특성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성에 관한 은유만 안다면 어린애도 이해할만큼 간단하다. 또한 오윤의 정겹고도 굵직굵직 힘차보이는 도깨비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낮도깨비 신명마당'이라는 명제 그대로 열정적이고 신명나는 그림들이었다. 도깨비의 설화를 이리저리 뒤섞어 재미있게 표현했기 때문에 심심풀이로 주르륵 펼쳐보기에도 아주 적합하다. 도깨비와는 연관없어 보이나 우리나라 최고의 꾀보 김삿갓의 시도 간혹 등장하곤 한다. 아마 도깨비가 한국 사람의 표본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에게는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생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한국학에 관한 저서라기보다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해설집같은 묘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한국학에 대한 저서를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이 책만큼이나 쉬운 책을 찾는다는 가정하에서.
 우리나라 사람들하면 보통 '한'의 정서를 떠올리는 외국인들이 많다. 그러나 고된 일과 속에서도 노동요를 부르며 낙으로 바꾸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볼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화가 부글댈 때 한 발 슬쩍 물러나, 울화 속에서도 말장난을 하는 한국인의 재치를 이해한다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구절이다. 한국에 관심있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속에서 살면서도 우리나라에 대해 무감해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널리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저 재치를 배우기를 바란다. 특히 '말로서 천냥 빛을 갚는' 저 말재치를.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남에게 장난도 잘 못치는 나로서는 도깨비의 기지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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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명적이다 - 경계를 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예술
제미란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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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는 것 같아 걱정을 금치 못했던 본인, 그러나 종이 표면 '드림'이라는 깜찍한 글씨체의 도장과 아트북스 기획마케팅부의 친절한 책 설명을 보고서 감동했다. 책을 받는 입장인데도 독자와 책을 세심하게 신경써 주시는 마음이 훈훈하고, 뜨겁다고 생각했다. 역시 책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고, 그 책을 받은 날 밤 내내 기뻤다. 그리고 그 기쁜 마음은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끊기지 않았다. 
 네이버 카페에서 표지그림만 보고 '이 책의 서평을 쓰자' 생각했다. 여인의 뒷모습과 연꽃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지만, 어쩐지 본인은 이 여인이 우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비록 종잇장에 가로막혀 있고 그녀는 등을 돌리고 있지만 마음으로 그녀의 물같이 흘러가는 사연을 듣고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14명의 '그녀들'은 간디가 서 있던 자리만큼 비폭력적인, 그러나 치열한 최전선상에 서 있는 것이다. 여자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감옥 속 어딘가에서 창작의 물레를 돌리며 직관의 실로 직물을 짜내는 여성예술가들. 그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보기 거북한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핑크색 소파에 삐죽 튀어나온 가시들,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중고 삐에로인형, 날씬한 몸매를 추구하는 한국 남성들에게 탄압당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지모신' 조각상 등. 절름발이 헤파이스토스의 작품, 훤칠한 미남 아폴론의 작품, 9명의 아름다운 뮤즈보다 그들은 아라크네 혹은 사포와 닮았다. (공교롭게도 이 여신과 여인은 남자의 멸시를 받은 인물상이다.) 맨 마지막에 쓰여진 함연주 씨의 작품소개에서 나온 제목은 본인의 마음에 가서 닿았다. '거미여인 아라크네.' 그리고 본인이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 역시 함연주 씨의 작품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날 때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만들어 바친다는 그 열정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섬뜩하기까지 했다. 집념이 아닌 열정이다. 저렇게 작품을 만들때마다 머리칼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장난어린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역시 사진에서라도 그녀의 작품을 보면 불현듯 침묵하게 된다. 왜, 일하는 남성에게도 양성성을 지니길 강조하는 시대가 아닌가. 일을 포함하여 모든 창조하는 챙위란 이렇듯 소름끼치도록 섬세한 여성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표현한 좋은 예시들이 아닐까 싶다. 가장 투박한 느낌이 드는 김은주씨의 작품 '무제'조차도 연필선의 섬세함과 미려함이 느껴졌다. 각자의 삶과 각자의 인생이 있다. 결혼해서 행복한 인생을 사는 여자도 있고 10년 동안의 방황에서 이제 막 벗어나 다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는 여자도 있다. 그러나 무언가에 미치도록 빠져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닮았다. 그래서 사랑이던 종교던 무언가에 열중하고 헌신하는 여자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본인은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을 존경한다. (이상형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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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빈리 일기
박용하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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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접하면 문득 겸허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스토리가 엉망이네 반전이 없네 번역이 이따구네 제법 깐깐한 필자마저도 우연히 시집을 잡으면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절절맨다. 그런 내 모양새를 보면 겸허가 아닌 당혹이라고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기 형식의 글들은 자주 봤다. 어른이 썼던 아이가 썼던 출판된 일기는 닥치는대로 읽어봤던 기억이 있다. 타인과 잘 섞이기 싫어하지만 역시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이 사그라들진 않았나보다. '시인의 일기'라는 소개내용을 보자마자 문득 시집을 읽고 싶었고, 속초에 있는 부모님댁으로 가고 싶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인의 고향도 강원도였다. 게다가 카페 '소설'은 바로 우리 집 앞에 있는 카페다!) 아무튼 생각이 난 바로 그 날 박용하 시인이 1999년에 쓴 '영혼의 북쪽' 시집을 빌렸고, 토요일날 속초로 향했다. 이 책의 반 정도는 서울과 속초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읽었고, 나머지 반은 한밤중에 집에서 읽었다. 시집은 아닐지라도 시인이 쓴 일기의 서평을 쓴다는 사실이 부담감으로 자리잡아서, 그렇게나 유난을 떨었던 것 같다. 

 조촐한 시집을 연상시키는 일기였다. 간혹 시가 드문드문 쓰여져 있기도 했지만 글 하나하나 감탄사 하나하나가 소박한 시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그 드문드문 쓰여진 시들 중에서 '구름'이라는 시와, 마지막에 쓰여진 제목없는 시가 참 좋았다. 역시 본인은 산문시보다는 운율이 있는 짧은 시가 취향이다. 특히 술 마시는 이야기와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소박하게 느껴졌다. 그는 글을 맛깔스럽게 쓰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땅 위에서 몇몇 과일과 채소들을 기르고, 수확물들은 친척들에게 부치거나 가족끼리 맛있게 먹는 일상. 논과 무덤과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잡담마저도 읽는 동안 군침이 돌았다. '자연과 인간이 고픈' 사람이 쓸 만한 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모든 걸 담으려고 기를 쓰며 부호같은 단어들이 빼곡히 쓰여진 책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시인은 하물며 보잘 것 없어보이는 일기에 모든 걸 담아내지 않았는가. 이 일기는 시집이자 음악추천글이자 도서평론이자 반성문이자 사회풍자글이자 자연예찬론이다. 지식인들이여, 본받으시오. 

 그러나 저 모든 것들을 압도하는 주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분노였다. 자신의 시집에다 '호수에 가기 위해선 마음이 호수 같아야 한다'라는 시를 씀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기 속에 '분노가 끓어오른다'라는 구절을 자주 쓴다.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10캔 넘게 마시지를 않나, 부부싸움을 한 후 어머니에게 전화하지를 않나, 아이가 집벌레라고 구박하질 않나. 우리 아버지 혹은 옆 동네 아저씨와 전혀 뒤지지 않는 친숙함이 느껴져 일순간 멍해졌다. 소설을 써야 한다고 걱정하는 시인의 어머님, 살구를 매실이라고 하는 딸아이 이야기 뒤에 'ㅎㅎㅎ'라는 유행어(?)가 유달리 씁쓸해 보였다.

 인간 싫으면 그게 곧 지옥! 인간 싫은 건 성인군자도 어쩌지 못했으리.
 원수를 사랑하는 일 따위는 접어두고 대체 인간을 사랑하는 일이 이 졸렬한 인간사에서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걸까. - P. 111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던간에 시란 순수의 문학이라 생각한다. 세속에서 숨어버린 은둔자로서의 분노는 나를 포함하여 몇몇 사람들이 보기엔 언뜻 정당하지 않아 보인다. (나는 특히 국가가 시민의 삶에 최소한으로 간섭해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 동조하지 못했다. 그래도 시민과 타협할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시인이 너무 부정적인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긍정적인 걸까?)  그러나 시인 혹은 지식인으로서 그의 분노는 '인간적'이고 정당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한, 유배당한 지식인과 빗물 새는 집에서 사는 선비에 대한 환상이 머릿 속을 스친다. 이 환상은 애들을 먹이기 위해 밤늦게까지 허리가 부러져라 일하고 온 아내의 쓴소리마저 문학을 위협하는 잔소리처럼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분노하지 않고서 인간의 부패를 인식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또한 인간의 부패 덕분에 순수는 확연한 백색을 드러낸다. 까마귀들 사이에서 유난히 희게 보이는 백로처럼 말이다. 혹은 택배포장에서 눈부실 정도로 흰 색을 드러내던 '오빈리일기'의 겉표지처럼 말이다. 이 책은 어느 베테랑 시골 농부의 글처럼 농사에 대한 지식이라거나 음식을 자연답게 만드는 비법은 들어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양미리를 조리는 방법을 썼으면 인기를 더 누리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다만 시인이 사회에 대한 분노를 삭히며 이제 막 생리를 시작한 딸아이의 팬티를 빨아주는 이야기가 들어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기록은 '절박하고 끔찍하고 속절없고 부질없고 손쓸 수 없고 아름답다.' 

 이 서평을 쓰고 있는 본인도 스트레스가 끓어오름을 자주 느낀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서 인생의 고난을 알 수 없다. 인간들의 미숙함 사이에서 앎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그 앎을 위해 필자도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일하고, 음악을 듣는다. 여전히 시는 한 줄도 못 쓴다. 어렸을 땐 분명 시를 쓰며 동시를 쓰며 지냈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다.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말했던가? 앎이란 순수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고. 그러나 순수의 문학인인 박용하 씨는 분노로 끓어오르는 머리를 쥐어짜고 계시고, 나도 늘어가는 건 질투와 차곡차곡 쌓이는 묵직한 분노뿐이다. 아이러니는 언제쯤 풀릴지, 그 숙제를 남긴 채 이 서평을 끝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예수전' 등등 시인이 읽었다는 책들 중에서 한 번 들춰보고 싶어 끄적거린 목록들도 핸드폰 메모장에 남기고. 시인들이 본 자연 풍경도 상상 속에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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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naver.com/habitual/80013672526

 

 

 

활동

고고북: http://www.gogobook.net/ 

반디앤루니스: http://blog.bandinlunis.com/bandi_blog/vasura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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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바이

취미: 책읽기, 음악듣기

남친: 생각없음.

좋아하는 음식: 치즈, 맥주, 소시지, 기타 단 것.

수집하는 것: 책, 짤방.

좋아하는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좋아하는 NT Novel: 풀메탈패닉 

좋아하는 만화: 나나와 카오루

좋아하는 애니: 러브라이브

좋아하는 영화: 물랑루즈

좋아하는 이상형: 제로스

 주요 장르: 판타지, 오컬트, 범죄(형사물 노노), 심리,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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