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공동묘지 - 상 밀리언셀러 클럽 33
스티븐 킹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몇 직역들이 조금 신경쓰이기 시작했으나 제대로 몰입만 한다면 (그리고 밤중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읽을 때) 무서움이 증폭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셀'을 짓기 전의 좀비소설로 보이는데, 그만큼 인물 수도 상당히 제한되어있고 폐쇄적인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표현도 더 자세히 나와있달까.
 (얼굴에  푸른 이끼가 낀 게이지의 시신을 상상했을 땐 순간 몸서리가 쳐졌다.)
 아들을 병신만들어놓고 찌질거리는 루이스의 모습과 에필로그의 광적인 모습이 일품이었다.
 셀보단 이 소설이 영화화되었음 훨씬 좋았을텐데. 하긴 그만한 배우도 뽑기 힘들거라 짐작하고는 있다.
 마음껏 무서워하고 마음껏 증오할 죽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우리를 되살리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사랑은 광기로 치달아갈때 얼마나 치졸해지고 이기적인지.
 배경은 완전히 다르지만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 같은 비극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강력추천.
 (사실 내가 책을 읽을 때는 '쓰르라미 울적에'가 자주 생각났더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른 불꽃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문득 최근 보았던 영화 '박쥐'에서의 뱀파이어신부가 떠올랐다.
 불륜을 저지르던 중 애인의 자해흔적을 보고 눈이 훼까닥 뒤집혀 애인의 남편을 살해해버린 그.
 그리고 그를 보고 조소하던 애인과 배후에 어른어른 나타날 것 같은 감독의 시니컬한 미소.
 글쎄. 결국 어떤 경우라도 살인에 정당방위는 없다.
 아무리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라 하더라도 언젠간 벗어나게 된다. 벗어나고 싶지 않아도.
 덕분에 '죄와 벌' 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광고에서는 리메이크라니 어쩌느니 하지만 주인공 슈이치의 사고방식은 실수로 살인을 저질러버린 라스콜리니노프와는 전면적으로 다르다. 당연히 결말도 다를수밖에.
 주인공에겐 미약한 동정마저도 없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감정이입한 탓인지 피로감과 슬픔이 억만겹으로 짓누르는 느낌이다. 범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중에서도 감성적으로는 이미 정절에 치달은 듯.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책 읽다 주인공이 죽는 장면에 안도한 적은 처음이었다-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셀 1 밀리언셀러 클럽 51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좀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폰피플은 너무나 인간같았고, 그 안에서 투쟁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인간같았다.
 처음에 피튀겼던 장면들과 SF에서나 등장하는 공중부양이 없었더라면 그냥 세상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로 착각했을 정도.
 어느쪽이던 다 폭력적이었고, 나중에는 그냥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긴 좀비들이 말을하는 상황에서 제정신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비정상일 듯.)
 조니를 찾은 이야기에서조차 주인공과 조니와 독자 모두가 지쳐있었고, 감정은 메말라 있었다.
  어쩌면 조니는 폰피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는 어쩌면 모든 상황의 두려움에 의해 정신이 이상해졌을 뿐이며, 결국 제일 마지막에 흑인의 예언대로 폰피플의 무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무튼 그는 결론에 도전해보았고, 엔딩은 그저 깊은 미궁 속에 빠졌을 뿐이다.
 (미스트에서도 이런 비슷한 결론을 선택한 것 같지만.)
 2권부터 뭔가 잔뜩 사람을 지치게 하고 기운빠지게 하는 공포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스테판 킹의 소설에 대해서 흥미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살육이 아닌 분노에 대해서 제대로 어필해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은 책은 위에 붙여져 있는 전태일평전 책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쓰여진 낡고 작은 책이다.
 그동안 정부의 쉬쉬하는 분위기에 '전태일'이라는 성함도 제대로 못 붙인 채 여러 노동자들의 손을 떠돌은 책이다.
 전부터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지금에서야 손을 넣으니 기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어느날 문득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달음에 학교도서관으로 가서 집은 책.
 평전은 처음 읽어서 그러는지 몰라도 조영래라는 분의 자질구레한 설명들,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들이 배어있어서 불편하고 지겨웠지만 오히려 그 진솔한 배경설명이 전태일의 일생과 맞붙어가는 게 매우 신기했다.
 이야기 속의 내용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차마 책을 놓지 못하고 버스에서 읽고 있는데, 버스기사가 중얼거린 말이 아주 가관이었다.
 "요즘 노동운동같은거 하다간 죽어."
 다시금 촛불시위를 나갈 때 느꼈던 그 분위기, 6070으로 복귀한 것 같은 분위기가 버스 안을 압도했다.
 난 쓴웃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세상에 대한 책임감이 그를 죽였단 말인가 하는 생각에.
 지금에서야 생각이 매우 확고해졌지만 그는 살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배웠고 살기위해 노동운동을 했을 뿐이다.
 그러니 보수도 진보도 없이 단지 이익을 추구할 뿐인 우리와는 확연히 다를 수밖에.
 책을 읽는 동안 그를 동경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키아벨리
레오 스트라우스 지음, 함규진 옮김 / 구운몽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언뜻 보면 종교단체로 오인받을만한(;;;;;) 유태인 정치철학학자에 의해 독특하게 재평가된 마키아벨리의 책이다.
  '군주론'과 '로마사논고', 그리고 아주 잠깐동안 나오지만 마키아벨리가 만든 희곡과 편지내용들만을 가지고 492페이지를 걸쳐 그의 연구결과들을 발표한다. 아니 그 학자의 견해뿐인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 주군에게 아첨하는 '이인자'뿐만이 아니라 독재와 공화정 사이의 '이인자'로서 두 국가체제가 쓴 가면을 신랄하게 드러내는 마키아벨리. 핵심내용은 성서의 왜곡성을 드러내는 구절과 함께 기독교 자체를 완곡히 부정하는 그의 태도에 대해서이다.
 로마사논고 내용 중 거의 반 정도가 종교에 대한 내용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 글의 내용대로라면 사람들은 마키아벨리에 대해 너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로마사와 이탈리아 역사에 대해서 왠만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주석없이 보아도 무방하지만, 아닌 사람들에게는 주석이 거의 필수라고 보아야 한다. 사실 그래서 읽는데 1~2주가 걸렸다.
 정치철학엔 공헌을 했는지는 몰라도 여전히 그는 괴팍한 이인자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나의 생각.
 그러나 역시 그의 지독히 공동선을 추구하는 시선은 세상을 사는데엔 어느정도 필요하다. (정치가 아니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