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직역들이 조금 신경쓰이기 시작했으나 제대로 몰입만 한다면 (그리고 밤중에 아무도 없는 집에서 읽을 때) 무서움이 증폭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셀'을 짓기 전의 좀비소설로 보이는데, 그만큼 인물 수도 상당히 제한되어있고 폐쇄적인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표현도 더 자세히 나와있달까. (얼굴에 푸른 이끼가 낀 게이지의 시신을 상상했을 땐 순간 몸서리가 쳐졌다.) 아들을 병신만들어놓고 찌질거리는 루이스의 모습과 에필로그의 광적인 모습이 일품이었다. 셀보단 이 소설이 영화화되었음 훨씬 좋았을텐데. 하긴 그만한 배우도 뽑기 힘들거라 짐작하고는 있다. 마음껏 무서워하고 마음껏 증오할 죽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우리를 되살리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사랑은 광기로 치달아갈때 얼마나 치졸해지고 이기적인지. 배경은 완전히 다르지만 에드가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 같은 비극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강력추천. (사실 내가 책을 읽을 때는 '쓰르라미 울적에'가 자주 생각났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