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아기 느림보 그림책 20
윤재인 지음, 하수정 그림 / 느림보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는 할머니의 아기다.' 상당히 재미있는 주제를 모토로 취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책은 '유아용 에코페미니즘' 그림책이라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명확한 의도를 띄고 지어진 책이다.
덕분에 신문의 관심을 꽤 받은 기색이다만. 명성이 자자한 책은 거북스러웠지만 일단 에코페미니즘과 연관이 있으니 자료수집 겸 구입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렴풋이 성교육용 그림책을 생각했으나 그것과는 관련이 없다.
 일단 정자난자 어쩌고 소리도 안 나오고 무엇보다 남자가 없다! 사실 그 점이 매력포인트였지만.
 사실 아버지와 아들의 진한 애정이니 어쩌고하는 스토리는 질렸다고나 할까()
 일단 내용은 할머니의 아기로부터 내가 태어났으며,
 한 때 태반으로 이어졌던 셋의 사이는 눈물로서 연결된다는 스토리.
 라지만 일단 그림과 같이 봐야 그 감동을 알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길. 역시 설명은 무미건조해()
 문체도 유아용답게 간결명확한 시같이 지어졌으나 역시 그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태반과 자궁을 하나하나 연필로 터치한 섬세함이 느껴졌다.
 원색으로 아이들의 시각을 자극하는 그림책들과는 달리 차분한 느낌을 다분히 강조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상상으로 부풀어오르게 만드는 여백들. 첫번째 창작그림책치고는 꽤나 수작이다.
 아르바이트 끝내고 녹초가 된 상태로 화장실에서 잠깐 읽은 책이었는데도 상당히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으로 그림에 그려진 아기의 볼을 직접 만진다거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방식으로 선을 그려 자궁을 그린다던가, 아기의 배꼽과 엄마의 배꼽을 교구로 만들어 태반삼아 붉은 실로 이어보는 놀이도 꽤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복수전공이 아동학과이다보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파우스트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외젠 들라크루아 외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디어 비극 제 1부밖에 보지 못했던 파우스트를 완독! 이렇게 후기까지 남기는 데 성공했다.
 삽화가 있으면서도 비교적 얇은 책의 두께때문에 완역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했지만 역시 가로가 더 길다란 구조는 무시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장대한 내용이 들어가기에 충분했고, 게다가 언뜻 보면 강의라고 느껴질 만큼 쓸데없이 장황한 주석덕분에 내용을 거의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주석과 내용을 번갈아서 보는 데 흐름이 끊겨서 귀찮았지만, 아무렴 이야기가 흘러가는 내용을 몰라서 깜깜한 것보다는 나을 것이 아닌가.
 게다가 스토리도 내가 소망했던 대로라서 다행이었다. 비극 1부에서의 사랑이 완결되는 순간이랄까.
 파우스트와 그레첸의 사랑이야기 빼고는 사실 전부가 블랙코미디였다.
 비극이라기보다는 풍자라고 해야 더 좋은 것일까. 자신이 살았던 시대상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괴테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상당히 재미있기도 했다.
 몇십년을 거쳐 쓰여진 명작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괴테의 인생관과 철학관을 담고 있는 희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이런을 위 해 쓰여진 시에서는 개인적인 정감이 느껴졌고, 마리아의 대사인 두 소절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자비로움이 느껴졌다.  예수그리스도가 아닌 마리아의 등장이 뜻밖이었다. 마리아 숭배사상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
 베크만의 익살스런 펜그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그려졌던 그림은 아담과 이브를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파우스트의 혼을 껴안고 있는 마리아의 그림보다 더 상징적으로 보였는데 말이다.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몇번을 읽어도 감동적인 연극? 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3D 텔레비전이 나오는 세상이라지만 저런 걸 진짜 연극으로 공연할 수 있을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외딴방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자전적 스타일을 띄고 있는 소설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었다.
 비유가 거의 없는 짧은 해설이라거나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쓰여진 생생한 말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과거형으로 서술하고, 과거형을 현재형으로 서술해 소설 자체에 아이러니를 느끼게 했다. 정말로 시간을 한바퀴 돌리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독산 바로 옆이라서, 순간 움찔했다.
 그동안 출근하면서 무심코 스쳐지나갔던 여공들을 다시 눈여겨보게 되었다고나 할까.
 몸보다 몇 배로 부풀려진 블루칼라를 입고서 출근하는 그들.
 그래도 지금은 이 작가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지 않을까.
 꽤나 진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음에도, 한국의 서정성이 느껴지는 건 어째서였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감과 혼란을 겪고 있을 때마다 옆에서 원래의 길로, 작가의 길로 가도록 계속 밀어준 가족들을 보게 되었다.
 '역시.'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금이나마 훈훈해진 건 정녕 나 혼자뿐이었을까.
 어쨌던 오랜만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소설을 보게 되었다. 몇 시간 후에 가게 될 독서토론에서도 이런 책을 읽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 점에 대해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지음 / 그린비 / 200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 신부님이 꼭 읽어보라고 권했었고, 그 이후 거의 까먹고 살다 오늘에서야 무심코 들여다본 책이다.
 철학에 프로이트란 인물을 가져다놓은 것은 꽤 색다른 시도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한국사람으로서 나름 근대철학의 경계를 설정해 놓는다는 건, 상당한 자부심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이 만들어진 점 자체로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역시 철학을 한 권의 책에 얇게 담아낸다는 발상에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던 것일까.
 너무 간편하게 편집하려 의식하고 노력한 탓에 교과서같이 딱딱한 책이 되어버린 감이 없지않아 있다.
 게다가 빠져있는 철학적 관점들이 너무나 많다.
 독일의 비판철학을 담지 못한 점에 대해선 이 책을 덮은지 한참 후에도 미련이 남았다.
 그러나 철학에 대해 아주 이해할 수 없게 쓰여졌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철학과보다는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더 속편한 책이며, 철학의 소개서로 보고서 지나가기 무난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고서 더 푸코의 저작들이라거나 '슬픈 열대'를 읽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하도 두꺼운 책이라서 읽기가 꺼려졌고, 한참동안 미루고 있었던 책들인데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eBook] 환상 - 심리학시리즈 - 사이코 북스 07
줄리아 시걸 지음, 장수정 옮김 / 이제이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사이코 시리즈에 속해있는 아주 짧은 내용의 간결한 책이다.
 하지만 정신분석 혹은 상담 쪽에 몸담고 있는 관련자들이 쓴 책으로,
 언뜻 보면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정신분석의 기본인 오이디푸스부터 성도착까지 매우 폭넓게 써져 있다.
 말하자면 논문과 같은 것이라 하면 될까.
 줄리아 시걸은 상담가이며, 이 책에선 특히 아이들의 환상 심리에 대해 주로 다룬 책이다.
 fantasy와 phantasy의 차이를 매우 알기 쉽게 정리해 놨으며, 무의식적 환상에 대한 클라인의 연구를 기초로 하고 있다. 심리학을 접하는 일반인들이 읽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원래는 절판되었고 다른 도서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본이나, 우연히도 학교의 도서관에서 발견되었다. 보석을 캐는 기분이었달까...
 확실히 인터넷에서 검색해가면서 고생스럽게 사이코 시리즈를 찾아 모은 보람이 있는 것 같다.
 4권은 어쩔 수 없이 사야 했고, 몇몇권은 도서관에서조차 찾을 수 없었지만... 이것만 해도 어디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